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기원

조각의 기원

룩소르 신전의 람세스2세 좌상

룩소르 신전의 람세스2세 좌상

조각의 기원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언어의 기원을 말하는 것처럼 어렵지만 기독교의 구약성서 《창세기》 부분은 조각의 기원 및 창작과정과 관련한 훌륭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즉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직접 노동을 투여하지 않았지만, 인간을 만들면서 흙을 빚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인간의 형상을 완성했다. 그러나 단지 흙을 빚어 구체적인 형태를 만들었다고 그것을 조각으로 볼 수는 없으며, 하느님이 자신의 피조물인 아담에게 입김을 불어넣음으로써 단지 물질에 불과하던 인간이 생명체로 육화(肉化:incarnation)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헤겔은 이런 점에 주목하여 조각은 물질적 성질을 초월하여 그 속에 인간의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술사적 맥락에서 조각의 기원은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굴벽화가 그려지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의 암각부조를 보면 동굴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금을 연결하여 동물의 형상을 조각해놓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조각의 기원은 회화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인간이 바위나 나무에 금을 새기거나 어떤 형태를 쪼아 만드는 것으로까지 소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조각 중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로 추정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오늘날의 미적 감각의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수렵, 채집 등의 약탈적이고 기생적인 경제활동으로 생존하던 야만적인 인류가 비로소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동력의 확보를 위해 출산의 능력이 있는 모성을 숭배하였음을 보여준다. 즉 여성의 인체 중에서 성적 매력을 지닌 많은 부분은 생략되거나 혹은 무시된 반면에 생식과 관련된 부분의 표현이 과장된 것으로 보아 이 조각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맥락에서 제작된 것임에 분명하다.

원시시대의 조각은 대부분이 실용적인 목적으로 부장품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조각도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조각은 개인적 표현보다 건축, 무덤 등의 부속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형태의 결정과 기념비성이 특히 강조되었으며, 그 대표적인 특징을 이집트조각과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兵馬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조각은 원칙적으로 ‘죽은 자를 위한 미술’이란 목적에 충실해야 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부장조각의 성격을 유지하였으며, 수천년에 걸쳐 정면성과 부동성 등의 동일한 표현양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신왕조시대(BC 1400년경)에 이르러 람세스2세와 네페르티티 여왕의 초상조각에서 볼 수 있듯이 영원불멸하는 관념의 표상으로부터 그 주인공의 성격과 개성적 외모를 엿볼 수 있는 조각도 출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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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나크 신전 람세스 2세 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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