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식물

덩굴식물

[ vine ]

줄기, 잎, 꽃차례(화서) 등의 일부가 변형되어 다른 물체를 감는 형태로 생장하는 식물. 뿌리를 토양에 두고 줄기가 다른 식물의 수관까지 기어서 올라가는 목본의 덩굴식물을 만경식물(liana)이라고도 한다. 기는줄기(runner)를 덩굴식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목차

덩굴식물의 형태

식물 중에서 항시 덩굴의 형태로 생장하는 것도 있고 생활사의 일부 시기에만 덩굴의 형태를 취하는 식물도 있다. 덩굴식물은 생장을 위해서 긴 줄기가 필요한데, 실제 덩굴식물은 줄기 생장을 하지 않고 다른 식물이나 생물이 아닌 바위, 울타리, 지지대 등을 이용하여 생장을 한다. 따라서 덩굴식물은 줄기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는 셈이다. 열대우림 지역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은 빛을 피해서 자라는 굴성(skototropism)을 가지고 있어서, 큰 나무의 줄기를 향하여 자라면서 타고 올라 빛을 이용하기도 한다. 양분이 많은 토양의 면적이 작을 때, 덩굴식물은 이 토양에 뿌리를 자라게 하고 이웃하여 넓은, 햇빛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뻗어 자랄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할 수 있다. 지지대를 휘감는 덩굴은 시계 방향으로 감거나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는다.

L: 토양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생장하는 덩굴식물, R: 토양에서 시계 방향으로 성생장하는 덩굴식물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elix_diagram-de.png)

덩굴식물의 분류

다윈(Darwin)은 덩굴식물을 기어 올라가는 방식에 따라서 감는 식물(twining plant), 잎 덩굴(leaf climber), 덩굴손(tendril bearer), 뿌리 덩굴(root climber), 고리 덩굴(hook climber)로 분류했다. 덩굴손은 특수화된 줄기로서, 포도와 담쟁이덩굴에서 나타나고, 잎이 변형된 것으로서 완두, 호박, 오이 등에서 볼 수 있다. 호박(Cucurbita moschata)의 덩굴손은 잎몸이 없고 생장시기에 계속 자란다. 담쟁이덩굴에서 덩굴손은 빨판을 가지며, 서양 송악 줄기는 줄기의 옆을 따라 존재한 부정근의 도움으로 기어 올라가서, 이 식물이 자라는 다른 지지물이나 피층에 파묻힌다. 많은 식물에서 잎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덩굴손(tendril)으로 변형되었다. 이렇게 변형된 잎은 더 단단한 물체 주변을 꽉 붙잡으며 약한 줄기를 지지하거나 기어 올라가게 한다. 완두콩의 잎은 겹잎이며, 끝부분의 소엽은 모든 덩굴손과 같이 접촉에 매우 민감한 말채찍 같은 가닥으로 축소되었다. 만약 건강한 덩굴손을 가볍게 친다면, 반대쪽 면에 있는 세포가 갑자기 빠르게 생장하여 1~2분 이내에 접촉면 쪽으로 말리기 시작한다. 접촉이 매우 짧게 일어난다면 덩굴손은 반대로 움직여 다시 곧게 뻗는다. 그러나 만약 덩굴손이 잔가지처럼 적절하게 딱딱한 지지대를 만나게 된다면, 자극은 계속되고 덩굴손은 생장하며 지지대 주위를 단단하게 감는다. 연리초의 일종인 lathyrus aphaca의 모든 잎은 덩굴손으로 변형되었으며, 광합성은 기저에 있는 잎처럼 생긴 턱잎에서 일어난다. 가지과의 덩굴성 관목인 Solanum jasminoides와 쥐손이풀과의 한련화는 잎자루가 덩굴손으로 작용한다. 일부 밀나물속 식물에서는 턱잎이 덩굴손으로 변형되었다. 참으아리속(Clematis) 식물에서 겹잎의 일부 엽축이 매우 효율적으로 덩굴손의 기능을 수행한다 스쿼시, 메론, 호박 등의 박과 식물의 덩굴손은 30 cm 정도까지 자란다.

덩굴손이 발달할 때 그들은 용수철처럼 감긴다. 지지대와 접촉할 때 끝부분이 지지대 주위로 말릴 뿐만 아니라 말리는 방향이 중간에서 반대로 바뀐다. 이후 접촉면에서 후벽조직과 후각조직이 발달한다. 후벽조직 세포는 단단한 지지대의 역할을 하는 반면, 후각조직 세포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것은 바람이 세게 부는 동안 식물이 손상되지 않고 매우 강하고 유연하게 붙어 있도록 만든다.

지지대를 휘감은 덩굴식물(bine, Fockea edulis)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ockea_edulis_07_ies.jpg) 

덩굴식물은 대부분 꽃식물이다. 덩굴 꽃식물은 목본성 덩굴식물과 초본성 덩굴식물로 분류된다. 목본성 덩굴식물의 대표적인 종은 포도이고 초본성 덩굴식물로는 오이, 완두, 강낭콩 등이 있다. 고사리류 중에 덩굴성 고사리(climbing fern, genus Lygodium)는 지지대에 잎이 닿아 펼쳐지는 행태의 생장을 하여 덤불처럼 뒤덮는다.

덩굴식물의 생태

우리나라 같은 온대 낙엽수림의 숲에서 덩굴식물은 초본층에 이끼, 지의류, 광엽 초본들과 같이 생장한다. 덩굴식물들은 햇빛을 얻기 위해서 숲의 꼭대기 층인 수관(숲지붕, canopy)까지 생장하고 수관을 이루는 나무가 죽어서 줄기만 남기는 교란이 있을 때 타고 올라서 우점하기도 한다. 덩굴성 식물은 토양에서부터 덩굴의 형태로 자라나 다른 식물을 감아오르면서 생태계내에서 생태적 지위(niche)의 빈틈을 차지하여 생육하는 독특한 식물이다. 숲 안의 그늘이 지는 상태에서 햇빛이 들어오면 두 가지 형태의 식물이 자랄 수 있다. 첫째는 만경식물(lianas)로서 뿌리는 토양 속에 두고 있으나 줄기가 수관까지 기어 올라가는 식물이다. 둘째는 착생식물로서 다른 식물의 줄기에 붙어사는 식물이다. 대부분의 덩굴성 식물은 만경식물에 속한다. 덩굴성 식물은 다른 식물이나 지지대를 타고 오르면서 생장하여 위치를 제공받으므로 특수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다른 분류군의 식물에 비해서 적은 종수를 유지하고 있어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보호되어야 하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덩굴성 식물은 30과 62속 106종 12변종이 해당한다.1) 외래종에서 덩굴성 식물은 4과 7속 12종이 해당된다.2)3) 생태계가 파괴되면 생태계가 연약해지면서 덩굴성 식물이 침입해서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지구 온난화는 다른 형태로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는데 이는 또한 덩굴성 식물이 침입해서 정착할 수 있게 해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식물생리학자인 Kenoyer(1929)가 파나마의 열대우림 지역인 Barrow Colorado Island의 식물상과 온대지역인 미국 미시간주의 Kalamazoo군의 식물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온대지역에 양담쟁이, 포도와 같은 만경식물은 1% 미만이었으나 열대우림에서는 10-15%나 되었다고 한다.4)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덩굴성 식물이 널리 분포하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열대삼림의 수관을 차지하는 덩굴나무로 무화과나무속(Ficus)의 식물.  중앙부의 빈 자리에는 원래 덩굴나무가 자랄 때 지탱해 주었던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덩굴나무가 더 높게 자라 수관을 차지하게 되자 광합성을 못해 죽었다.  (출처: 오상훈)

덩굴식물의 생리

덩굴식물에서 덩굴손이 물체를 감는 메커니즘은 접촉이 자극을 주어 생장이 일어나는 것이다. 접촉에 반응하는 부위는 일반적으로 덩굴손의 끝에서 약 1/3까지이다. 완두의 덩굴손은 접촉 때문에 굴성이 일어나 몇 분안에 덩굴손이 닿아 있는 부위는 수축되고 반대 부위가 길어져서 물체를 감게 된다. 이러한 접촉형태형성(thigmomorphogenesis, 그리스어로 thigmasms는 ‘접촉’을 의미한다)은 기계적인 자극의 결과로 유발되는 형태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덩굴식물이 가진 특성중의 하나로 덩굴식물의 성장에서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식물은 기계적인 자극에 매우 민감해서, 심지어는 잎의 길이를 자로 재는 정도도 향후 생장에 영향을 준다. 어린 식물의 줄기를 하루에 두세 번씩 문지르면 식물은 정상의 경우보다 작은 식물이 된다.

일부 식물에서는 진화 과정 동안 접촉에 대한 특별한 반응을 가지게 되었다. 기계적인 자극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이들 식물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대부분의 포도나 그 외 기어오르는 성향을 갖는 식물들은 덩굴손을 가지고 있어 지탱할 수 있는 물체를 재빨리 감싸 잡을 수 있다 이러한 기관은 일반적으로 어떤 물체에 닿을 때까지 곧게 자라다가 닿게 되면 덩굴손 양쪽에 존재하는 세포들의 생장에 차이가 생겨 동그랗게 말리는 반응이 유발된다. 이렇게 접촉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생장의 변화를 굴촉성(thigmotropism)이라고 하며 이것으로 인해 포도나무가 어떠한 지지대라도 이용하여 기어올라 숲속에서 다른 식물에 의해 빛이 가려지는 것을 피해 위쪽으로 올라와 빛을 받을 수 있다.

개머루가 속한 포도나무속(Vitis)의 식물들은 꽃차례가 변형된 덩굴손을 가지고 있다. (출처: 오상훈)

인간의 사용

바구니 등 덩굴을 이용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만들기도 한다. 농업에서 오이 같은 휘감는 덩굴성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 덩굴손이 붙어 자라게 하기 위해서 벽에 틀을 설치하거나 격자 구조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정원사들은 덩굴성 식물의 빠르게 자라 올라가는 성장 경향을 이용하여 벽 정원, 울타리 정원, 덩굴성 식물 지붕 정자를 만든다.

금속성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나팔꽃속 식물, Convolvulus)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ine-1.jpg)

참고문헌

1. 이창복 (2006) 원색 대한식물도감. 향문사,
2. 박수현 (1995) 한국귀화식물원색도감. 일조각,
3. 박수현 (2001) 한국귀화식물원색도감 보유편. 일조각,
4. Kenoyer, L.A. (1929) General and successional ecology of the lower tropical rain-forest at Barro Colorado Island, Panama. Ecology, 10: 2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