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순이삼촌

[ 順伊三寸 ]

요약 제주도 4·3사건을 소재로 한 현기영(玄基榮)의 중편소설.
저자 현기영
장르 소설
발표년도 1978년 《창작과 비평》

1978년 9월 계간 비평지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이다. 이 소설은 실존하는 역사적 사건이 문학작품으로 형상화됨으로써 문학의 힘이 어떻게 발휘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실주의 기법의 작품으로, 1949년 1월 16일 조천면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을 모델로 삼고 있다. 제주도 출신의 작가 현기영은 그 학살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순이삼촌의 삶이 어떻게 황폐화되어 가는가를 보여줌으로써, 4·3사건의 참혹상과 그 후유증을 고발함과 동시에 30여 년 동안이나 묻혀 있던 사건의 진실을 문학을 통해 공론화시켰다.

제주도를 떠나 서울에서 지내던 나는 음력 섣달 열여드레인 할아버지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8년 만에 고향인 제주 서촌마을을 방문한다. 거기서 나는 순이삼촌(제주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어른을 남녀 구분 없이 삼촌이라 부른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30여 년 전의 참혹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순이삼촌은 작년 한해 서울의 우리집에 와서 식모노릇을 하던 분이다. 그녀는 아내와 쌀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되어 제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녀를 데리러 온 사위 장씨로부터 순이삼촌에게 증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순이삼촌은 몇 년 전에 이웃집에서 메주콩을 잃어버린 일로 시비가 벌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이웃사람이 경찰서로 가자고 말하자 아무말도 못하고 주저앉아버리는 바람에 범인으로 오해받으면서 환청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순이삼촌의 파출소 기피증은 30여 년 전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여 년 전 그해 음력 12월 19일 국군에 의해 학교운동장에 소집된 마을사람들은 자세한 영문도 모른 채 무참하게 참살당했다. 군경측의 무리한 작전과 이념에 대한 맹신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 학살현장에서 두 아이를 잃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순이삼촌은 그후 경찰에 대한 심한 기피증이 생겼고, 메주콩사건으로 결벽증까지 생겼으며, 나중에는 환청증세도 겹치게 된 것이다. 평생 그날의 사건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순이삼촌은 자식이 둘이나 묻힌 그 옴팡밭에서 사람의 뼈와 탄피 등을 골라내며 30년을 과부로 살아오다가 그날의 일을 환청으로 듣게 되고, 마침내 그 살육의 현장에서 꿩약을 먹고 자살을 하게 된다. 나는 마을사람들이 30년이 지나고도 그 일을 고발하지 못하는 것은 심한 레드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한달 전에 자살한 순이삼촌의 삶은 이미 30여 년 전의 시간 속에서 정지해버린 유예된 죽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4·3사건을 민중적 시각에서 조명해 역사적 사실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최초로 문학의 영역에서 논의함으로써, 문학사적·역사적 의의가 큰 1970년대의 대표적인 문제소설로 꼽힌다. 시절에 이 소설을 발표한 작가는 과 조치를 당하는 등 개인적으로 큰 고초를 겪었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4·3사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문학을 비롯해 미술·연극계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참조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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