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요약 러시아의 작가 사빈코프(필명은 롭신)의 소설.

1909년 간행. 러시아 혁명의 태동기인 1905년, 칼랴예프(작중인물로는 바냐)가 던진 폭탄에 세르게이대공(大公)이 암살되기까지 실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일기체 소설이다. 표제는 《》에 나오는 죽음의 은유(隱諭)인 ‘창백한 말[馬]’에서 딴 것이다.

주인공 조지의,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살인의 논리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의지한 바냐의 테러논리와의 대립이 추구된다. 투철한 시적 문체로 묘파(描破)한 주인공, 즉 작자가 품고 있는 허무주의와 ‘임종(臨終)의 눈’에 비친 자연묘사도 뛰어난 대목이다. 똑같은 난제(難題)를 A.카뮈는 희곡 《정의의 사람들》(1949)에서 다루었는데, 칼랴예프에게서 ‘지상(地上)의 사랑’을 위하여 죽는 몽상가(夢想家)를 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