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가다

오다 가다

요약 인연의 소중함을 노래한 안서 김억의 민요풍 정형시.
저자 김억
장르
발표년도 1929년 11월 《조선시단》 창간호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예고 말 건가.

산에는 청청(靑靑)
풀잎사귀 푸르고,
해수(海水)는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앳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 리 포구 산너머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에 논다.

수로 천 리 먼 길을
왜 온 줄 아나?
옛날 놀던 그대를
못잊어 왔네.
(《오다 가다》 전문)

우연으로 시작되거나 잠깐 사이 스쳐지나는 만남일지라도 소중한 것이 인연이다. ‘수로천리 먼 길’을 찾아간다는 구절은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의 정서에 쉽게 와 닿는 시이다. 다정(多情)은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로 국문학 소재의 한 갈래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푸른 풀’과 ‘흰 거품’의 시각적 대비가 돋보이고 ‘산길’과 ‘살구꽃’을 통해서 자연으로의 회귀의지가 담긴 동양적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시이다.

1918년 《》 창간호부터 서구 시 번역시를 소개하면서 한때 1920년대 시단 전체에 퇴폐와 우울의 문학을 유행시켰던 김억이 타고르의 시와 한시의 번역에 몰두하면서 동양사상과 전통에 깊이 빠져 든 이후 지은 시이다. 안서는 ‘시형의 음율과 호흡’이라는 시론을 통해 ‘호흡은 시의 음율을 형성하는 것’이고 ‘단순한 시가 보다 더 의미를 주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궁극적으로 ‘시에 음악이 들어오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던 그는 시의 내재율보다는 정형률을 고집하기도 하였다.

이 시 역시 7575/5757/5757/7575/7575/7575의 완벽한 정형률을 구사하고 있다. 안서의 이런 실험은 에 이르러 민요조 라는 한 장르로 꽃피게 된다. 그러나 정형률에만 집착했기 때문에 정형시인(定型詩人)이라는 호칭을 얻었고 글자수에 얽매인 결과 시어의 선택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작태도는 그의 시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읽힌다고 비판받는 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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