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씨름

[ ssireum ]

대한민국 고유의 운동 경기로 두 선수가 샅바를 맞붙잡고 일정한 규칙 아래 힘과 재주를 겨루어 상대방이 발바닥 이외의 부분을 땅에 먼저 닿게하면 승리하는 경기.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고대 사회부터 씰흠을 즐겼다고 한다. 나아가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도 씨름의 흔적이 남아 있을 만큼 역사가 깊다. 조선시대에는 단오절과 중추절의 명절놀이나 각종 행사, 마을 대항전 등으로 더욱 널리 씨름이 성행했다.

문헌상 가장 오래된 씨름 관련 기록은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고려사에 등장한다. 고려 제28대 충혜왕이 나랏일을 신하들에게 맡기고 환관들과 씨름을 즐겨 조정에 상하간의 예가 무너졌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충혜왕은 격구(擊毬)와 더불어 씨름 대회를 자주 열었다고 전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씨름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중국 사신이 상대방의 허리를 잡고 겨루는 우리의 씨름을 보고 고려기(高麗技) 또는 요교(撩跤)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후 씨름이 현대식 경기로 발돋움한 것은 1927년 전후의 일이다. 일제강점기에 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강낙원, 서상천, 한진희, 강진구 등이 그 일에 앞장섰다. 그들은 1927년 조선씨름협회를 결성하는 한편, 각 지방의 씨름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함경도ㆍ평안도ㆍ황해도ㆍ경상도ㆍ강원도ㆍ충청도 지역에서는 왼씨름으로, 경기도와 전라도에서는 오른씨름으로 경기를 하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왼씨름위주로 경기 규칙을 정리해, 이후 씨름은 왼씨름으로 완전히 통합되었다.

조선씨름협회는 1927년 9월 제1회 전조선씨름대회를 서울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개최했으며, 거의 매년 정기적으로 대회를 열었다. 1946년에는 조선씨름협회가 대한씨름협회로 개편되면서 씨름 대회 명칭 역시 전국씨름선수권대회로 바뀌었다. 그러나 씨름은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혼란스러웠던 사회 분위기와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성장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그 때 한국일보사가 나서서 1959년부터 전국장사씨름대회를 6년간 개최해 우리나라 씨름의 중흥을 도모했다.

그러나 얼마 뒤 한국일보사가 그 일에서 손을 떼자 씨름은 다시 침체기에 빠져들었고, 1972년 한국방송공사가 KBS배전국장사씨름대회를 개최하고 나서야 잃어버렸던 인기를 서서히 되찾았다. 나아가 1983년에는 새로 결성된 민속씨름협회가 천하장사대회를 개최하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프로 씨름의 탄생이었으며 이만기, 이준기, 강호동 등 스타 선수들이 배출됐다. 하지만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잇따른 팀해체로 씨름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뒤 2000년대 들어서는 대학씨름 등을 중심으로 다시 부흥을 꾀하고있다.
한마디로 씨름은 몸 전체의 근력을 활용한 기술과 투지력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왼씨름은 광목 전폭으로 만든 샅바를 자신의 오른쪽 허벅다리에 맞도록 신축성 있게 매어 다리에 끼고 그것을 허리에 돌려 맨다. 그 다음 두 선수가 앉은 채 서로 오른쪽 어깨를 맞대고 나서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샅바를, 왼손으로 상대방의 다리샅바를 잡은 뒤 동시에 허리를 펴고 일어난다. 참고로 오른씨름은 왼씨름과 반대로 샅바를 맨다는 점이 다르다.

씨름은 원형의 모래판 위에서 경기를 치른다. 무릎 이상의 부분이 모래판에 먼저 닿는 선수가 경기에서 패하게 되며, 경기장 밖으로 두 선수가 나가면 다시 중앙에서 자세를 바로잡는다. 단, 기술을 거는 선수의 발이 경기장 안에 있고 상대방이 기술에 걸린 상태에서 경기장 밖으로 넘어지면 유효한 게임이 된다. 일반적으로 한 판의 경기 시간은 2분이며 단판제, 3판2승제, 5판3승제로 치러진다. 여러 판을 할 경우 휴식 시간은 1분이다.

무승부일 때는 경고나 주의를 받은 선수가 패하며, 그것으로도 승패를 가릴 수 없으면 몸무게가 가벼운 쪽이 이긴다. 씨름 기술은 매우 다양한데 그 중 손기술로는 앞무릎치기, 뒷무릎치기, 오금채기, 옆무릎치기, 잡치기, 꼭뒤집기, 등샅바잡아채기가 있다. 다리기술에는 안다리걸기, 밭다리걸기, 호미걸이, 발목등걸이, 덮걸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