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천공법

[ Electroporation ]

전기천공은 직역을 하자면 ‘전기를 이용하여 구멍을 낸는 것’이다. 생물학에서는 직류 고전압에 의해 일시적으로 세포막에 뚫린 구멍으로 화학물질 또는 DNA를 도입시키는 방법이다.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동물, 식물, 미생물 유래 세포를 대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DNA와 같은 극성을 가지고 있는 고분자는 확산(diffusion)을 통해서 지질2중막(lipid bilayer)인 세포막을 지나 세포 내부로 전달되지 못한다. 전기천공법은 세포막에 한시적으로 물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DNA 또는 다른 극성을 가진 물질을 통과시켜주는 것이다. 전류는 세포를 자유롭게 통과하지 못하므로 세포는 축전기(capacitor)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전기장 내에서 위치에너지(potential energy)를 축적하게 되며 전기장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지질2중층 구조에 국지적 변화가 오게 된다(그림 1). 이것이 바로 세포막에 한시적인 구멍이 만들어지는 원리이다.

그림 1. 전기 충격에 따른 지질2중층 구조변화 (출처: 위키피디아,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c/cc/Pore_schematic.svg)

박테리아 형질전환

형질전환(transformation)은 원래 세포 내에 없었던 DNA가 들어가 세포의 유전적 형질에 변화가 오는 현상이다. 박테리아를 포함한 미생물에서 자연적으로 흔히 일어나는데 이를 인공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실험실에서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잠깐 동안 높은 온도에 노출하는 것이다. 이 기법은 특별한 도구나 기기가 필요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져도 한 종류의 DNA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일 경우 널리 쓰인다.

그러나 다양한 DNA를 이용해 형질전환을 해야 하는 경우 예를 들면 cDNA라이브러리(cDNA library)를 전달할 때는 전기천공법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천공기(electroporator)와 특화된 큐벳(cuvette)을 쓰게 된다(그림 2).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큐벳은 두 개의 면이 알루미늄으로 덮혀 있어 전극의 역할을 하게 된다.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10-20 kV/cm 정도의 전기장이 형성되면서 DNA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림 2. 전기천공법에 쓰이는 큐벳 (출처: 위키피디아,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4/Electroporation_Cuvettes.jpg)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는 유전자수용성(genetic competence)이다. 이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형질전환 과정에서는 일부 박테리아가 가진 특성 선모(pilus, fimbria)에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는 이를 형질전환의 방법에 따라 다르게 유도할 수 있다. 온도를 이용한 경우 염화칼슘 용액에서 배양을 하게 된다. 전기천공법에 쓰는 박테리아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서 차가운 물이나 비이온성 용액에 원심분리를 통해 모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포유류세포 형질주입

포유류 세포에 외부 DNA를 들어가게 하는 과정을 형질주입(transfection)이라고 한다. 형질 주입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조작 뿐만 아니고 암치료나 유전자 치료에도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유전자의 전달 방법은 다양하다. 미세한 유리바늘을 이용하여 직접 주입하는 경우도 있고 지질(lipid) 기반 물질을 이용한 흡착/흡수 기법도 있다.

전기천공법 역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박테리아와 매우 유사한 전기천공기와 큐벳을 이용해 단세포현탁액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배양 접시에 부착되어 있는 세포에 바로 주입을 가능하게 하는 기기가 출시된 바 있다.

전기천공법은 생쥐의 배아줄기세포에 형질 주입을 통해 유전자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널리 쓰였다. 그리고 DNA 백신이나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방법으로도 쓰이고 있다. 이 외에도 발생학에서 유용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이 중 하나는 자궁 내 생쥐 태아의 뇌실에 DNA를 주입한 후 전기천공법을 적용해 DNA를 발생 중인 뇌세포에 전달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정란 속의 닭 배아의 뇌실에 DNA를 주입한 후 유사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천공법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특정 유전자를 과발현시키거나 발현 억제를 유도하고 그 효과를 실험하는 것으로 중추신경계의 발생 연구에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참고문헌

Recombinant DNA: Genes and genomes - A short course (Watson 외 저 3판, Fre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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