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왕조의 영국연극

엘리자베스 왕조의 연극은 엄밀히 말하면 엘리자베스 여왕 치세(1558∼1603)의 연극이나, 일반적으로 1580년경부터 청교도에 의해 극장이 폐쇄되기 전인 1642년까지의 영국연극을 가리킨다. 이 시대의 런던은 그리스 황금시대의 아테네와 비슷한 사회적 상황에서 연극을 꽃피웠다고 할 수 있다. 즉, 활달한 젊은 기운이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고 현세의 생활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강한 의욕에 들떠 있었다. 상업과 무역은 크게 발달하였으며 세계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충만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과 국민의 자부심은 위대한 극작가가 탄생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 시대에 셰익스피어와 같이 위대한 극작가가 출현하게 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전통적인 중세사상과 대륙으로부터 받아들인 르네상스 사상이 융합되고 연극계도 중세연극의 형식과 내용을 계승하면서 대륙의 르네상스 물결을 타고 파생된 새 연극의 형식을 받아들인 데 있다. 여기에다 당시 성행된 케임브리지대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극의 전통과 법관 연수생 숙소에서의 정기공연도 본격적인 연극개화에 한 몫을 하였다. 또한 상인조합 연극에서 이룩된 대중을 상대로 한 직업적인 연극인들의 꾸준한 공연도 뒷날 본격적인 연극이 싹트는 밑거름의 하나가 되었다.

이 무렵, T.키드의 대표작 《스페인 비극》은 16세기 영국극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으로, C.말로의 《탬벌레인 대왕》과 함께 비극의 쌍벽을 이루는 작품이다. 이 중에서 《스페인 비극》은 유혈비극의 전통을 확립했고, 《탬벌레인 대왕》은 르네상스의 해방된 인간정신을 나타냈으며, (無韻詩)로 된 대사는 영국 특유의 시극 형식을 확립시켰다. 또한 말로의 대표작인 《에드워드 2세》는 역사극의 첫 시도로 인정되며, 이는 뒷날 셰익스피어에게 영향을 끼쳐 《리처드 2세》 같은 작품이 나오게 하였다.

엘리자베스 시대 연극의 최고봉인 셰익스피어는 이 시대의 여러 연극 형식을 완성하였다. 특히 말로가 시작한 무운시 대사와 역사극, 키드의 복수극 등이 셰익스피어에 의해 완숙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는 또한 한 가지 형태의 희곡에 그치지 않고 비극 · ·역사극에 이르는 광범위한 형태에 손을 댔다. 더구나 그는 비극에 희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비극을 더욱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셰익스피어는 당시의 전통적인 사회사상을 객관적인 태도로 종합 표현했으며 고전적인 극작법인 삼일치의법칙을 지키지 않고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바꾸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셰익스피어와 거의 같은 시기에 극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극작가로서 B.존슨을 들 수 있다. 그는 고전극의 전통, 즉 이성과 교양 삼일치법에 근거를 둔 풍자적 희극을 썼는데 특히 그의 희극은 기질희극(氣質喜劇)의 선구가 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볼폰：Volpone》과 《연금술사》 등이 있다. 그 밖에 이 시대에 활약한 극작가로는 F.버몬트, J.플레처, J.웹스터, J.포드, P.매신저, T.헤이우드, T.미들턴, C.터너, J.셜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이 시대의 연극에서 궁정 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제임스 1세가 특히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 내용은 우화적 ·신화적이며, 화려한 장면, 극도로 제한된 대사 등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무대장치법이 영국에 소개된 것도 궁정가면극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