연금술

연금술

[ alchemy ]

연금술1)은 근대 '자연과학'이 정립되기 이전의 고대 자연철학으로 화학, 금속학, 물리학, 의약학, 점성술 등의 분야를 포함한다.2)3) 부의 축적이나 신(神)과의 합일 등 인간적 요구가 반영되었고, 신비적 요소가 강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연금술(鍊金術)이 주로 알려졌지만, 중국,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연금술이 있었다.

연금술에서는 특히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납과 같은 비금속(base metal, 卑金屬)을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noble metal, 貴金屬)으로 변형(transmutation)시키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연금술을 통해 개발된 레토르트(retort) 같은 실험기구와 과학적 방법론이 근대 과학의 초기 발전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하였다.4)

현란한 광택을 내는 액체 상태의 금속인 수은(Hg)은 다양한 화합물을 만드는 독특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금술에서 그 물질을 공통으로 다루었다. 진시황은 수은이 포함된 환약을 불로장생이 영약으로 알고 오랫동안 복용하였으며, 사후에는 관을 수은 위에 매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연금술사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납을 금으로 만들 수 있고,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현자(賢者)의 돌(philosopher's stone)'을 찾는 것도 연금술사들의 중요한 목표였다. 그들은 물질세계와 마찬가지로 정신세계에서도 인간을 승화시켜 신과의 합일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고전역학을 정립한 뉴턴(Issac Newton)도 연금술에 심취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금술은 17세기 근대 과학혁명과 함께 대부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목차

어원

연금술을 뜻하는 'alchemy'는 고대 프랑스어 'alquemie' 또는 'alkimie', 중세 라틴어 'alkymiya' 등에서 유래되었고, 아라비아어 'al-kimiya', 그리스어 키메이아 [''khēmeía'' (χημεία), ''khumeia'' (χυμεία), 또는 ''khēmía'' (χημία)]와 관련이 있다. 연금술은 '신성하고 근원적인 것과의 연합 또는 재결합을 통해 귀중한 것을 만들어 내는 기술'로 해석된다.

연금술이 나일강 삼각주의 비옥한 검은 땅을 뜻하는 'kemet'나 'chemi'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척박한 붉은 사막에 둘러싸인 비옥한 나일강 삼각주와 마찬가지로 연금술은 '놀라운 가치를 생산해 내는 원천'이었다.

역사

연금술은 수천 년 동안 다양한 전통과 철학을 근거로 발전해왔다. 다양한 상징과 기호를 사용하는 연금술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연금술은 지역 문명이나 종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평범하고 천한 존재를 귀한 존재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보편적인 종교적 신념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중국의 연금술은 도교 사상과 인도의 연금술은 힌두 및 시크 신앙으로 이어지는 다르마 철학 (Dharmic Faiths)과 연계되어 있었다. 서양의 연금술도 기독교나 이슬람교와 같은 서양 종교와 유사한 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황'을 의미하는 연금술 기호 ().

고대 이집트 시대에 국제적인 교역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리아의 연금술이 그리스-로마 시대로 이어졌다. 로마 시대의 연금술은 이집트 귀금속 가공사들의 기술, 그리스 철학, 다른 종교적 전통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금속을 다루는 연금술은 BC 3500년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색, 인조 보석 제조, 진주의 세척과 가공, 모조 금과 은의 생산, 점성술, 4원소(흙, 물, 공기, 불)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집성된 철학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그리스 철학자들의 4원소설로 발전했다.

인도

BC 2세기의 베다에는 영생과 금의 관계에 대해 기록이 있다. 수은의 활용과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전환하는 기록도 있다. BC 325년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침략 과정에서 그리스의 연금술이 인도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과즙, 수은, 쥬스를 활용하는 기술과 금속, 의약품, 다양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기술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다. 수은이 건강을 회복하고 회춘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신성한 몸과 불멸을 추구하는 것이 인도 연금술의 특징이었다.

이슬람 세계

로마가 멸망하고 유럽에서 중세의 암흑시대가 시작되는 시기에 중동 지역에서 북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 세계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이슬람 세계의 연금술에 대한 기록은 비교적 잘 남아있다. 7-8세기 초기에는 다양한 연금술이 이슬람 세계로 집결되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더해졌다. 연금술에 당시의 과학적 방법론과 통제된 실험 개념을 도입한 자비르 이븐 하이얀(Jābir ibn Hayyān)은 화학의 아버지로 알려지기도 했다. 초기 이슬람 화학자들은 염산, 황산, 질산 등과 함께 금을 녹일 수 있는 왕수(aqua regia)도 발견했다.

자비르 이븐 하이얀. 대표적인 이슬람 연금술사 ().

이슬람 철학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의 형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슬람의 연금술에서는 그리스 4원소론에 대한 검증도 시도했고, 금속의 성질에도 관심이 있었다. 자비르는 그리스의 4원소(물, 불, 흙, 공기)와 에테르, 황('불타는 돌'), 수은('이성적 금속') 등 7종 원소로 구성된 '원소 체계'를 제안하기도 했다. 9세기 이후 이슬람 화학자들은 금속을 다른 금속으로 변환시킨다는 연금술의 시도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

중국 제련로 목판화 ().

도교의 불멸의 영혼 ().

중국의 연금술은 연단술(鍊丹術)로 알려지기도 했고, 침술이나 뜸과 같은 '신선 사상'을 추구하는 도교적 전통 의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신비스러운 약효를 가진 불로장생의 묘약과 주술성이 강조되었다. 묘약을 개발하려던 시도에서 이루어진 화약의 발명이 중국 연단술의 큰 성과였다. 송(宋) 시대에는 천국을 강조한 도교에 심취한 사람들이 지속해서 황화 수은을 섭취해서 사망하기도 했다.

중세 유럽

연금술사의 실험기구 ().

이슬람 세계에서 꽃을 피운 연금술이 11~12세기의 십자군 원정을 계기로 이슬람 문화와 함께 다시 라틴 유럽으로 유입되었다. 이후 알코올, 시약병, 엘릭시르(elixir), 아타로르 같은 이슬람의 화학 용어들이 유럽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신앙과 실험적 이성주의의 타협이 이루어지면서, 분석적 사고, 관찰, 실험, 결론의 도출과 같은 개념들이 도입되었다. 연금술은 14세기부터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였다.

중세 유럽의 연금술에서는 이슬람의 엘릭시르에서 유래된 '현자의 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 돌이 값싼 금속으로 값비싼 귀금속으로 변환시켜주고, 사람을 다시 젊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연금술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단테(Dante Alighieri), 초서(J, Chaucer) 등은 연금술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묘사했고, 교황과 영국이 헨리 4세는 금속을 변화시킨다는 연금술의 주장을 금지하기도 했다.

근대 유럽

연금술사 ().

근대 과학혁명이 시작되면서 신비주의적인 연금술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강조한 존 돌턴(John Dalton)의 '원자설'이 등장하면서 화학적 변형(transmutation)을 추구하던 연금술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연금술에서 개발된 여러 가지 실험 기구와 과학적 방법과 태도가 현대 과학의 정립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금속을 변형시키겠다는 연금술사들의 꿈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말에는 핵반응을 통해 원소의 변환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상

서양의 연금술에는 신플라톤파 철학과 그리스 우주론과 같은 당시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었다. 연금술 서적에는 고대 원자론이 등장하고, 행성과 관련된 일곱 개 금속도 소개되고, 로마의 신도 등장한다. 연금술은 영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납이 금으로 변형되는 것은 개인의 변성, 순수화, 완전화와 같은 것으로 여겼다. 연금술에 사용하는 메타과학적 개념, 물질, 상태, 과정은 모두 영혼의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고 믿었고, 그런 관점에서 연금술은 기독교와도 배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종교개혁을 선도한 마틴 루터(Martin Luther)도 연금술이 기독교의 가르침과 일치한다고 칭송했다. 고대 연금술사들의 노력과 신념은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문학, 영화 및 다양한 예술 활동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사용된 마법사의 돌 소품 ().

참고문헌

1.
2. Pereira, Michela (2018). 'Alchemy'. In Craig, Edward (ed.). Routledge Encyclopedia of Philosophy. Routledge.
3. Principe, Lawrence M. The secrets of alchem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2, pp. 9–14.
4. Newman, William R.; Mauskopf, Seymour H.; Eddy, Matthew Daniel (2014), 'Chemical Knowledge in the Early Modern World', Osiris, 29: 1–15.

동의어

연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