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적 역설

인식적 역설

[ Epistemic Paradoxes ]

요약 철학 용어로, 지식의 개념이 일관적이지 않음을 보이는 여러 난제를 말한다.

인식적 역설이란 지식의 개념이 일관적이지 않음을 보이는 여러 난제로, 정당화, 합리적 믿음, 증거에 대한 다양한 개념에 대한 모순점들을 밝힌다. 대표적으로 깜짝 시험의 역설, 서문의 역설, 알 수 있음의 역설, 복권의 역설이 있다.

깜짝 시험의 역설

선생님이 다음주 월요일에서 금요일 중 하루에 깜짝 시험을 볼 것이라는 공지를 내렸다고 가정하자. 금요일에 깜짝 시험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만약 목요일까지 시험을 보지 않을 경우 학생들은 금요일에 시험을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 깜짝 시험이 될 수 없다. 목요일에 깜짝 시험을 볼 수 없는 이유 역시 비슷하다. 수요일까지 시험이 없을 경우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시험을 보아야 하는데, 금요일에 시험을 볼 수 없으므로 시험은 목요일에 치러져야만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목요일에 보는 시험은 깜짝 시험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수요일, 화요일, 월요일에도 시험을 볼 수 없으며, 시험이 언제 치뤄질지 모르는 깜짝 시험의 정의상 그 어느 날도 깜짝 시험을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서문의 역설

학술적인 책이 출판되는 경우, 책을 꼼꼼히 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충분히 남아있을 가능성을 아는 작가들은 책의 서문에 주로 “오류는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라는 문장을 넣는다. 이 작가는 본인이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각각의 논증이 참이라고 합리적으로 믿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이 책에 적어도 하나의 오류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믿기 때문에 이 책에 오류가 있고 또 동시에 오류가 없다고 믿게 되어 모순이 도출된다.

인식 가능성의 역설

미국의 논리학자 프레데릭 피치(Frederic Fitch)가 구성한 이 역설은 모든 진리는 알 수 있다는 인식 가능성의 테제(knowability thesis)와 모든 진리는 알려져 있다는 전지의 원칙(omniscience principle)로 구성되어 있다. 참이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문장 p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p는 알려지지 않은 진리다”가 참이 된다. 인식 가능성의 테제에 따라 모든 진리는 알 수 있기에, 알려지지 않은 진리 역시 알 수 있다. 하지만 “p는 알려지지 않은 진리다”를 아는 순간 p는 알려지지 않은 진리가 아니게 된다. 따라서 “p는 알려지지 않은 진리이다”는 알려지면서 동시에 참일 수 없게 되며, 모순이 발생한다.

복권의 역설

천 개의 복권 중 하나의 복권만이 당첨된다고 가정하자. 이 때 첫 번째 복권이 꽝이라 믿는 것은 정당한 것 같다. 두 번째 복권 역시 꽝이라 믿는 것은 정당한 것 같다. 세 번째, 네 번째 복권 역시 그렇기 때문에 천 번째 복권 역시 꽝이라 믿는 것은 정당한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천 개의 복권 중 하나의 복권은 꽝이 아닌 복권이기에 각 복권에 대해서 꽝이라 믿는 것은 정당하지만 천 개의 복권이 다 꽝이 아니기에 믿음이 정당화되고 또 정당화되지 않는 모순이 도출된다.

역설의 의미

이러한 역설로 인해 지식의 개념이 일관적이지 않음이 밝혀졌고, 이에 대해 회의론자들은 지식 자체가 불가능하며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한다. 미국 분석철학자 (W.V.O. Quine)에 의하면 ‘안다’라는 술어는 알거나 알지 않는다는 이가(bivalence)적인 선택지만 제시하기 때문에 모순을 도출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안다’는 철학 혹은 과학에 적절한 단어가 아니며, 어떤 것을 덜 믿거나 더 믿을 수 있는, 곧 점진적인 비교가 가능한 믿음의 개념을 대신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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