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적 환원

현상학적 환원

[ 現象學的 還元 , Phänomenologische Reduktion ]

후설이 엄밀한 학, 모든 학의 근본학, 보편학을 지향하며 내세운 현상학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 후설은 그 방법을 환원, 판단중지, 괄호침, 배제 등의 술어로 지칭하고 있으나 '환원'이라는 말로 총칭하는 것이 일반적 통례이다. 그러니까 현상학적 환원은 판단중지, 괄호침, 배제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다의적인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상학적 방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절차인 현상학적 환원은 판단중지와 환원이라는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괄호침과 배제는 판단중지에 부수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상학에서 '판단중지()'란 객관적인 인식의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이다. '판단중지'란 어떤 사물에 대한 진술의 진위 여부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물에 대한 일상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일단 괄호 안에 묶어 무효화하는 것이다. 판단중지를 통해서 사물의 우연적 속성을 배제하고 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물의 본질은 사물 속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통해서 우리의 의식 속에 구성된다.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기 위해서 그것을 구성하는 인 의식의 내부로 되돌아가는 것, 이러한 인식 상황에 적용되는 방법이 환원이다. 곧 현상학적 환원이란 본질인식의 근원으로 되돌아간다는 좁은 의미 외에도 판단중지, 배제, 괄호침 등과 동의어로서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현상학적 환원은 자연스러운 태도와 자연과학적 태도를 선험적 태도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수행되는 구체적인 절차로 '형상적 환원'과 '분석과 기술', '선험적 환원'과 '본질 직관'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형상적 환원'은, 자연적 인격적 자연과학적 태도가 사물을 인식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 를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존재 확신을 배제하고 그 사물을 명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는 절차이다. 이를 위해서 사물의 경험적 현상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에포케), 사물에 관해서 가진 존재 확신이 아무런 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영(zero)'이란 지표를 붙여 괄호 속에 묶어 유보한다(괄호치기). 이렇게 한 다음, 사물에 관한 '자유로운 변경'이라는 사유 실험을 전개한다. 사유 실험에서 변되는 것과 변경되지 않는 것의 분석과 분류를 통해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하는 것이 기술이다. '분석과 기술'은 독자적인 절차가 아니라 서로 병행하는 절차이다. '분석과 기술'이 상세할수록 의 본질도 비례하여 상세해지겠지만 어떤 대상의 속성을 남김없이 분석하고 기술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형상적 환원은 판단중지, 자유로운 변경, 분석과 기술을 통해서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는 절차이기 때문에 '본질적 환원'이라고도 부른다.

'선험적 환원'은 형상적 환원에서 얻어낸 본질을 다시 의식으로 내재화하는 절차이다. 사물의 경험적 현실성을 배제하고 찾아내려는 본질은 의식의 영역을 초월하여 어디엔가 실재하는 플라톤의 이데아와는 다르다. 경험적 현실성을 가진 대상과 그 존재근거가 의식 속에 자명하게 근거를 마련하면 본질은 일단 의식의 내면에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처럼 초월적인 본질을 의식 안에 배치하는 절차가 '선험적 환원'이다. 의식에 내재화된 본질은 직관함으로써 파악된다는 점에서 '본질직관'이라고 부른다. 후설은 '본질직관'을 경험적 현실성을 가진 사물을 직관하는 '감성적 직관'과 구별해서 '범주적 직관'이라고 명명한다. '감성적 직관'이 사물을 바라보는 상태 그대로 전일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범주적 직관'은 사물의 여러 개념적 속성을 개별적으로 직관하면서도 그 속성들이 구성하는 하나의 통일적인 대상을 직관하기 때문에 여러 작용단계를 거쳐 이룩한 자명한 본질에 대한 직관이다. 후설의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 이념은 철학을 이렇게 자명한 근거로 삼는 본질 인식의 이론 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은 대상세계의 존재를 자명한 것으로 소박하게 확신하는 인식태도에 대하여 자명성의 근거를 다시 묻고 인식이 궁극적인 자명성을 재해석하려는 이론의 기획이다. 이것은 현상학적 환원이 자연적 일상적 태도에 담긴 기존 관념에 대한 부정과 파괴를 통해서 확신에 가까운 통념들을 배제하거나 괄호침으로써 모든 신념들을 무너뜨리는 창조적인 파괴를 시도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신념의 배제나 파괴는 회의주의자나 상대주의자들과는 달리 사실적인 대상세계를 부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신념을 일단 괄호 안에 묶어놓고 그것에 관한 주관적인 신념만을 부정하고 파괴한다. 이런 까닭에 현상학적 환원은 모든 일상적 신념을 무효화하고, 주관에 남아 있는 모든 편견이나 선입관으로부터 해방된 순수의식을 잔여물(이를 '현상학적 소여'라고 한다)로 남기는 긍정적인 기획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현상학이 표방하는 학문적 절대 이념의 재구축 시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사회가 스스로 붕괴시킨 계몽의 기획을 에 기초하여 재건하려는 철학적 노력이라고 할 만하다. 현상학의 엄밀한 학, 존재의 자명성에 대한 현상학적 환원이라는 방법론은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또는 기술비평은 판단중지를 통한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작품에 내재된 의미를 분석하고 기술하며 작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을 지향한다.(유임하)

참고문헌

  • 신구현, 「현상학적 환원과 그 철학적 의의」, 한국현상학회 편, 『현상이란 무엇인가』, 심설당, 1983년
  • 한전숙, 『현상학의 이해』, 민음사, 1984년
  • 피에르 테브나즈,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심민화 역, 문학과지성사, 1995년

참조어

판단중지, 배제, 괄호침, 비평용어사전 편찬의 경과와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