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발지진

심발지진

[ Deep earthquake ]

지표로부터 약 300~700 km 깊이 범위에서 발생하는 지진

목차

개요

지진은 지표로부터 약 700 km까지 깊이의 범위에서 발생하는데, 발생 깊이에 따라 천발지진(shallow earthquake), 중발지진(intermediate earthquake), 심발지진(deep earthquake)으로 구분한다. 지표로부터 약 70 km 이내의 깊이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천발 지진이라 하고, 중발지진은 70~300 km, 심발지진은 300~700 km 깊이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말한다(그림 1).

심발지진의 발생 특성

판의 경계는 발산경계(divergent boundary), 수렴경계(convergent boundary)와 보존경계(transform boundary)로 분류한다. 수렴경계(convergent boundary)를 따라 차갑게 식은 해양판이 대륙판과 충돌하거나 다른 해양판과 충돌하여 맨틀로 섭입하는 지역을 섭입대(subduction zone)라 하고, 섭입하는 해양판을 슬랩(slab)이라 부르는데 이 곳을 따라 중발지진과 심발지진이 발생한다.

심발지진이 발생하는 지표로부터 약 300-700 km의 깊이는 맨틀 전이대(transition zone)에 해당하는 깊이이며, 이 깊이의 암석은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에 놓여있다. 조구조(tectonic) 운동에 의해 지각은 휘어지고 변형되어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려는 탄성을 가지고 있지만,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맨틀에 존재하는 암석은 변형된 상태로 남게 되는 소성변형(plastic deformation)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맨틀 암석에서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섭입하고 있는 슬랩은 주변에 있는 맨틀 암석과 달리 차갑게 식어 있으며 화학적인 조성도 맨틀 암석과는 달라 이 곳에서는 지진이 발생한다.

심발지진과 중발지진은 슬랩을 따라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섭입이 시작하는 해구에서부터 대륙 방향으로 경사진 판의 형태로 지진의 심도가 깊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그림 1). 이러한 현상을 발견하여 이론적으로 설명한 미국의 지진학자인 베니오프(Hugo Benioff)와 일본의 지진학자인 와다치(Wadati Kiyoo)의 이름을 따서 와다치-베니오프대(Wadati-Benioff zone) 또는 베니오프대(Benioff zone)라 부른다.

심발지진이 중발지진과 마찬가지로 슬랩에서 발생하지만 지진 발생 원인은 서로 다르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광물학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슬랩에 포함된 광물 중에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감람석(olivine)은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첨정석(spinel) 형태의 결정구조로 변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감람석은 깊이가 깊어짐(410 ~ 520 km)에 따라 왓셀라이트(wadselyite)로 결정구조가 변하고, 더 깊어지면(520 ~ 660 km) 링우다이트(ringwoodite)로 변한다. 이와 같은 변화를 상전이(phase transition)이라 하는데, 다이아몬드나 석탄이 모두 탄소 원자들로 구성되어 화학적인 조성은 동일하지만 원자들이 결합한 격자구조가 달라 물리적인 성질에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이 감람석, 왓셀라이트, 링우다이트는 화학적 조성은 동일하지만 물리적인 성질이 다르다. 슬랩 뿐만 아니라 맨틀에도 많은 양의 감람석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와 같은 감람석의 상전이로 인해 맨틀의 물리적인 성질이 410 km와 600 km 깊이에서 달라져 지진파 토모그래피(seismic tomography)에서 맨틀의 경계면이 구분되는 것이다.

심발지진의 발생원리는 천발지진이나 중발지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물의 상전이에 기인한다는 가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맨틀에 포함된 감람석이 수직적으로 정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것에 비해 슬랩에 포함된 감람석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더 높은 압력이 작용하는 환경에 놓여진다. 이로 인해 슬랩 내부에 있는 감람석의 격자 간격이 점점 더 좁아져 부피가 작아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결국 압력이 증가할수록 광물의 상전이가 촉진되고, 이러한 과정들에 의해 슬랩 내부에서 파열이 발생, 전단 운동(shearing)에 의해 단층이 움직여 심발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Houston, 2015)1).

지금까지 가장 깊은 심발지진은 2004년 바누아투 부근에서 발생한 규모 4.2의 지진으로 약 735 km 깊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심발지진은 2013년에 오호츠크해 부근 약 600 km 깊이에서 발생한 규모 8.3의 지진이다. 간혹 중발지진이 많은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지만, 심발지진은 워낙 깊은 곳에서 발생하다 보니 많은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앙 근처의 넓은 지역에서 진동을 감지하기도 한다. 2015년 11월 24일에 페루의 600~620 km 깊이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5분 사이에 두 번이나 발생하였고, 진앙으로부터 240 km나 떨어진 지역에서도 진동이 감지되었지만 아무런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림 1. 지진 발생 깊이에 따른 분류. 0~70 km 깊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천발지진(녹색원), 70~300 km 깊이는 중발지진(주황색원), 300~700 km 깊이의 지진은 심발지진(붉은색 원)으로 구분. (출처: 대한지질학회)

참고문헌

1. Huston H., 2015, Deep Earthquakes. In: Gerald Schubert (editor-in-chief) Treastise on Geophysics, 2nd edition, Vol. 4. Oxford: Elsevier, p. 329-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