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소리와 북의 조화에 비유하여 예술과 삶의 조화를 표현한 김영랑의 서정시.
저자 김영랑
장르
발표년도 1946년 《동아일보》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데 잔가락은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오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북》 전문)

김영랑은 북의 명인이었으며, 이 시에 나오는 만갑(萬甲)은 의 명인 (1867∼1939)을 가리킨다. 송만갑과 북을 매개로 교감하는 예술혼의 기쁨을 노래한 시이다. 이 시 외에도 《거문고》 《가야금》 같은 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김영랑은 음악을 사랑했으며, 향리의 고요한 자연에 묻혀 악기를 벗삼아 살았다. 그의 음악에 대한 심취나 조예가 그의 시적 을 이루고 있으며, 시에 흐르는 '슬픔'이나 '눈물'도 우리 나라 전통시가나 에 흐르는 면면한 정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시에서도 역시 그러한 리듬감 속에 전통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김영랑의 초기 시가 슬픔과 눈물의 를 노래하였다면, 1940년대의 중기 시들은 삶에 대한 회의, 죽음에 대한 허탈감 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해방 이후의 후기 시들은 시의 색조가 밝아지고 사회참여 의욕을 다루고 있다. 1946년에 발표한 《북》은 활기차고 신명난 장단에 맞추어 밝고 여유있고 원만한 인생의 조화를 노래하고 있다. 시인 은 "한국의 정서, 그 중에서도 국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조예를 가진 영랑이 민족의 멋과 그 자신의 멋, 인생의 멋과 그 화합의 묘미를 시로 터득하고 있다"고 평했다.
 
남성적인 씩씩함이 느껴지는 시이며 남도의 명물인 소리를 시로 형상화시켜 전통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느끼게 한다. 북과 소리의 관계는 서로 우열을 가리거나 별개의 것이 아닌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 조화는 단순히 예술을 넘어 인생의 조화를 말하는 것이다. 북과 소리의 관계처럼 인생도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첫연과 마지막 연이 서로 수미상관을 이룸으로써 서로 조화를 이룰 북과 소리의 관계를 전제하고 있다. 3음보와 4음보의 전통적 율격과 인생의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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