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 위의 까치

교수대 위의 까치

[ The Magpie on the Gallows ]

요약 16세기 플랑드르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유작으로 죽기 직전 아내에게 이 작품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작품을 불태워버리라고 말해 수수께끼 같은 의문을 증폭시키는 작품이다.
교수대 위의 까치

교수대 위의 까치

작가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종류 패널에 유채
크기 46x50cm
제작년도 1568년
소장 독일 다름슈타트 헤센 주립 미술관

'농민 화가'라고 불려지는 16세기 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1525~1569)은 1568년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담은 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그가 숨을 거두기 바로 전 해에 그려진 것으로, 작품을 통해 날카롭고 신랄한 풍자와 유머, 비유, 상징 등을 보여주었던 브뤼헐의 유작이 되었다. 그는 《교수대 위의 까치》라는 이 의미심장한 작품을 유언으로 남기며, 그의 아내에게 이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을 태워버릴 것을 부탁했다. 아마도 자신의 선동적인 작품이 특정인의 눈에 띄어 아내와 자식들에게 화를 입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작품 제목으로 미루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머릿속에 그린 이도 있겠지만, 의외로 작품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전면에 펼쳐져 있다. 다만 그러한 풍경 한 가운데에 교수대가 서 있고 그 위에 까치 한 마리 앉아 사람들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양이 보는 이의 마음을 다소 불편하게 한다.  

까치는 우리나라에서는 길조로 여겨지지만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다. 흑과 백이라는 색의 조합이 '죽음과 삶'이라는 이중성을 드러내며 '위선'을 뜻하기도 하고, 마녀나 악마의 새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한 잡식성인 까치는 곡류나 곤충 외에 작은 쥐나 새까지 잡아먹고,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해서 은수저나 반지 같은 물건을 둥지로 가져가는 습성 때문에 '도둑'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또 시끄럽게 우는 소리로 인해 '수다쟁이'나 '밀고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브뤼헐이 살았던 16세기 중반의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종교개혁의 영향을 받아 마녀재판과 이단에 대한 심문이 횡행했다. 더군다나 1567년 네덜란드에 알바공작이 새로운 총독으로 부임하면서 종교적, 정치적 탄압은 극에 달했다. 이 그림이 그려진 1568년에는 네덜란드 귀족 두 사람이 공개 처형당했다. 이유는 두 귀족이 알바 공작을 음해하려했다는 누군가의 밀고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형당한 귀족들에게는 음해 계획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밀고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밀고를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밀고를 조장하고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시대의 부조리를 엿보게 한 사건이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살펴보면, 교수대 위에는 밀고자를 의미하는 까치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처형 장소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흥겨운 모습인데, 함께 춤추지 않으면 밀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특유의 역설적인 화법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농부들이나 발을 구르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 바지를 내리고 볼 일을 보고 있는 남자는 이러한 시대와 상황을 조롱하고 비웃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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