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신비주의

[ mysticism , 神秘主義 ]

요약 신(神)이나 절대자 등 궁극적 실재와의 직접적이고 내면적인 일치의 체험을 중시하는 철학 또는 종교사상.

신비(mystic)라는 말은 눈이나 입을 닫는다는 뜻의 그리스어 mystikos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리스도교에서는 이성적(理性的) 인식에 의하지 않고, 자연적 능력을 초월한 어떤 형태로 직접 신에 접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내적 경험에 의하여 신과의 일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종교와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신과 일치하는 경험이 금욕 등의 인간적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신의 특별한 간섭에 의한 것이며, 또한 경험되는 신이 우주적인 것이 아니라 지성(知性) ·의지 ·사랑을 갖춘 존재라는 점에서 다른 종교에서의 신비체험과는 다르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는 선인(善人)은 죽어서 신을 직시(直視)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세(現世)에서 그러한 경험을 선취(先取)하려고 하는 노력이 예로부터 수도자(修道者)들에 의해 행해져 왔다. 기도와 수도를 통하여 신으로부터 주어지는 이같은 신비적 체험을 말로써 표현하고 체계화하려고 하는 것이 신비주의 ·신비신학이라는 것이다.

신비신학의 역사는 그리스 교부(敎父)로까지 거슬러올라가거니와, 아우구스티누스도 마음속의 신의 현존(現存)에 대해서 말한 바가 있다. 5세기경 ‘위(僞)디오니시우스 문서(文書)’는 프로티노스의 신비사상과 그리스도교의 융합을 시도하여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신비신학》이라는 책 속에서 초자연적 명상에 관해서 말하고, 일치에 의한 초경험적 신인식(神認識)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중세에 와서는 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계통을 잇는 신학자나 사상가, 이를테면 안셀무스, 베르나르두스, 보난벤투라나 빅토르 학파 등이 신비신학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14세기에는 특히 사변적(思辨的)인 신비주의가 개화(開花)하여 M.에크하르트, 조이제, J.타울러, 로이스부르크 등이 신비체험을 철학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16세기의 에스파냐에서는 자신의 신비체험에 관한 저서를 남긴 텔레지아와 십자가의 요한 등이 유명하다. 근세의 신비주의 운동으로는 경건주의가 있는데, 이 운동은 칸트나 괴테를 낳은 근세 독일문화의 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