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원자로

[ Atomic pile ]

원자로 또는 핵반응로는 핵반응(nuclear reaction)을 발생시키는 장치이며, 동시에 연쇄반응(chain reaction)을 조절한다.


원자로는 핵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많은 열에너지를 조절하고 견뎌내야 하며, 동시에 핵반응의 속도를 조절하고 방사선 및 방사성 물질이 반응로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차폐해야 한다. 원자로는 핵반응의 종류에 따라 구분될 수 있는데, 주로 핵분열(Nuclear fission)을 일으키는 장치를 말한다. 핵분열 원자로 중심부에는 반응로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내부 핵에 해당하는 노심(core)에는 핵연료가 저장되어 있고, 이 외에 중성자 감속기(moderator) 및 제어기(controller) 그리고 냉각재(coolant)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로의 노심에서는 연쇄 핵반응을 통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감속기에 의해 발생된 에너지는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일반적으로 발생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증기를 만들고 가스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원자로는 원자력발전, 배나 잠수정의 동력원, 산업 또는 의학 목적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생산 그리고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림 1: 연료가 들어 있지 않은 원자로 ()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 등의 큰 핵분열성 원자핵으로 채워진 노심에 중성자를 입사시키면 핵분열 반응이 발생한다. 이때 기존의 원자핵은 가벼운 두 개의 원자핵으로 쪼개어지면서, 운동에너지, 감마선, 그리고 중성자를 방출하는데, 이때 방출되는 중성자는 다른 핵연료와 충돌해 다시 핵반응을 일으키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이용된다. 이때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중성자 수와 노심 내에서 포착 그리고 빠져나가 소멸되는 속도가 같게 되면, 핵분열 반응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격자 형태로 이루어진 핵연료 사이에 제어봉이 존재하며, 이러한 제어봉이 중성자를 포착하여 반응의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제어봉의 높이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하여 연료 내부로부터 멀어지게 하여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반대로 느리게 할 수 있다. 제어봉은 중성자를 잘 포착하는 인듐(Indium), 카드뮴(Cadmium), 은(Silver), 붕소(Boron) 등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포착되지 않고 새어나간 중성자는 매우 높은 운동에너지를 가지는데, 핵연료가 핵분열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낮은 에너지의 중성자가 필요하다. 노심 내부의 감속기는 중성자를 열화시켜 감속시키는 장치이다. 1942년 미국 시카고에 건설되어 최초로 연쇄반응을 일으킨 원자로는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였다.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감속기로 전달되고, 뜨거워진 감속기를 식지 않게 되면 결국 녹아내리게 되어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때 감속기 및 내부 노심장치를 식히기 위해 냉매를 사용하게 되는데 공기, 물 등이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물을 감속재 및 냉각제 두 가지의 용도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지게 되었다. 이 때 사용되는 물은 경수와 중수로 나누는데, 중수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것을 말하며, 경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물을 말한다. 현재 경수와 중수는 모두 원자로에서 감속재 및 냉각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다. 물은 비열과 밀도가 높고 점성이 낮아 냉각제로서 효과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 끓는점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상용 원자로에서는 물에 압력을 가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이외에 원자로에는 방사선이나 일부 중성자들이 원자로 밖을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차폐제 및 노심의 연료 및 구조물들을 고정시키는 구조재 등이 있다.

원자로는 1942년 연구 목적으로 페르미(Enrico Fermi)에 의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 이후 세계 2차 대전을 거치면서 평화적(군사적) 목적으로 많이 건설되었는데 이를 1세대라 칭한다. 이후 1950~60년대에는 현대의 상업용 발전로 형태인 제2세대 원자로가 건설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발전소가 2세대에 해당한다.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이 용융(meltdown)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 중 5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업 원자로 역사상 매우 심각한 사고였다. 이후 구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 SSR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체르노빌 참사라 불리는 원자로 폭발이 발생해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난다. 여러 사고로 인한 원자로의 심각한 위험성이 대두되면서, 이후 1990년대 이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3세대로 불리는 원자로는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뿐만 아니라 경제성 또한 개선되었으며, 이후에도 안정성 및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원자로의 핵반응은 아직까지 핵분열에 의해 열에너지를 얻는 열중성자로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핵분열 원자로의 종류이다. 반면 세계 각국에서는 반응 후 방사성 물질을 생성하지 않으며,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연료로 하는 핵융합 반응로를 개발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라는 이름으로 핵융합 원자로를 2007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2016년에는 고성능 모드로 알려진 H-mode(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70초 유지하면서 ‘세계 최장’ 이라는 기록을 달성하였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핵융합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7 개국(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한국, 중국, 인도)이 참여하여 건설 중인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이다. 그러나 핵융합 원자로는 상업적으로 운용하기에는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 있어, 현재까지는 실험적 목적을 위해 운용되고 있다.

그림 2: 소형모듈원전(SMR)의 개요도 ()

반면 개발 및 상용화의 역사가 더 깊은 핵분열 원자로의 경우, 현재 잠수정의 동력원으로 사용될 만큼 소형화 되었다. 작은 반응로에서도 핵분열 반응을 안전하게 조절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를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줄여서 SMR이라 부른다 (그림2).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의한 300M We급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이야기하며, 미국이 함정과 잠수함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원자로에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소형모듈원전은 기존의 원자로와 달리 노심을 냉각하기 위해 공기로만 자연 냉각이 가능하며, 기존에 주요모듈이 대형배관으로 연결된 모습과 달리 하나의 용기 안에 모두 내장된 일체형의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냉각을 위해 해안이나 물이 풍부한 지역이 아닌 내륙에 설치가 용이하며, 설치 공간에도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은 편이다 또한 모듈화된 구조는 안정성에 있어서도 이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형 원자로는 에너지가 부족한 인구가 작은 소외 지역에서 그리고 냉각을 위해 물이 풍부하지 않은 내륙지역에서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슷한 종류의 소형 원자로 계열로 대한민국에서는 스마트 원자로(System-integraed Modular Advanced ReacTor, SMART)를 개발하였다. 뿐만 아니라 NASA와 같은 우주항공관련 기관에서는 소형 원자로를 우주상에서 장기간 장거리 임무수행 가능한 효율적인 우주 로켓 동력원의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폭발위험이 있는 로켓에서 사고가 일어날 경우 핵물질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위험이 존재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핵추진 로켓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