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비타시옹

요약 서로 이념이 다른 정파가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프랑스의 정치제도.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은 함께라는 뜻의 ‘co’와 거주라는 뜻의 ‘habitation’이 합해져 만들어진 ‘동거’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좌우동거체제’, ‘좌우동거정부’ 등으로 번역된다. 1986년 프랑스 총선에서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이 집권한 상황에서 우파정당의 내각이 출범하면서 좌익과 우익이 공존하는 정권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 상황을 ‘동거’에 비유하면서 생겨났다.

프랑스에서는 세 차례의 코아비타시옹이 있었는데, 1986년 3월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과반수를 차지하자 우파정당인 (RPR)의 를 총리로 임명해 좌파 대통령과 우파 총리라는 1차 코아비타시옹을 이끌어냈다. 1988년 5월 대통령선거에서 미테랑이 자크 시라크를 누루고 재선한 후 사회당 출신의 미셸 로카르를 총리로 임명하면서 막을 내렸다. 2차 코아비타시옹은 좌파인 미테랑 대통령의 집권 중인 1993년 3월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압승, 공화국연합의 에두아르 발라뒤르가 총리로 임명되면서 시작되어 1995년 미테랑이 사임하고 시라크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까지 이어졌다. 3차 코아비타시옹은 시라크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만에 쥐페 총리가 이끄는 정부를 불신임한 에 대해 국회해산을 단행하였다가 실패한 데서 기인했다. 1997년 5월에 치른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승리한 결과,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 아래 좌파 출신의 리오넬 총리가 임명되면서 시작되어 1999년 9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2차의 좌파 대통령과 우파 총리였던 것과는 다르게 3차에서는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라는 새로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프랑스 특유의 좌우동거체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의 임기는 7년인 데 비해 정부의 신임권을 갖는 국회의원의 임기는 5년으로 2년의 차이가 있는 데서 기인한다. 또한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 국방과 외교, 총리는 정부수반으로서 나머지 분야를 담당하는 철저한 역할구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G7이나 유럽연합(EU) 등의 정상회담에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한 모습을 간혹 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프랑스의 코아비타시옹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은 ‘갈등과 긴장 속의 조화와 균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