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사

공동대사

[ Cometabolism ]

미생물이 생장기질이 있는 상태에서 특정 비생장기질을 화학적으로 일부 전환시키는 현상을 공동대사라고 한다. 생장기질(growth substrate)과 비생장기질(non-growth substrate)은 각각 미생물의 생장과 증식에 필요한 탄소원과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이다.

목차

공동대사 개념의 정립 과정

공동대사의 개념은 1958년 메탄을 먹고 자라는 메탄영양세균 가운데 하나인 Pseudomonas methanica 연구 과정에서 출발했다. 이 세균은 메탄1산소첨가효소(methane monooxygenase)를 이용하여 메탄 산화를 시작하는데, 이때 에탄과 프로판의 산화가 함께 일어나는 것이 발견되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에탄과 프로판이 각각 아세트산과 프로피온산으로 산화된 후 더 이상 대사되지 않는 사실을 알아내고, 생장기질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비생장기질을 산화하는 현상을 "공동산화(co-oxidation)"라고 명명했다. 이후 탈할로겐화(dehalogenation)를 비롯하여 산화 반응이 아닌 여러 사례가 발견되면서, 개념의 확장과 함께 공동산화는 "공동대사"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정리해 보면 공동대사란, 성생기질이나 다른 대사 가능 물질이 존재할 때 그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에 의해 비생장기질이 전환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동대사는 해당 미생물의 생장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공동대사와 생체이물(xenobiotics)

지속적으로 환경에 유출되고 있는 유기화합물의 양과 종류에 비해서 환경에 축적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물질이 미생물의 생장기질로 이용되거나 공동대사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화합물, 특히 인공합성 화합물 또는 생체이물(xenobiotics)은 잘 분해되지 않아 오랫동안 환경에 남아있으면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이러한 난분해성은 생물학적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즉, 미생물이 화합물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 체계가 없는 경우와 화합물이 미생물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다. 자연 환경에서 미생물 생장 및 증식을 위한 대사과정을 통해 분해되는 유기화합물의 양과 공동대사에 의한 것을 측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생물의 생장에 기여하지 않는 화합물 대부분이 분해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공동대사는 난분해성 환경오염물질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공동대사에 의해 일단 표적 화합물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면, 이후 여러 다른 미생물들이 변성된 화합물을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분해하여 독성을 저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공동대사는 생물복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동대사를 이용한 대표적인 생물복원 사례로는 TCE(trichloroethylene, 트리클로로에틸렌) 분해를 들 수 있다. 메탄영양균은 유산소 조건에서 TCE를 비롯하여 염소로 치환된 여러 지방족화합물들을 공동대사한다. 실제로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TCE로 오염된 지하수에 공기와 함께 메탄올과 같이 저렴하고 다루기가 용이한 생장기질을 적당량 주입하여 TCE를 성공적으로 제거한 사례가 여럿 있다.

메탄1산소첨가효소에 의한 TCE 공동대사 과정 (그림: 이한주/서울대)

장내미생물과 공동대사

최근들어 공동대사는 인체 건강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장내미생물이 숙주가 섭취한 다양한 화합물 가운데 일부를 대사하는 과정에서 화합물의 독성이 생기거나 증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8년 중국에서 발생한 "멜라민 분유 사태"는 물욕에 눈이 먼 인간 군상의 추악한 모습뿐만 아니라 장내미생물에 의한 화학물질 전환의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멜라민(melamine)은 각종 플라스틱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원료 물질인데, 질소 함량이 높은 화합물이다. 질소 함량 분석을 통해 분유의 단백질 함량 계산을 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업자들이 우유 단백질 대신 값싼 멜라민을 분유에 첨가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서 무려 30만명 이상의 아기가 신장 결석으로 고통을 받았고, 이 가운데 최소 6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

2013년 이 비극적 사고에 장내미생물이 관여되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아기 장내미생물 가운데 하나인 Klebsiella terrigena라는 세균이 멜라민을 암모니아와 시아누르산(cyanuric acid)으로 분해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아누르산은 다른 영양분과 함께 창자에서 혈액으로 흡수되어 신장에 도달했고, 거기서 멜라민과 복합체를 형성해 신장 결석을 일으킨 것이었다. 따라서 장에 이 문제의 세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아기들은 멜라민 분유를 먹었더라도 신장 결석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일한 화합물이라도 장내미생물의 조성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요컨대 특정 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장내미생물의 화합물 대사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공화합물의 인체 안전성을 확증할 수도 없다. 인공화합물의 (공동)대사에 관여하는 장내미생물의 효소와 그 작용이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 규명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기능유전체학과 생물정보학 등 첨단 생명과학기술을 동원하여 이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장내미생물에 의한 생체이물 (공동)대사 과정에 대한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적 수준의 이해는 맞춤형 의약품 및 식단과 신뢰할 수 있은 독성 영향 평가 방법, 신약 등의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이런 연구는 각종 식품첨가제와 약물 등 다양한 인공화합물은 소비하는 현대인의 건강 복지에 필수적이다.

장내미생물 (공동)대사에 의한 화합물 전환 (그림: 이한주/서울대)

집필

김응빈/연세대학교

감수

김근필/중앙대학교

참고문헌

  1. Dalton, H. and Stirling, D.I. 1982. Co-metabolism. Philos. Trans. R. Soc. Lond. B Biol. Sci. 297, 481-496.
  2. Koppel, N., Maini, Rekdal V., and Balskus, E.P. 2017. Chemical transformation of xenobiotics by the human gut microbiota. Science 356, 6344.
  3. Li, H. and Jia, W. 2013. Cometabolism of microbes and host: implications for drug metabolism and drug-induced toxicity. Clin. Pharmacol. Ther. 94, 574-581.
  4. Zheng, X., Zhao, A., Xie, G., Chi, Y., Zhao, L., Li, H., Wang, C., Bao, Y., Jia, W., Luther, M., Su, M., Nicholson, J.K., and Jia, W. 2013. Melamine-induced renal toxicity is mediated by the gut microbiota. Sci. Transl. Med. 5, 172ra22.

동의어

공동대사(cometabolism), cometabolism, 공동대사, Cometabo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