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에 그린 닭이

병풍에 그린 닭이

[ 屛風─ ]

요약 계용묵(桂鎔默)의 단편소설.
저자 계용묵
장르 소설
발표년도 1936년 《여성》

1936년 《여성》에 발표된 작품으로 계용묵의 집 《에 그린 닭이》(1944)에 수록되어 있다. 운명적 비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한국농촌의 여인상을 부각시켜 남아선호와 남녀차별이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병풍에 그린 닭이 홰를 치고 울더라도 시가(媤家)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박씨의 이야기를 통해 완고한 전통사회의 풍습과 한국여성들의 비극적인 삶을 적나라하게 묘파한 세태소설류의 작품이다.

주인공 박씨는 가난한 집안으로 시집와 어리숙한 남편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궂은 일을 마다않고 억척스레 살아간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온갖 구박과 수모를 당하게 된다. 박씨는 시어머니의 구박은 참을 수 있었지만 첩까지 얻으면서 자신을 멀리하는 남편의 행동에는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 첩에게 쏠린 남편의 마음을 돌리는 방법은 오직 하나 자식을 낳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박씨는 굿을 하겠다고 시어머니에게 말한다. 그러나 시어머니에게 모욕만 당한 박씨는 자신의 은비녀를 몰래 팔아 자식을 기원하는 굿을 한다. 으로부터 슬하에 5형제를 두리라는 말을 듣고 발걸음도 가볍게 집에 돌아온 박씨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혹독한 매를 맞고 바람이 났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쫓겨난다.

시집에서 쫓겨난 박씨는 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해 지난날 함께 엿장수를 하던 조씨의 집을 찾아가다가 "병풍에 그린 닭이 홰를 치고 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 집을 떠날 수 없으며, 죽어도 그 집에서 죽고, 살아도 그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시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박씨는 굿을 하고 남은 돈으로 양초와 백지를 산 후 뒷산 서낭당으로 가서 시어머니와 남편의 마음을 돌리고, 아이도 갖게 되기를 기원한다. 시집 문전에 당도한 박씨는 어둠에 휩싸인 채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불꺼진 자신의 방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계용묵은 소외받은 인간들의 삶을 통해 참된 인간애와 윤리의식을 보여줌으로써 '인생파 작가'라고 불리는 소설가이다.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전통적인 윤리의식을 기본바탕으로 깔고 있는 이 소설은 계용묵의 초기소설 경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이 현실과의 적극적인 대결을 통해 능동적 자기인식에 이르는 과정이 배제된 채 세태묘사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따르기도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에 얽매여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 하는 불합리성을 이야기함으로써, 시대성보다는 을 중시한 1930년대 중반 소설의 보편적인 특성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참조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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