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타이탄

[ Titan ]

그림 1. 카시니 탐사선에서 바라본 타이탄. 두터운 대기 때문에 지표면은 보이지 않는다.(출처: )

타이탄의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이다. 태양계 위성 가운데 유일하게 두터운 대기와 액체로 된 호수를 갖고 있다. 다양한 탄화수소화합물과 나이트릴, 소량의 산소화합물이 발견되면서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목차

크기

타이탄은 1655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가 발견했다. 처음에는 단지 그 존재만이 알려져 있다가 19세기 들어 태양계에서 수많은 위성들이 발견되면서 영국(독일 출신) 천문학자 허셜(Herschel)의 제안에 따라 1848년부터 이름을 갖게 됐다. 타이탄이라는 이름은 신화 속 거인족에서 따온 것으로, 당시에는 타이탄이 태양계의 위성들 중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들 가운데 두드러지게 큰데, 두 번째로 큰 레아(Rhea)는 타이탄의 30%에 불과하다. 태양계 위성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타이탄이 아니라 목성의 가니메데(Ganymede)인데, 두 위성의 크기 차이는 약 110 km 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니메데와는 달리 타이탄이 두터운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에는 타이탄이 가니메데보다도 더 크다고 생각되었다.

지표면의 크기는 1980년 보이저(Voyager) 탐사선 1호가 타이탄에 근접했을 때에야 알려졌는데, 전파관측으로 지름이 5,150 km로 측정됐다. 지구에서 볼 때 타이탄의 각지름은 약 0.8″이다.

궤도

타이탄은 토성으로부터 그 반지름의 20배가량 떨어진 곳에서 15.8일에 한 번 꼴로 토성 주위를 돌고 있으며, 지구의 달처럼 토성 주위를 동주기 자전하고 있다. 궤도경사각은 토성과 0.3º 이내로 일치하지만, 토성의 궤도경사각은 약 27º이기 때문에, 토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29.5 년 동안 지구와 비슷한 계절변화를 겪는다.

토성 시스템은 태양으로부터 10 AU 떨어져 있으며, 근일점과 원일점의 거리 차이가 약 1억 5천만 km로 지구-태양 평균거리에 달한다. 공전하는 동안 태양빛의 세기는 약 20 %까지 변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변화가 지구에서보다 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타이탄의 표면온도는 약 94 K, 대기온도는 70-180 K로 낮기 때문에 얼음이 많아 평균밀도가 1.88 g/cm3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

타이탄은 태양계 위성 가운데 유일하게 제대로 된 대기를 가지고 있다. 대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19세기 초반부터 예측되었지만 1944년 독일계 미국인 천문학자 카이퍼(Gerard Kuiper)가 토성의 다른 위성들과는 달리 타이탄의 스펙트럼에서만 메테인(CH4) 기체의 흡수선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그 존재가 확증됐다.

대기는 지구와 유사하게 대부분 질소(N2)로 이루어져 있고, 두 번째로 많은 분자는 수 퍼센트를 차지하는 메테인(CH4)이다. 메테인은 지구의 물과 같이 기체, 액체, 얼음 상태로 그 형태를 달리하면서 대기와 지표면을 순환한다.

타이탄 대기 상층부에서 질소분자와 메테인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에 의해 연속적으로 분해, 재결합을 반복하면서 아세틸렌(C2H2), 프로페인(C3H8), 시안화수소(HCN)와 같은 다양한 탄화수소화합물(hydrocarbon)과 나이트릴(nitrile)을 만들어내며, 이러한 물질들이 먼지 등과 결합해 연무 입자로 성장하게 된다. 그 외에도 수증기(H2O),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와 같은 산소화합물이 미량 존재한다.

표면기압은 지구의 1.5배에 달한다.

대기 구조

그림 2. 타이탄과 지구의 대기의 수직 구조 비교(출처: 심채경, 2014)

타이탄의 대기권은 지구와 유사하게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나뉘며,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았다가 성층권에서는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중간권과 열권에서 반복된다.

지구에서 성층권의 온도를 가열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오존(O3)에 의한 자외선의 흡수라면, 타이탄에서는 성층권의 연무 입자들이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흡수해 이와 같은 온도의 역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타이탄은 지구보다 표면중력이 낮기 때문에 대기의 구조는 지구에서보다 더 높은 고도에까지 펼쳐져 있는데, 타이탄의 크기와 비교하면 더욱 두터운 분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타이탄을 관측하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대기를 투과해야 하는 길이가 현저하게 길어져 빛이 대기에 의한 흡수를 더 많이 겪게 된다. 주변보다 어둡게 보이는 주연감광(limb darkening)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연무

타이탄의 가장 큰 특징은 전 구(球)를 뒤덮고 있는 황토색 연무(haze)다. 연무는 매우 작은 입자가 고르게 분포하며 구름보다는 가시거리가 길다. 지구의 경우와 비교하면 구름과 안개의 중간 정도로, 우리나라 봄철의 황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구름보다는 덜 불투명하지만 타이탄의 연무는 지표에서부터 고도 약 240 km에 이르는 매우 두터운 층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지표면을 볼 수 없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타이탄의 연무를 구성하는 미지의 물질을 톨린(tholin)이라고 이름붙였으며, 오늘날에는 다양한 탄화수소화합물과 미세한 먼지 입자의 집합체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림 3. 타이탄의 연무 생성 개념도. 타이탄 대기의 상층부에서 질소분자와 메테인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에 의해 연속적으로 분해, 재결합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탄화수소화합물과 나이트릴을 만들어내며, 이러한 물질들이 먼지 등과 결합해 연무 입자로 성장하게 된다.(출처: )

표면

그림 4. 하위헌스 호가 타이탄 표면에 착륙한 뒤 찍은 주변의 모습.(출처: )

타이탄의 표면에는 산과 강, 호수, 암석 등이 있고, 아랍의 사막에서 볼 수 있는 물결치는 듯한 모습을 띤 지형도 보인다. 다만 그러한 물결 모양의 지형을 이루는 주요 성분은 지구의 모래와는 달리 짙은 색의 탄화수소입자로 뒤덮인 얼음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입자는 대기 상층부에서부터 연무 입자들처럼 생성되며 하강하다가 비가 되어 표면에 내릴 것으로 생각된다.

강과 호수의 주요 성분은 액체상태의 에테인과 메테인으로, 이들은 지구의 물처럼 증발해서 구름을 만들고 다시 비가 되어 표면으로 떨어지는 순환과정을 반복한다.

그림 5. 타이탄 표면의 바다와 호수(출처: )

내부 구조

타이탄의 지각 아래에는 소금기가 있는 물의 층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토성의 또다른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와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아래에는 암석과 뒤섞인 얼음층이, 가장 안쪽에는 함수 규산염(hydrous silicate)으로 이루어진 내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의 바다가 존재한다는 점은 타이탄을 유력한 외계생명체 거주 후보지역으로 생각하는 또하나의 강력한 근거로 지목된다.

그림 6. 타이탄의 내부 구조 예상도(출처: )

카시니-하위헌스호

그림 7. 타이탄 표면에 내려앉는 하위헌스 호(출처: )

파이오니어(Pioneer) 11호와 보이저(Voyager) 1, 2호는 근접비행(flyby)하는 며칠의 짧은 기간 동안만 타이탄을 탐사할 수 있었다. 이후 1997년 10월 카시니(Cassini) 탐사선이 토성 궤도를 향해 발사되었다. 카시니는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한 이래 2017년 4월까지 토성과 주변 위성들을 집중적으로 관측한 첫 탐사선이다.

카시니는 하위헌스(Huygens)라는 탐사정(probe)을 싣고 떠났으며, 토성궤도에 진입한 지 반년 후인 2004년 12월, 타이탄에 고도 1,270 km까지 접근해 탐사정을 분리, 표면에 떨어뜨렸다. 하위헌스는 방열판과 낙하산을 이용해 하강하는 동안 대기의 측광·분광 자료를 얻고 낙하 후 표면의 사진을 찍었다.

그림 8. 하위헌스 호가 탐사선을 떠나 타이탄 표면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