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식물

기생식물

[ parasitic plant ]

기생식물은 살아있는 다른 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생활하는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스스로 생성하는데, 기생식물은 광합성은 전혀 하지 않고 모든 영양분을 다른 식물(숙주식물)로부터 얻거나 스스로 광합성을 하면서도 다른 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추가로 얻는다. 기생식물은 변형된 뿌리인 흡기(haustoria)를 가지고 있다. 흡기는 숙주식물에 침투하여 기생식물과 숙주식물의 관다발을 연결해 준다. 이 때 두 식물 간에 물관부와 체관부가 모두 연결되기도 하고 어느 한 부분만 연결되기도 한다. 흡기를 통해서 기생식물은 숙주식물의 영양분과 수분을 얻는다. 기생식물은 현화식물에서만 나타나고, 약 20개 과에서 4,500종 정도가 있다.1)

목차

기생식물의 유형

기생식물의 생활방식은 현화식물에서 최소한 12-13번 독립적으로 진화했으며,2) 다양한 방식으로 그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1. 숙주식물에 기생하는 위치에 따라서 줄기에 기생하는 기생식물과 뿌리에 기생하는 기생식물로 구분할 수 있다. 줄기에 기생하는 기생식물은 겨우살이과의 겨우살이(Viscum)속이나 메꽃과의 새삼속(Cuscuta)의 식물들처럼 흡기가 숙주식물의 줄기에 형성되는 경우이다. 반면 뿌리에 기생하는 식물은 가장 흔하며, 열당과(Orobancaceae)의 식물이 대표적이다.

2. 숙주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는 의존 정도에 따라서 전기생식물(holoparasite)와 반기생식물(hemiparasite)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생식물은 엽록체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며 숙주식물로부터 모든 영양분을 흡수해서 생활한다. 전기생식물은 발아하여 꽃을 피우고 종자를 맺는 생활사의 모든 단계에서 숙주식물이 필요하다. 반기생식물은 엽록체가 있어서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며, 숙주식물로부터 흡기를 통해 물과 양분을 얻는다. 일부 반기생식물은 숙주식물이 없어도 생활사를 완성할 수 있다. 일부 기생식물의 경우, 전기생식물과 반기생식물의 중간형태를 띠기도 한다.

3. 기생식물이 반드시 숙주식물에 기생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에 따라서 임의기생식물(facultative parasite)와 절대기생식물(obligate parasite)로 구분할 수 있다. 임의기생식물은 숙주식물과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스스로 광합성을 해서 생활할 수 있어 생식도 가능하지만, 주위에 숙주식물이 있고 조건이 적절하면 기생을 하는 식물이다. 반면 절대기생식물은 생활사를 모두 완성하기 위해서 숙주식물이 반드시 있어야하는 식물이다. 따라서 전기생식물은 절대기생식물(obligate parasite)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생식물의 분류학적 분포

기생식물은 현화식물에서 독립영양을 하는 조상 분류군으로부터 진화하였다. 기생생활은 최소한 12-13개의 분류군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현상으로 다양한 분류군에서 기생식물이 분포한다. 특정한 과의 모든 구성원이 기생식물인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경우가 열당과와 라플레시아과이다. 반면, 새삼속과 카시아속은 각각 메꽃과와 녹나무과에 속하는 속이며, 이들은 과 내에다른 근연속은 독립영양을 하지만 이들 속은 기생생활을 하는 종들로 구성된 분류군이다. 단향목은 철청수과 (Olacaceae), 오필리아과 (Opiliaceae), 겨우살이과 (Loranthaceae), 미소덴드론과 (Misodendraceae), 단향과 (Santalaceae)를 포함하는 핵심진정쌍자엽식물군(core eudicots)의 분류군으로서 가장 많은 수의 기생식물을 포함하고 있고, 목 수준에서 기생식물을 포함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향목, Santalales (149속 2101-2114종)

열당과, Orobancaceae (90속, 1800종)

레노아과, Lennoaceae (2속, 5종)

미트라스테모나과, Mitrastemonaceae (1속, 2종)

발라노포라과, Balanophoraceae (17속, 43-44종)

라플레시아과, Rafflesiaceae (3속 19종)

아포단테스과, Apodanthaceae (3속, 23종)

크라메리아과, Krameriaceae (1속, 18종)

키티누스과, Cytinaceae (2속, 7-11종)

쇄양과, Cynomoriaceae (1속, 2종)

히드노라과, Hydnoraceae (2속, 15-18종)

녹나무과, 카시아속, Cassytha (1속, 16종)

메꽃과, 새삼속, Cuscuta (1속, 145종)

우리나라에 자라는 기생식물

한반도에는 겨우살이과(참나무겨우살이, 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메꽃과(새삼, 실새삼, 갯실새삼) 및 열당과(야고, 오리나무더부살이, 개종용, 초종용, 가지더부살이)의 3과에 12종이 분포한다.

겨우살이과의 겨우살이는 참나무, 팽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와 자작나무와 같은 낙엽활엽수에 기생하고, 꼬리겨우살이는 참나무와 밤나무에 기생한다. 남부지방에 자라는 동백나무겨우살이는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모새나무와 사철나무에 참나무겨우살이는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와 육박나무에 기생한다.

메꽃과의 갯실새삼은 흔히 바닷가의 순비기나무에 기생하며, 새삼과 실새삼은 다양한 목본식물에 기생한다.

열당과의 야고는 제주도의 억새에 기생한다. 제주도에서 억새를 이식하여 심은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에서 야고를 볼 수 있다. 오리나무더부살이는 두메오리나무에 기생하고, 개종용은 울릉도의 너도밤나무에, 초종용은 바닷가에 자라는 쑥속(Artemisia)의 식물에 기생한다.

수정난풀과의 수정난풀과 구상난풀은 엽록체가 없어서 기생식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이들은 죽은 생물체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여 생활하는 부생식물(saprophyte)이다.

억새에 기생하는 야고. (출처:오상훈)

쑥에 기생하는 초종용. (출처:오상훈)

울릉도의 너도밤나무에 기생하는 개종용. (출처:오상훈)

참나무와 같은 낙엽활엽수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출처:오상훈)

수정란풀과의 수정란풀. 엽록체가 없어 기생식물로 인식하기 쉬우나, 생물체의 부산물을 흡수해 생활하는 부생식물이다. (출처:오상훈)

기생식물의 지리적 분포

기생식물은 북극과 남극의 가장 추운 지역을 제외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분포한다. 열당과의 Pedicularis dasyantha는 북극 지역의 스발바드군도의 북위 80˚까지 분포한다. 기생식물의 대다수의 종은 열대우림 지역에 분포하나, 열대우림 지역의 종 다양성이 높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기생식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열지우림의 임상에는 빛이 잘 들지 않기 때문에 라플레시아과의 여러 종과 같은 비광합성 기생식물이 흔하다. 하지만 기생식물은 빛이 생장의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초지, 사바나, 건조한 아관목 지대 등에서 종다양성이 높다.

경제적인 영향

기생식물은 숙주식물로부터 물과 양분을 얻지만 숙주식물은 기생식물로부터 도움을 얻지 못한다. 열당과의 Striga속과 Orobanche속의 식물과 같은 일부 기생식물은 농업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Striga속은 아프리카의 곡류와 콩류를 재배하는 지역의 5천만 헥타르를 감염시켜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3) Striga속의 거의 대부분의 종은 벼, 옥수수 등의 곡물을 포함하는 벼과식물에 특이적으로 기생한다. Orobanche속의 기생식물은 콩과의 여러 작물, 토마토, 감자, 당근, 해바라기, 십자화과 식물에 기생한다. 유럽 지역에서 Orobanche의 기생으로 인해 생산량이 20-100%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식물이 농작물에 퍼지면 제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한 것을 감내하거나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이집트의 나일강 지역에서는 한 때 잠두(faba bean)가 널리 재배되었으나 기생식물의 감염으로 인해 더 이상 재배하지 않고, 지금은 전량 유럽에서 수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새삼과 실새삼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겨우살이에서 항암성분이 있음이 밝혀진 바 있고,4) 차로 우려 마신다.

새삼 (출처: 한국식물학회, 안진흥)

참고문헌

1. Nickrent DL, Musselman LJ (2004) Introduction to Parasitic Flowering Plants. The Plant Health Instructor, Updated 2016
2. Westwood JH, Yoder JI, Timko MP 등 (2010) The evolution of parasitism in plants. Trendsd in Plant Science, 15: 227-235
3. Ejeta, G.; Gressel, J. (2007) The Striga scourge in Africa: a growing pandemic. In Integrating New Technologies for Striga Control: Towards Ending the Witch-hunt. World Scientific Publishing Co., 3-16
4. Yoon TJ, Yoo YC, Choi OB 등 (1995) Inhibitory effect of Korean mistletoe (Viscum album coloratum) extract on tumour angiogenesis and metastasis of haematogenous and non-haematogenous tumour cells in mice. Cancer Letter, 97: 8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