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의 발달

분수의 발달

로마 트레비분수

로마 트레비분수

분수는 고대 서양에서 정원이나 궁전과 도시 디자인에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왔다. BC 3000년부터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아시리아 왕국에서는 그 지역의 건조하고 더운 기후조건에 대처하고, 왕궁의 호화스러운 치장을 위하여 용출하는 분수와 계단식 분수가 설치되었다.

고대 그리스 및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인들은 샘[泉]을 신성한 것으로 숭앙하여 물의 낙차와 압력을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분수를 만들어 신전과 공공건물 광장 내에 설치하였다. 개개의 용출되는 분수는 많은 신과 님프 또는 영웅을 상징하는 것으로 믿었으며, 그 곳에 모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동수도의 실용적인 구실도 하였다. 고대 로마제국시대에는 그 나라의 풍부한 수량과 우수한 예술적 기술로 대규모의 분수가 궁전이나 공공광장은 물론 개인주택에까지 욕탕과 더불어 설치되었다. 분수의 그릇이라 할 수반(水盤)도 단순한 것에서 조각물을 설치하여 미화한 것으로 발달하였고, 분수 위에 반원형의 돔을 설치하는 등 건축적인 방법으로 장식하였다.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어 로마제국의 국교가 될 즈음에 분수는 정화의 상징으로 각 교회당 중정(中庭)에 설치되었으며, 형식은 비잔틴 문화국과 유럽 사원에 전파, 계승되었다.

중세에 와서는 공동우물이 물을 공급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게 되어 분수의 가치는 줄었으나, 12세기경부터는 수도원이나 성내의 궁정 등에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으며, 이것은 그 당시 길드라는 상인조합의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그들의 돈으로 만들어졌지만 고대 로마제국시대만큼 우아하고 예술적인 것은 아니고 소박하고 간소한 것이었다.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로마시대의 웅장한 분수예술을 다시 살려 탁월한 디자인으로 표현하였는데, 특히 조각물이 분수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어 실용적인 것보다 장식적인 성격이 뚜렷하였다. 이런 분수는 그 당시 많은 귀족 ·성주 ·상인 ·부호의 저택에는 물론 주요광장 등 어디에나 화려하고 웅장하게 설치되어 중요한 조경시설물이 되었다. 특히 로마에 있는 대표적인 분수로는 영화 《애천(愛泉)》으로 더욱 유명해진 나보나 광장의 트레비(Trevi) 분수를 들 수 있다. 리볼리에 있는 에스테 장원에도 유명한 분수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폭포의 분수’와 ‘벽촌의 분수’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그 밖에 란데 정원(바야나 소재) ·트로니아 정원(프라스카티 소재) ·보보로 정원(플로렌스) ·보르게세 공원(로마) 등에도 화려한 분수가 많았으며, 이들 정원에 있는 분수는 한결같이 실용적인 면보다 장식적인 면에 중점을 두었으므로 그 아름다움은 극치에 달하여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우게 하였고, 오늘날 이 곳에 모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끝없는 위락을 주어 도시 디자인의 산 교과서가 되어 있다.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 시대에 와서는 분수의 수반을 크고 작은 여러 개로 놓게 되었으며, 물의 분출도 극히 기교적이어서 흔히 말하는 수마술(水魔術:water magic)이 유행하였다. 이것은 수극장(水劇場)이나 물오르간(water organ) ·놀람분수(suprise fountain) ·비밀분수(secret fountain)의 설치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어느 것이나 물줄기를 유희적으로 다루어 분수예술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다. 이것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를 이어받은 프랑스의 루이 왕조에서 이루어졌는데 당시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겸 조경가인 A.르노트르에 의해 설계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파리 교외에 있는 베르사유궁전 정원에 있는 아폴로신의 분수 ·넵튠의 분수 ·라토나 분수 ·용(龍)의 분수 등은 화려하고 웅장하여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의 눈을 끌고 있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가로(街路)나 광장에 설치하여 공공장소와 파리 시가를 미화하였으며, 루이 왕조가 복귀되고 나폴레옹 3세 시대를 거치면서 프랑스에서는 많은 분수를 개조, 신설하여 예술성 창조에 이용해왔다.

이와 같이 분수는 고대왕국에서 신앙이나 종교적인 행사 전에 신전이나 사원 앞뜰에서 몸을 깨끗이 할 수 있는 우물의 용도로부터 왕족이나 귀족부호들의 예술품 내지 사치품으로 발달되어왔으나, 19세기 이후 현대에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현대의 분수는 그 실용적인 의의가 없어졌고, 또 왕족시대에 유행하였던 호화찬란한 장식성도 없어지는 등 과거에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분수가 나오게 되었으며, 이것은 (Sezession)그룹에 의하여 창안되고 완성된 것으로 물의 평정미를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그 외에 근대과학의 발달과 각종 기계기술의 출현은 분수의 과학적 작동을 가능하게 하였는데, 야간의 효과를 위하여 여러 개의 전광(電光)으로 분수를 조명 ·착색한다든지, 동력 모터를 이용하여 분수구를 회전시켜 물의 유동성과를 강화한다든지, 물의 분출에 맞추어 음악장치를 하여 물의 춤(water dance)의 효과를 내도록 한다든지, 조각을 설치하여 물의 율동미를 강조한 것 등은 그 좋은 예이다. 그 밖에 현대 도시환경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물처리를 하였는데, 낙차를 이용하여 하늘로 용출시키는 분수 또는 낙수 그 자체를 벽에 흐르게 하는 벽천(壁泉) 등이 그 예가 된다.

한국에는 20세기에 들어와서 분수가 곳곳에 만들어졌으나 서양의 것만큼 전통이 있거나 활발하지는 못하다. 그것은 자연을 숭배하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풍습에 의한 조경사상이 발달하여, 서양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을 향해 용출하는 것에 반해, 땅으로 떨어지는 낙수, 즉 폭포의 개념이 강해서 물의 처리를 올라가게 하는 것보다 내려오게 하는 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 폭포의 설치는 동양적인 전통조경 사상을 표현하는 설치물이라 하겠다.

참조항목

, , , ,

카테고리

  • > >

관련이미지

팔라초 피티궁의 분수

팔라초 피티궁의 분수 이탈리아의 피렌체. 중세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에서 건설된 귀족의 저택을 팔라초라고 한다. 출처: co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