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상이 있는 정물

석고상이 있는 정물

[ Still Life with Plaster Cast ]

요약 폴 세잔의 말년 작품으로 기존의 정물화의 관례를 깨뜨리고 표면과 본질의 관계를 재해석하였다. 여러 개의 시점을 결합한 것은 입체파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작가 폴 세잔(Paul Cézanne)
종류 보드와 종이에 유채
크기 70×57.3cm
제작년도 1895년경
소장 영국 런던 코톨드 미술관

폴 세잔(1839-1906)은 20세기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그의 생애는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의 동료 예술가와 몇몇 수집가들에게만 이름이 알려졌을 뿐 평생을 무명 화가로 살았다. 그에게 화가의 길을 열어주고 30년 동안 우정을 나누었던 『』의 작가 마저도 화단의 인정을 받지 못한 세잔이 화가로서 실패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세잔은 1886년 아예 고향인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로 돌아가 홀로 작업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가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언제 어디서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물의 고유 형태를 찾는 것이었다. 입체적 형태는 그가 그리고자 한 바로 그것이며, 그는 자신이 실제로 보는 것만을 그리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석고상이 있는 정물》은 세잔의 말년 작품으로 이러한 경향을 잘 대변하고 있다. 몸을 틀고 있는 큐피드 석고상은 그가 석고상 주위를 돌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시점으로 석고상을 관찰하였음을 보여준다. 식탁 위에 놓인 사과 역시 각각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며, 과일을 그린다기 보다는 자신이 현재 보고 있는 것, 즉 형태와 색상, 그리고 사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는 일에 관심을 쏟았다.

완벽한 구성을 실험하기 위해 정물을 선택한 그는 오랜 시간 관찰하고 연구해도 쉽게 상하지 않는 단단한 과일을 선호하였고, 말년에는 진짜 사과 대신 석고로 만든 모형 과일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명암법이나 원근법 대신 자신만의 눈으로 사물을 보고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 작품에서 테이블 윗면은 아래로 기울어져 있고, 바닥은 쏟아질 듯 높이 들려 있다. 서로 어긋나고 뒤틀린 시점과 사과인지 배인지, 혹은 오렌지인지 도통 구별이 어려운 과일들 속에서 세잔은 선과 색과 형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까지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관찰하고 정물의 위치를 바꿔가며 실험하였다.

세잔의 대담함과 원숙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 그는 기존의 정물화의 관례를 깨뜨리고 표면과 본질의 관계를 재해석하였다. 또한 여러 개의 시점을 결합하여 단일 시점에 의존한 환영적인 묘사법을 교란시켜 입체파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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