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

세이렌

[ Siren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으로 머리는 여자이고 몸은 새이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 뱃사람들을 유혹하고 위험에 빠뜨렸다.
원어명 Seirên

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작은 섬이나 암초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바다의 요정으로 에 등장한다. 인간과 새가 뒤섞인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머리만 인간 여성이고 몸통 전체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여겨졌는데, 점차 상반신은 손에 악기를 들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허리 이하는 새의 형상으로 묘사되었다. 세이렌이 새의 몸을 가지게 된 연유에 대해 여러 신화들이 전해오는데 그 중에서도 의 납치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세이렌은 본래 의 딸인 페르세포네(Persephone)의 시녀였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신 에게 납치되자 데메테르 여신은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 세이렌에게 새의 몸을 주고 페르세포네가 끌려간 곳을 수색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세이렌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 전설의 섬 안테모사(Anthemoessa)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페르세포네를 애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 외 데메테르가 자신의 딸이 끌려가는 것을 지켜만 본 세이렌을 꽤씸하게 여겨 을 시켜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바다를 가로 질러 세상 구경을 하고 싶었던 세이렌 스스로가 신들에게 빌어 새의 몸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녀는 고대 그리스어로 세이렌(Seirên), 라틴어로 시렌(Siren, 사이렌)이라 불리는데, ‘휘감는 자, 옴짝달싹 못하게 얽어매는 자, 묶는 자’라는 뜻의 옛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명칭이라고 한다. 이는 세이렌이 내는 소리가 영혼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어 한번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고대인들의 믿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대 그리스 문헌들에는 세이렌이 아름다운 목소리 뿐 아니라 피리 소리, 리라(Lyra, 고대 발현악기) 소리로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깊은 잠에 빠지게 해 잡아먹거나 배를 난파시켰다고 나온다. (Homeros, 기원전 8세기?)의 ≪≫에 따르면, 귀향길에 오른 는 연인인 마녀 (Circe)로부터 세이렌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전해 들었기에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는 세이렌이 있는 섬을 지날 때 부하들에게 귀를 밀랍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은 돛대에 묶어 세이렌에게 홀려 바다에 뛰어들거나 그녀가 있는 섬으로 뱃머리를 돌리지 못하게 했다. 유혹에 실패해 치욕을 느낀 세이렌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로디오스(Apollonius Rhodius, 기원전 3세기경?)의 ≪(Argonautica)≫에 나오는 도 세이렌의 유혹을 물리친 영웅이다. 그는 현명한 켄타우로스 키론(Chiron)의 충고를 받아들여 명연주자 (Orpheus)를 항해에 데려갔다. 세이렌의 소리가 들려오자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꺼내들고 훨씬 아름다운 연주를 했고 이아손 일행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세이렌은 일반적으로 자매가 함께 다닌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들을 통틀어 세이레네스(Seirênes)나 시레니(Sireni)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자매의 혈통과 이름, 숫자는 문헌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스 비극시인 (Euripides, 기원전 5세기)는 ≪헬레네(Helene)≫에서 그녀들을 대지의 여신 의 딸들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Lycophron, 기원전 3세기?)의 ≪알렉산드라(Alexandra)≫ 등에는 그녀들이 강의 신 아켈로오스(Achelous)가 뮤즈 여신 가운데 하나와 결합하여 얻은 딸들이라고 나온다. 그녀들의 수는 통상 세 명이었으나 둘이거나 넷, 이따금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이름 역시 문헌에 따라 달라졌으나 주로 그녀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관련이 있었다. 예컨대 텔크시페이아(Thelxipeia)는 ‘황홀한 목소리’, 리기아(Ligia)는 ‘맑은 음조’, 피시노에(Pisinoe)는 ‘심금을 울리는’, 파르테노페(Parthenope)는 ‘처녀의 소리’, 아글라오페(Aglaope)는 ‘화려한 목소리’, 몰페(Molpe)는 ‘노래’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세이렌 자매의 이름들이었다.

한편,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세이렌은 ‘매혹적인 말이나 노래’, ‘뛰어난 시인’, ‘유혹거리’, ‘고동소리’, ‘호적(號笛, 신호로 부는 피리)’ 등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위험을 경고하는 소리나 신호’의 의미로 쓰이는 사이렌(siren)이란 단어도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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