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페스

그리페스

[ Grypes ]

요약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졌다고 전해지는 상상의 동물로 지중해 연안에서 중앙아시아 일대까지 관련된 유물이나 설화가 폭넓게 분포한다.
원어명 Γρύπες

상상의 동물인 그리핀(griffin)의 종(種)을 나타내는 말이다. 개체를 나타낼 때에는 그리핀이라고 하지만 종(種)을 나타낼 때에는 그리페스라고 한다.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지닌 그리페스는 영어권에서는 그리핀(griffin, gryphin), 프랑스어권에서는 그리폰(griffon, gryphon), 독일어권에서는 그라이프(Greif) 등으로 나타낸다. 라틴어에서는 그리프스(gryps)라고 나타내는데, 이는 ‘굽은 부리’라는 뜻의 그리스어 ‘그뤼프스(γρυψ)’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리핀과 암말 사이에서 태어나 상체는 독수리, 하체는 말의 모습을 지닌 것은 히포그리프(hippogriff)라고 한다. 

그리핀에 관한 도상이나 신화는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일대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청동기 문화가 시작되던 기원전 3,000년 무렵에 그리스와 이집트 사이의 동지중해 연안에서 처음 나타나기 시작해 서아시아와 그리스 등지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원전 7∼3세기에 흑해와 카스피해 연안에서 활약한 스키타이(Scythai) 족에게서는 그리핀 문양을 사용한 유물이 풍부하게 발견되는데, 기마유목민족인 이들을 매개로 그리핀은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와 알타이 지역의 유목민족들에까지 매우 폭넓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사자의 몸에 날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후한 시대 이후에 벽사(辟邪, 귀신 쫓기)의 상징으로 나타난 사자 형상의 석상이나 진묘수(鎭墓獸), 해태(海陀)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된다.

그리핀은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신전이나 왕궁, 분묘 등의 장식으로 즐겨 다루어졌으며, 다양한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한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그 상징적 의미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문장(紋章)으로 쓰일 때에는 새들의 왕인 독수리와 뭍짐승의 왕인 사자의 몸이 합쳐진 것이므로 왕가(王家)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핀이 황금을 발견하고 지키는 존재로 표현된 전설에 기초하여 지식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기독교에서는 일곱 가지 죄악 가운데 하나인 오만(傲慢)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핀은 신들의 전차를 끌거나 신성함을 수호하는 존재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핀은 제우스(Zeus, 로마의 Jupiter)나 아폴론(Apollon, 로마의 Apollo), 네메시스(Nemesis)가 하늘을 돌아다닐 때 쓰는 전차를 말을 대신해서 끈다.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의 전차를 끄는 그리핀은 몸통과 날개가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된다. 또한 그리핀은 신들의 보물이나 황금을 지키는 존재이다. 디오니소스(Dionysos, 로마의 Bacchos)의 술 항아리를 지키는 존재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그리핀은 인간의 탐욕을 처벌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기독교의 성서에 등장하는 커룹(Cherub, 케루빔)도 그리핀의 영향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자와 독수리, 소, 사람의 형상이 합쳐졌으며 날개를 지닌 존재로 묘사되는 커룹은 <창세기>에서 사람이 추방된 뒤에 에덴동산을 지키는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참조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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