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신트

테오신트

[ teosinte ]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옥수수속(Zea)의 야생종을 일컫는 일반 명칭으로 옥수수의 조상이다.1)2)3) '테오신트'라는 명칭은 '신의 곡물'이라는 의미이다. 테오신트는 옥수수와 같이 큰 키와 넓은 잎을 가지고 있으나, 옥수수와 달리 옆가지가 길다. 테오신트와 옥수수의 가장 큰 차이는 열매(ear)에 있다. 테오신트는 단지 5-12개의 종자(kernel)를 가지고 단단한 표피로 싸여 있는 반면, 옥수수는 한 열매당 500개의 종자를 가질 수 있고 테오신트와 같은 단단한 종피를 가지고 있지 않다.

테오신트와 옥수수의 비교 ()

목차

옥수수의 시작은 잡초로부터

옥수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이용되는 작물로, 옥수수 자체를 이용한 음식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액상과당, 녹말, 기름, 술 등의 원료가 된다는 점에서 사용 범위가 넓다. 또한 높은 당분 함량과 열량 때문에 동물의 사료로도 널리 사용되는데, 옥수수가 현재 인류의 육식을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료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옥수수를 이용한 에너지 개발 연구도 활발히 되고 있는 만큼, 옥수수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주요 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옥수수는 원래부터 작물로서 활용 가치가 있던 식물이 아니라, 오히려 옥수수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테오신트’는 잡초로 분류되는 식물이었다. 기원전 5,000년 경부터 중미의 아즈텍인들이 잡초 ‘테오신트(teosinte)’를 육종을 통해 개량해 나갔고, 현재의 옥수수의 형태가 된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테오신트 만으로는 옥수수의 형태를 예측하기 힘들다. 옥수수에 비해 크기가 작고, 종자 알맹이도 5~12개 정도이며, 옥수수의 겉껍질(husk)이 없어 씨가 바로 밖으로 드러나 있는, 풀에 가까운 형태를 보인다.4)5)

테오신트(Zea diploperennis)의 열매. (출처:https://ceb.m.wikipedia.org/wiki/Payl:Teosinte_ear_(Zea_diploperennis).jpg

옥수수의 진화와 선택적 육종

옥수수는 고대 농부들의 인위선택(artificial selection), 즉 선택적 육종(selective breeding)에 의해 개량된 작물이라 할 수 있다. 선택적 육종은 자연 상태에서 기른 식물 중에서 원하는 형질을 가진 식물만 선택해서 기르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우수한 품종으로 개량하는 육종 방법을 말하며, 이는 자연적으로 나타난 유전자의 변형이나 재조합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겉모습은 매우 다르지만, DNA 수준에서 보면 테오신트와 현대의 옥수수는 아주 닮아 있다. 염색체 수가 같고, 염색체 내의 유전자 배열 또한 매우 유사하며, 실제로 테오신트와 현대 옥수수를 교배하여 만들어지는 옥수수-테오신트 잡종 식물은 자연적 번식도 가능하다. 

테오신트(좌)와 옥수수(우) 열매. 가운데는 테오신트와 옥수수의 교배 후손 열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eosinte.png)

테오신트와 옥수수의 이러한 연관성을 처음으로 이해했던 과학자들 중 조지 비들(George Beadle)은 1930년대에 옥수수-테오신트 잡종을 연구하여 이들의 염색체가 매우 유사함을 보였다. 이후 그는 많은 양의 옥수수-테오신트 잡종을 만들어 그 자손 세대의 특징을 관찰했다. 기초적인 유전법칙을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비들은 테오신트와 옥수수 차이는 오직 5개 정도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조금 더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여, 다른 과학자 그룹이 옥수수-테오신트 잡종의 자손세대의 DNA를 분석했고 그들은 비들이 말한 다섯 가지 부분(각 부분은 하나의 유전자일 수도, 여러 유전자를 포함할 수도 있다)이 테오신트와 옥수수의 가장 중요한 차이를 결정한다는 것을 검증하였다.

옥수수는 전통적 개념의 진화와 전통적 개념을 벗어난 진화 과정을 모두 거쳐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다. 옥수수의 작물화에 있어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은 테오신트 유전체 중 다섯 가지 부분에 작은 변화들이 일어난 것인데, 여러 옥수수 종들의 유전체를 비교했을 때, 이 부분들은 아주 약간의 다양성을 가질 뿐 대체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이렇게 보존된 유전 정보를 통해 현재의 많은 옥수수들이 하나의 공통 조상인 테오신트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고고학적 기록과 유전학적 연구를 함께 고려한 결과, 보존된 유전 정보들 사이에 일어난 작은 변화들이 테오신트가 옥수수의 형태로 진화하는 데 가장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초기 옥수수로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 지는’ 개념의 진화가 아니라, ‘극적이고 갑작스러운’ 진화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함을 알 수 있다.

테오신트로부터 옥수수의 모습을 갖춘 후에도 수 천 개의 유전자에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며 현재 모습의 옥수수가 되었다. 이런 사소한 사건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부분이 변화되었다:6)7)

1) 녹말 생산량과 녹말의 종류

2) 다양한 기후나 토양에 대한 적응력

3) 알맹이 열(kernel rows)의 개수와 길이

4) 알맹이 크기, 모양, 색

5) 병에 대한 저항성

이런 예들은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전통적 관점의 진화와 맞아 떨어진다. 농부들이 선호하는 특성을 가진 식물을 선택하고, 선택된 식물이 그들의 특징적인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자라는 것이다. 수천 년이 지나면서 선택적 육종은 매우 넓은 다양성을 가진 옥수수 종들을 만들어냈고, 이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참고문헌

1. Doebley JF (1990) Molecular evidence and the evolution of maize. Economic Botany, 44(3 supplement):6-27
2. Beadle, G. W. (1980) The ancestry of corn. Scientific American, 242: 112-119
3. Kane, N. Rieseberg, L. (2005) Maize genetics: 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 Current Biology, 15: R137-R139
4. Doebley, J. Stec, A. (1993) Inheritance of the morphological differences between maize and teosinte: comparison of results for two F2 populations. Genetics, 134: 559-570
5. Doebley, J. Stec, A., Wendel, J. 등 (1990) Genetic and morphological analysis of a maize-teosinte F2 population: Implications for the origin of maiz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87: 9888-9892
6. Doebley, J., Stec, A. Hubbard, L (1997) The evolution of apical dominance in maize. Nature, 386: 485-488
7. Wang, H., Nussbaum-Wagler, T., Li, B. 등 (2005) The origin of the naked grains of maize. Nature, 436: 71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