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산

요약 한국계 미국 군인. 도산 안창호의 딸로서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미국 해군 최초의 여성 포격술 장교로 복무하였다.

1915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LA)에서 도산 의 3남2녀 중 셋째이자 맏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한국의 독립운동에 헌신한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LA에서 초·중학교를 거쳐 벨몬트고등학교에 진학하였으며, 고교 시절에 야구와 필드하키 등 스포츠에 재능을 보였다. 이후 LA시티칼리지(Los Angeles City College)에서는 대학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여자야구 선수로 활약하였고,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에 진학하여 사회학을 전공하고 1940년에 졸업하였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하자 아버지의 뜻을 이어 일본과 싸우기 위하여 1942년 자원 입대하여 미 해군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군인이 되었다. 당시 미국 내에 만연한 반(反)아시아 정서로 인하여 한 차례 거부당한 끝에 사관 후보생이 되었고, 1943년 성차별을 딛고 미 해군 최초로 여성 포격술 장교(Gunnery Officer)로 임관되었다. 중위로 진급한 뒤에는 해군정보국과 국회도서관에서 복무하였다. 해군정보국에 배속되었을 때에는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6개월간 암호해독 업무에서 배제되었으나 결국 능력을 인정받아 암호해독가로 활약하였다.

종전 후인 1946년에 전역하였으며, 이듬해에 아일랜드계 미국인 프랜시스 커디(Francis X. Cuddy)와 결혼하였다. 이들의 결혼은 당시 현행법으로 백인과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을 금지하던 '인종 간 금혼법(Anti-Miscegenation Law)'에 저촉되는 것이었으므로 1967년에 이 법이 폐지될 때까지 법적으로 결혼 허가를 받지 못하였다. 전역 후의 냉전 기간에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비밀정보 분석 요원으로 활동하였으며, 1959년 육아를 위하여 퇴직할 때까지 러시아 부서장으로서 300여 명의 요원을 지휘하고 국방부 및 다른 기관들과 관련된 다수의 일급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퇴직 후에는 캘리포니아 주의 파노라마 시에서 큰오빠인 안필립, 여동생인 안수라와 함께 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와 및 3·1여성동지회 활동 등 한인 교민사회의 권익 신장에 힘썼다. 선친의 기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1973년 을 건립할 때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였으며, 1983년에는 도산의 유품과 자료 등을 정리하여 독립기념관에 기증하였다. 2005년 존차(John Cha)가 저술한 일대기 《버드나무 그늘 아래 Willow tree shade；the Susan Ahn Cuddy story》가 출간되었으며, 2015년 6월 100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남성 위주의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딛고 자신의 위치를 개척한 인물로서 2006년 한인 최초로 아시안 아메리칸 저스티스 센터(AAJC)가 수여하는 '아메리칸 커리지 어워드(American Courage Award)'를 수상하였다. 2015년에는 LA카운티 정부에서 도산의 기일인 3월 10일을 '안수산의 날(Susan Ahn Cuddy Day)'로 선포하였으며, 2016년 3월에는 시사 주간지 《》이 선정하는 '이름 없는 여성 영웅(unsung women)'에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