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르몬

성호르몬

[ Sex hormone ]

성호르몬은 성장, 발달, 생식주기, 그리고 성행동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 계열 호르몬이다. 이들은 부신(adrenal)에서 약간 분비되지만 생식소(gonad, 남성의 고환과 여성의 난소)에서 주로 분비된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뇌의 시상하부를 통하여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생식소(gonad)에서 도달하면, 거기서 세 종류의 주요 성호르몬인 안드로젠(androgen, 주로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젠(estrogen, 주로 에스트라디올) 및 프로제스테론(progesterone)이 생성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이 세 종류의 호르몬을 가지고 있지만 그 비율이 다르다. 테스토스테론 양은 남성에서 여성보다 10배 이상 더 높은 반면, 에스트론젠은 여성에서 10배 이상 더 높다(그림1). 프로제스테론도 여성에서 훨씬 더 많이 분비된다. 성호르몬은 생식과 관련하여 직접 및 간접적으로 정자 혹은 난자의 형성을 조절하지만, 여러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그림1.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왼쪽)과 에스트로젠(오른쪽) (출처: Gettyimageskorea)

목차

성호르몬과 2차 성징

테스토스테론은 인간 배아에서 생식과 직접 관련된 구조인 남아의 1차 성징을 촉진한다. 즉, 고환과 외부 생식기 구조를 형성하게 한다. 사춘기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성호르몬은 생식계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신체 및 행동 특성인 2차 성징을 유도한다.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은 깊은 목소리, 각진 얼굴 윤곽, 근육 증가를 유도한다. 독특한 성행동과 성충동은 물론 일반적인 공격성도 증대시킨다. 이와 유사하게, 에스트로젠도 여성에서 여러 효과를 나타낸다. 그 중 에스트라디올은 사춘기에 유방과 음모의 발달을 촉진한다. 성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유방과 둔부에 지방의 축적을 유도하고, 수분의 보유력을 증가시키고, 칼슘 대사도 변화시킨다.

성호르몬과 성정체성

발생 초기 포유동물의 배아는 기본적으로 여성이 되는 발달과정을 따른다. 그 과정에서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활동과 함께 테스토스테론이 작용하면서 경로를 이탈하여 남성으로 발달된다. 이때 뇌의 발달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쥐를 이용한 연구로 밝혀졌는데, 수컷배아는 초기에는 기본적으로 암컷 발달과정을 밟다가 수컷으로의 경로 이탈과정에 들어설 때 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진다. 태아의 테스토스테론은 신체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뇌의 지시에 따르는 행동적인 측면에서도 수컷의 특징을 갖추게 된다. 이는 고환에서 만들어진 테스토스테론이 뇌로 들어가 여성화 과정(feminization)을 되돌려 탈여성화(defeminization)시키기 때문이며, 이때 아이러니하게도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으로 바뀌어 뇌의 남성화(brain masculinization)를 도모한다.

테스토스테론, 남성 두뇌, 자폐

사람도 그러한가? 우리도 포유동물의 신체적 행동적 발달과정의 큰 틀에서 벗어 날 수 없다고 본다.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유전적 또는 여러 발달장애로 성징에 문제가 일어난 경우들을 살펴보면, 테스토스테론이 태아의 남성화된 뇌구조 형성에 영향을 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쥐와는 다르게 테스토스테론이 뇌에서 에스트로젠으로 전환되어 뇌구조 남성화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테스토스테론 그 자체로도 남성화 두뇌구조를 갖추게 한다. 모체내에서 발달중인 남아는 25살 청년만큼이나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만든다. 남성 태아는 테스토스테론 생산기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한 가설은 태아가 만드는 테스토스테론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남성두뇌로 편향된 뇌를 가지며, 지나치게 편향된 경우 후에 자폐증을 앓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선천성 부신 과증식(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CAH)

선천성 부신 과증식(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CAH)이라는 유전병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에서도 적은 양이지만 부신피질(adrenal cortex)에서 만들어지는데, 스테로이드 호르몬 합성 과정에 유전적 변이가 있게 되면 중간 물질인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남성 버금가게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CAH 여성의 경우 태아 때 자신이 생산한 과량의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모호한 생식기를 갖고 태어난다. 경미한 유전적 변이의 경우 비전형적 CAH를 겪게 되는데, 남성와 비슷한 얼굴이나 체모, 월경불순이나 불임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성정체성을 남성으로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태아시절 테스토스테론에 의하여 남성두뇌로 발달했기 때문이며, 이들은 자폐 증상을 보인다.

완전형 안드로젠 불감증후군(complete androgen insensitive syndrome, CAIS)

한편, 테스토스테론 수용체가 고장이 나서 생기는 완전형 안드로젠 불감증후군(complete androgen insensitive syndrome, CAIS)이 있다. 이 경우 남성 태아는 자신이 만드는 테스토스테론에 반응을 하지 않아 남성으로서 발달이 진행되지 않는다. CAIS 남아는 고환이 안에 감추어진 상태로 여성의 외성기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고 여아로 결정되어 길러진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자궁 발달이 없으므로 월경이 시작되지 않아 의료적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염색체 검사를 통해 XY 성염색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테스토스테론은 에스트라디올로 변하여 유방과 골반 발달 같은 여성으로서의 외모가 나타나고 여성으로의 성정체성을 주장하므로, XY 성염색체를 가진 여성이라고 하겠다.

성은 스펙트럼이다

염색체로 남녀를 구별하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2015년 2월 과학잡지 Nature는 ‘천편일률적으로 성을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만 나누는 것은 현상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다. 성은 스펙트럼이다’라는 과학계의 견해를 전하는 자유기고가 Ainsworth 씨의 글을 실었다(1).

관련용어

안드로젠(androgen, 주로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젠(estrogen, 주로 에스트라디올), 프로제스테론(progesterone), 두뇌 여성화(brain feminization), 두뇌 남성화(brain masculinization), 자폐(autism), 선천성 부신 과증식(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CAH), 완전형 안드로젠 불감증후군(complete androgen insensitive syndrome, CAIS), 성지향성(sexual orientation)

참고문헌

S Baron-Cohen et al., Elevated fetal steroidogenic activity in autism. (2015) Molecular Psychiatry 20: 369-376

A Crider et al., Dysregulation of Estrogen Receptor beta (ERβ), Aromatase (CYP19A1) and ER Co-activators in the middle frontal gyrus of autism spectrum disorder subjects. (2014) Molecular Autism 5: 46-55

C Ainsworth. Sex redefined. (2015) Nature 518: 288-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