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1

유리창 1

요약 아이를 잃은 슬픔을 절제된 감각적 이미지들로 형상화한 정지용의 초기 모더니즘 시.
저자 정지용
장르
발표년도 1930년《조선지광》

정지용은 1920년대의 감상적 시와 중심의 프로 시의 한계를 넘어서 절제된 감정을 바탕으로 참신한 이미지들을 구사해 현대시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이 시는 감정을 엄격히 절제하면서 심상을 통해 선명한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정지용의 초기 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지용이 27세 때 자식을 잃고 그 비통한 심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유리창은 '투시와 단절'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흐릿한 유리창으로 말미암아 외부에의 투시가 가능하며, 내부와 외부를 단절시키는 유리창을 통해 삶과 죽음의 거리, 죽은 아들과 시적 자아와의 거리가 설정된다. 유리창의 이런 성질로 인해 시적 자아가 환각을 볼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된다.

죽은 아들을 환각으로 마주하고 있는 아버지는 한밤중 아들의 모습을 보다 뚜렷이 보려고 유리를 닦는다. 그러나 아들의 모습은 간 곳 없고 새까만 밤만이 펼쳐져 있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흐릿해진 망막에 한 점 별빛이 어린다. 환각 속에서 외로움과 공허가 밀려오지만 환각의 흥분은 황홀함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산새처럼 날아간' 아들의 죽음은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고 시인의 마음 역시 찢어질 듯 비통함에 빠진다. 유리창에 입김을 불고 닦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내면화한 채 환각 속에서 그 아픔을 확인하고 이를 승화시키기 위한 인간적 행위를 표현한 것이다.  

'죽은 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별' '산새'와 같은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고, 아이를 잃어버린 처절한 심정을 '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 등의 표현으로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아들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과 이를 내면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시적 자아의 의지가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절제된 감정으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으나 그러기에 그 슬픔이 더욱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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