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탕기

요약 프랑스 태생의 미국 초현실주의 화가. 끝없는 수평선과 시간을 초월한 몽상적 요소를 배경으로 기묘한 형상의 생물과 광물, 선돌, 태고시대에 속하는 바위와 화석들로 채운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표현했다. 초현실주의 원칙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화가로 꼽히며, 미국 전위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브 탕기(Yves Tanguy)는 1900년 프랑스 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은퇴한 해군 대령으로 그가 8세 때 세상을 떠났고, 이후 가족이 해체되어 불운한 소년기를 보냈다. 청년기 때에는 상선 선원으로 세계 여러 곳을 다녔으며, 해군에 복무하면서 시인인 자크 플로베르(Jacques Prévert)를 만나 친분을 쌓았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1922년에 파리로 돌아온 그는 독학으로 스케치하는 법과 그림 그리는 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도시의 거리풍경이나 카페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단면을 화폭에 담았다.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화가가 되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는 1923년 우연히 파리의 한 에서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작품을 접하고 나서이다. 그는 데 키리코의 《아이의 뇌》(1914)를 보고 그의 작품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탕기는 1924년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이끄는 초현실주의 그룹에 들어갔다. 비록 공식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양식을 확립하여 1927년 파리에 있는 초현실주의 화랑에서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철저하게 무의식에 따른 그의 작품은 초현실주의의 예술 이념을 구현한 것으로 그는 이 전시를 통해 초현실주의의 유력한 화가로 주목받았다.

탕기의 작품은 세심한 붓질로 묘사된 생물형태가 있는 풍경으로 무의식의 영역을 표현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황량한 공간에 정체불명의 형상들이 있는 해저의 풍경은 이성적인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매력을 보여 주었다. 그는 1930년과 1931년에 아프리카를 방문한 이후에는 생명의 유적만이 잔존하는 드넓은 황야와 실제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달의 광경 같은 새로운 유형의 풍경화를 선보였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데 키리코의 찬미자이며 초현실주의 여성화가인 인 케이 세이지(Kay Sage)와 함께 프랑스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다. 처음 뉴욕에서 그는 유럽으로부터 망명한 영향력 있는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교류를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좀 더 조용한 장소를 찾아 코네티컷으로 이주했다. 1940년 그는 세이지와 결혼하여 1942년 우드버리에 정착했다. 그리고 194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후기 작품은 이전보다 크기가 더 커진데다 어두운 색조가 주조를 이루고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더욱 금속적인 성질을 띠었다. 이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후기 산업문명과 당시 미국 대중매체에서 널리 보급되었던 군국주의의 이미지, 그리고 총기에 대한 그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탕기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이 열리기 직전인 1955년에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그의 삶을 장식하는 기억과 경험이 자유로운 상상과 만나 이루어내는 그의 작품 세계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발전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으며, 미국 전위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 작품에는 《폭풍우：검은 풍경 The Storm：Black Landscape》(1926), 《부상당한 엄마, 아빠 Mama, Papa is wounded》(1927), 《밖 Outside》(1929), 《숨겨진 생각 Hidden Thoughts：My Hidden Thoughts》(1939), 《대지와 대기 The Earth and the Air》(1941), 《장마 The Long Rain》(1942), 《공포 Fear》(1949), 《보이지 않는 존재 The Invisibles》(1951), 《상상의 숫자들 Imaginary Numbers》(1954), 《시간의 신기루 The Mirage of Time》(195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