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절기

[ Solar term ]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등지에서 계절을 표시하기 위해 1년을 황경을 따라 15° 간격으로 24등분하고 태양의 위치에 따라 부른 것을 말한다(그림 1 참조). 고려 충렬왕 시기에 중국에서 도입되었다. 절후 혹은 시령이라고도 한다. 절기와 절기 사이는 대략 15일이며 태음태양력에서 계절과 맞추기 위해 19년에 7번 윤달(leap month)을 넣는다. 24절기는 절과 중으로 분류되는데 홀수 번째 절기는 절이고 짝수 번째 절기는 중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만 의미가 있고 나머지 20개에 대응하는 용어는 없다. 태양의 적위가 황경에 선형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24절기에 따라 태양의 남중고도가 일정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24절기는 중국의 신청으로 2016년 12월 1일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림 1. 24절기.(출처: 장헌영/이지원/천문학회)

목차

24절기 날짜

표는 각 절기에 해당되는 날짜와 그 때 태양의 황경을 나타낸 것이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사용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음력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24절기는 음력이 아니다. 태양의 위치 변화(황경상)와 관련되므로 '양력' 날짜가 고정되어 있다.

황경 이름 날짜
315° 입춘(立春) 2월 3일 혹은 2월 4일
330° 우수(雨水) 2월 18일 혹은 2월 19일
345° 경칩(驚蟄) 3월 5일 혹은 3월 6일
춘분(春分) 3월 20일 혹은 3월 21일
15° 청명(淸明) 4월 4일 혹은 4월 5일
30° 곡우(穀雨) 4월 20일 혹은 4월 21일
45° 입하(立夏) 5월 5일 혹은 5월 6일
60° 소만(小滿) 5월 20일 혹은 5월 21일
75° 망종(芒種) 6월 5일 혹은 6월 6일
90° 하지(夏至) 6월 21일 혹은 6월 22일
105° 소서(小暑) 7월 6일 혹은 7월 7일
120° 대서(大暑) 7월 22일 혹은 7월 23일
135° 입추(立秋) 8월 7일 혹은 8월 8일
150° 처서(處暑) 8월 22일 혹은 8월 23일
165° 백로(白露) 9월 7일 혹은 9월 8일
180° 추분(秋分) 9월 22일 혹은 9월 23일
195° 한로(寒露) 10월 8일 혹은 10월 9일
210° 상강(霜降) 10월 22일 혹은 10월 23일
225° 입동(立冬) 11월 7일 혹은 11월 8일
240° 소설(小雪) 11월 22일 혹은 11월 23일
255° 대설(大雪) 12월 7일 혹은 12월 8일
270° 동지(冬至) 12월 21일 혹은 12월 22일
285° 소한(小寒) 1월 5일 혹은 1월 6일
300° 대한(大寒) 1월 20일 혹은 1월 21일

24절기와 계절

옛날 중국에서는 춘분점에서 출발하여 황도를 따라 30° 간격으로 12개의 점을 찍고 태양이 각 점을 통과하는 순간을 중이라고 하였다. 중 사이에 황경 15°, 45° 등의 점을 태양이 통과하는 순간을 절이라 하였다. 중과 절을 합쳐 24절기라 하였으며 계절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 달력에 표시하였다. 절기가 계절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4계절은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등 4립의 날에서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절기의 이름이 중국 주나라 때 화북 지방의 날씸에 맞춰지어졌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24절기를 현대 동아시아 전역에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4절기의 의미와 풍속

그림 2. 새 봄을 새롭게 맞이한다는 각오로 대문에 붙이는 입춘축.(출처:GettyimagesKorea)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자 24절기 가운데 첫 절기이다. 농경 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으며 일년 동안 대길하기를 기원하는 의례를 베푸는 풍속이 있다.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의미인 우수가 지나면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도 있듯이 완연한 봄이라고 생각한다. 경칩은 농사를 준비하는 절기이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였고, 보리 싹의 성장을 보며 그 해 농사를 예측 하기도 한다. 양이 정동에 음이 정서에 있으므로 음양이 서로 반반인 춘분에는 날씨를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과 수한을 점치기도 하였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은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일 수 있다.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특별히 택일을 하지 않고도 이날 산소를 돌보거나 집수리 같은 일들을 하기도 한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가 되면 농사에 가장 중요한 볍씨를 담근 후 볍씨를 담아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는 풍습이 있다.

여름

입하는 여름이 시작을 알려주는 절기이다. 입하가 되면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기 시작한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인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는 시기이다. 망종은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의미이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겹쳐 바쁜 편이다. 하지는 천문학적으로 일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다. 보통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데 장마 대비에 바쁜 시기이다.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네기도 하였다. 소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농가에서는 모를 낸 뒤 소서 때에 논매기를 시작 하였다. 대서는 대게 중복이 끝난 후이다. 더위를 피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정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다.

가을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인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조정에서는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를 올렸다.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인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지고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진다.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여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도 한다.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의미인데 다른 때보다 한가하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흰 이슬이라는 뜻의 백로라는 이름은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 등에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하였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을 실감하게 된다.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는데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했다. 한로는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한로는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고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인 상강 시기는 농사력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기에 겨울 준비로 바쁘다.

겨울

예전에는 입동을 전후하여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하여 김장을 하기 시작한다.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했다. 소설 무렵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날씨가 추워지는데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 된다고 생각했다. 대설은 농사일이 한가한 시기이다.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동지를 흔히 아세 또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소한 추위는 맵다. 대한은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으며 24절기의 매듭을 짓는 절기이다. 중국에서는 소한 지나 대한이 일년 가운데 가장 춥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소한 무렵이 가장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