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생물다양성

[ biodiversity ]

생물다양성은 보통 ‘어떤 지역의 유전자, 종, 생태계의 총체’로 이해되지만, 좀 더 자세한 정의로는 1989년 세계자연보호재단이 규정한 ‘수백만 여 종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이 가진 유전자, 그리고 그들의 환경을 만드는 생태계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이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풍요로움’ 이 있다. 모두 생명 현상의 다양함에 대한 개념이며 보통 유전자, 종, 생태계 수준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분자 수준까지 덧붙이기도 한다. 이전에는 영어로 ‘natural diversity’ 또는 ‘biological diversity’로 써오다가 1989년 저명한 생태학자 윌슨(Edward O. Wilson)이 ‘biological diversity’를 간단하게 줄인 ‘biodiversity’를 책 제목으로 쓰면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목차

생물다양성의 네 가지 수준

생물다양성은 보통 분자, 유전자, 종, 생태계 수준 등 생명 현상의 모든 수준에서의 다양성을 모두 나타내는 개념이다.

생물다양성은 생태계, 종, 유전자, 분자 수준에서의 다양성을 모두 나타낸다. (출처:한국식물학회)

생태계다양성

지구상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자연생태계는 크게 육상생태계와 수생태계로 나뉘는데 육상생태계는 다시 식생에 따라 열대우림, 열대초원(사바나), 지중해성 관목림, 온대 활엽수림, 온대초원, 냉대 침엽수림, 툰드라 등으로 나누고, 수생태계는 호수, 습지, 하천과 강, 하구, 조간대, 대양, 산호초 등으로 구분한다. 생태계의 다양성은 이러한 구분에 그치지 않고 각 생태계 유형 안에서도 각 장소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생태계에서 진화해온 생물 종이 각기 다른 것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비슷한 유형의 생태계(예를 들면 사막생태계)라 하더라도 그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들이 똑같지 않다. 각 지역의 자연 생태계는 모두 고유한 생태계이고 동일한 생태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또 어떤 생태계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놓는 것도 불가능하다.

종다양성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생물다양성의 수준은 종다양성(species diversity)이다. 이는 어떤 지역에 생물 종이 얼마나 있으며 여러 종들이 고루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지금까지 계통분류학자들에 의해 알려진 종은 약 165만 종정도이다. 이 중 95만여 종이 곤충이고 식물이 36만여 종, 척추동물이 6만 종쯤 된다. 곤충 중에서 딱정벌레목(Coleoptera)은 40만여 종에 달하여 알려진 종의 약 25%에 이를 만큼 종다양성이 가장 높은 분류군이다. 알려진 종다양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다양성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특히 세균과 고세균 영역은 DNA 상으로 매우 다름에도 불구하고 작은 크기 때문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류군이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에 따르면 추정된 생물 종의 수는 곤충이 1000만여 종, 세균이 100만여 종, 진균류 150만여 종, 식물 40만여 종 등 약 1400만여 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에서 2015년까지 발굴되어 목록화된 생물의 종 수는 총 45,295종이고 이 중 한반도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은 2,243종으로 전체 생물 종의 4.95%이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지정된 종은 1급 51종, 2급 195종으로 총 246종이다.

2015년 현재 지구 상 및 남한에서 알려진 각 분류군별 생물다양성 현황.  총 생물 종수는 2015년 현재 지구 전체에서 1,648,976종이며 남한에서는 총 45,295종이다.  자료 출처: 국가생물다양성센터. 2016. 2015 국가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 (출처:한국식물학회)

유전자다양성

최근 DNA 수준의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면서 한 종 안에도 다양한 유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런 유전자 수준에서의 생물다양성을 유전자다양성(genetic diversity)이라고 한다. 사람의 경우 DNA 정보를 이용하여 친자 확인 소송이 가능한 것도 사람이라는 종 내에 개체 단위로 판별이 가능할 만큼 유전자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유전자 왕래가 적은 개체군의 경우 다른 개체군과 상당히 다른 유전자 조성을 보일 수도 있다. 유전자다양성이 높으면 전염병이 돌거나 물리적 환경이 극단적으로 변하더라도 다양한 개체 중 살아남는 개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다양성은 멸종 위기종을 보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어떤 종이 수십 마리 정도로 숫자가 줄었다가 보전 노력을 통해 다시 개체군 크기, 즉 개체수가 늘어난 경우 개체수가 회복되기 이전의 얼마 되지 않는 개체들의 유전체가 그대로 복사되어 유전자다양성이 매우 단순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병목 효과(bottleneck effect)’라고 한다. 북방코끼리물범(Northern elephant seals)은 1890년대에 30마리 정도로 멸종 위기에 몰렸으나 다시 숫자가 불어나 현재는 수십만 마리에 이르고 있지만 유전자다양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들소(European bison)와 미국들소(American bison), 대왕판다(giant panda) 등도 이러한 병목효과를 보이고 있는 종들이다. 어떤 종을 멸종 위기로부터 보전하려면 개체수를 늘리는 일뿐만 아니라 그 종의 유전자다양성도 높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자다양성

3-4년된 야생 인삼(왼쪽)과 4년된 재배 인삼(오른쪽).  야생과 재배 인삼의 유전형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성분은 매우 다르다.  (출처:우아영)

최근에는 분자 수준의 생물다양성 개념이 대두되었다. 분자 다양성이란 생물에서 발견되는 분자들의 다양함을 의미한다. 캠벨(A. K. Campbell)에 따르면 세 가지 유형의 분자다양성이 있다.1) 첫 번째 분자다양성은 동일한 분자를 다양한 과정에 이용하는 것이다. 칼슘 이온은 근세포에서 근육의 수축을 일으키는 신호가 되지만 신경세포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하는 신호가 된다. 두 번째 분자다양성은 같은 생명 현상에 대해 다양한 분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초식을 당하는 식물이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2차대사산물을 만드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세 번째 분자다양성은 동일한 분자의 효과가 세포가 달라지면 다른 효과를 이끄는 것을 말한다. 특정 뉴런의 활동 전위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신호전달물질의 역치가 다른 세포에서는 달라지는 것이 그 예가 된다. 분자다양성은 개체나 종마다 그리고 같은 개체 안에서도 기관이나 생장 상태, 서식·생육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각 생물이 가진 유전형이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서로 다른 표현형을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산에서 자라는 야생인삼(산삼)과 조직배양된 야생인삼, 그리고 재배되는 인삼의 성분은 큰 차이를 보이는 데 물질의 종류와 조성이 매우 다를 수 있다. 또한 곤충의 섭식을 당하는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의 성분도 매우 다르다. 일반적으로 야생 식물에 비해 재배 식물의 분자 다양성은 떨어진다.

참고문헌

1. Campbell AK (2003) Save those molecules! Molecular biodiversity and life. J Appl Ecol, 40: 193-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