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킴

요약 이집트의 파티마왕조(王朝) 제6대 칼리프(재위 996∼1021). 파티마왕조의 최성기를 구축하였다. 연구소 다르 알 히크마, 천문대, ‘지식의 성관(城館)’을 세웠다. 이로 인해 다수의 저명한 문인 ·학자가 모여들었으나 여러 재상(宰相)들을 암살하고 유대교도 ·그리스도교도를 박해하며 기괴한 행동을 일삼는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본명은 Abū ‘Alī al-Manūr. 아버지는 제5대 칼리프 아지즈, 어머니는 러시아인(人)이었다. 벽안(碧眼)이어서 사람들이 무서워하였다. 11세 때 즉위하여 아버지와 함께 파티마왕조의 최성기를 구축하였다. 1005년 에 자연과학 및 인문과학 연구를 위한 연구소 다르 알 히크마(Dār-al-ikma)를 건설하는 동시에 무카탐 언덕에 를 세웠으며, 같은해에 ‘지식의 성관(城館)’을 세우고 의 의 교수 및 선전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카이로는 세계의 학도들에게 동경의 고장이 되어 다수의 저명한 문인 ·학자가 모여들었다. 그러나 한편,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여서 여러 재상(宰相)들을 암살하였으며, 도 ·도를 박해하고, 의 성묘교회(聖墓敎會)마저 파괴하여(1009) 십자군을 격발(激發)시키는 한 원인을 조성하였다. 스스로를 신(神)의 화신이라 선언하였으며, 기괴한 행동이 심해져서 ‘미친 칼리프’라 불렸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도 누이동생들의 음모에 의한 암살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