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개념

전염병의 개념

오랫동안 질병은 사람이 알 수 없는 초자연력(超自然力), 특히 신의 노여움에 의해 발생한다고 믿어 왔다. 그 뒤, BC 3세기에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가 그의 저서에서 질병의 발생은 온도와 습도, 주거지의 조건, 계절 등의 환경요인과 깊이 관련되었음을 역설한 이래, 불명확한 공기의 변화가 역질(疫疾)을 유발한다는 ‘미아즈마설(說)’이, 16세기 중엽 이탈리아의 의사 프라카스토리우스의 전염설(傳染說)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말, 파스퇴르와 코흐의 미생물병인설(微生物病因說)이 인정을 받을 때까지 지배하였다.

따라서 질병의 원인이 밝혀지기 이전의 전염병 관리는 미신적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제물(祭物)을 바쳐 신에게 제사드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병인(病因)과 그 전파양식(傳播樣式)이 확인되면서부터 치료제 및 예방접종의 발명, 환자와 건강접촉자의 , 환경의 위생적 관리, 교통차단 등 새로운 예방법이 점차 발달하였다.

현재 감염의 생태학적(生態學的) 개념은, 사람이 지구(地球)라는 자연환경을 근거지로 대(代)를 이어가듯, 또 모든 생물이 나름대로 살 곳을 찾아 번식하듯이 병원체도 인간을 생존의 터전으로 종(種)의 영속(永續)을 꾀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오랫동안의 상호 접촉을 통하여 기주(奇主)인 인간과 기생체(奇生體)인 병원체는 서로 살아 남기에 유리한 방향, 즉 공생(共生)의 방향으로 진화하여 가면서, 또 평형(平衡)과 불평형의 상태를 반복하면서 상존(相存)하고 있다. 독성(毒性)이 강한 병원체는 기주와 함께 사멸함으로써 독성이 약한 균주(菌株)만 살아 남게 되고, 방어능력이 낮은 기주는 생식(生殖) 이전에 감염을 못이겨 죽어가므로 방어능력이 강한 유전자를 가진 기주만 선택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한편, 기주가 병원체를 즉각 사멸시키는 항체(抗體)를 모두 가지고 있어 인간집단 내에서 살아 남기 어려울 때(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또는 강력한 항생제의 출현으로 종의 영속이 어려워질 때(임질균) 이들 병원체는 변이(變異)라는 수단으로 변종(變種)을 만들어 멸종을 교묘히 면하고 있다.

천연두와 같이 무섭던 전염병도 전세계의 인류가 협력하여 철저한 예방접종으로 지구상에서 박멸되었지만, 이상과 같이 생태학적 견지에서 볼 때 언제 어디서 새로운 병원체가 출현하여 인류를 위협할지 모른다. 병원체의 대부분은 인체를 떠난 외계에서 오랜 기간 생존이나 증식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람 이외의 동물에 감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종을 영속시키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 전염원(傳染源)이 되는 병원소(病原巢)는 인간이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회복기에 있는 환자, 감염은 되었지만 증세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의 감염자, 또 때로는 전혀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건강인이 병원체를 몸 밖으로 배설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것들을 전파시키는 사람들을 총칭하여 보균자(保菌者)라고 한다.

병원체가 보균자의 체외로 탈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즉 호홉기 계통의 장기를 감염시킨 병원체는 기침이나 호흡에 의해, 또는 객담 속에 섞여 공기 중으로 나오고, 소화기 계통에서는 대변이나 구토물로, 전신감염일 때는 호흡기나 소변을 통해서, 또 혈중순환을 하는 병원체는 모기나 이가 사람을 물 때 탈출한다. 이렇게 탈출한 병원체는 생존증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주 속으로 침입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탈출경로와 동일한 침입구를 이용한다.

페스트와 바일병(Weil’s disease) 등의 병은 원래 쥐의 전염병인데, 페스트는 감염된 쥐벼룩에 의해서 침입하고, 바일병은 쥐오줌에 오염된 물에 상처난 피부가 접촉할 때 사람에게 침입한다. 공수병(恐水病)도 야생동물이 병원소이며, 사람에게는 야생동물에 물리거나 야생동물에 물려서 감염된 개에게 물릴 때 침입한다. 병원체의 기주인 사람도 이 병원체의 침입과 감염에 대한 감수성 또는 저항성이 개체에 따라 다르므로 발병여부나 증세의 정도가 다양하다.

어떤 병원체가 기주에게 침입하여 감염을 일으키는가, 또 감염이 성립되었더라도 질병을 일으키는가, 질병을 일으켰을 때 얼마나 중독(重篤)한 경과를 취할 것인가의 상황은 병원체의 침입량, 침입로의 적합성, 병원성 및 독성 등 병원체의 요인과 기주의 타고난 체질, 영양 및 건강상태, 병원체에 대한 특이(特異免疫)의 유무 등 기주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침입한 병원체에 대한 방어능력을 면역이라 하는데, 타고난 체질적 저항성을 선천적 면역이라 하고, 그 병원체에 자연감염되었던 경험 때문에 항체가 생성되었거나 인공적으로 예방접종에 의해 생성된 항체가 그 병원체의 침입과 감염에 대하여 방어능력을 나타내는 것을 후천성 능동면역이라 한다.

한편, 면역된 어머니의 태반을 통하여 얻은 신생아(보통 생후 3~6개월까지 방어력이 있다)가 가지고 있는 항체로 인한 방어력을 자연피동면역이라고 하며 다른 개체에서 생성된 항체, 즉 파상풍(破傷風)이나 디프테리아균에 대한 말[馬]의 항혈청을 주사하여 얻는 일시적(수개월)인 방어력을 인공피동면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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