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

요약 20세기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작가·사회운동가·페미니스트. 《초대 받은 여자》,《타인의 피》,《레 망다랭》,《처녀시대》등의 작품이 있으며, 제2물결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제2의 성》을 저술해 반향을 일으켰다.

1908년 프랑스 파리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공부에 두각을 보인다. 그러나 1차세계대전 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보부아르 가족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고군분투한다. 보부아르는 파리 제4대학교인 소르본대학교(Université Paris-Sorbonne, Paris-IV)에서 문학을 전공한다. 이곳에서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와 동학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그와의 오랜 인연이 시작된다. 이후 보부아르는 수학, 문학, 철학을 공부하는 대학원 과정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합쳐진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글을 썼다. 

1941년 이후로 더는 교편을 잡지 않고 소설, 논문, 수필, 기행문 등의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게 된다. 보부아르는 부르주아적 환경에서 자란 사회주의자로서 성찰, 어머니의 죽음과 안락사에 관한 고찰 등 다양한 주제로 많은 저서를 발표했다. 소설 《레 망다랭(Les Mandarins)》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Prix Goncourt)을 수상하기도 한다.

사르트르는 보부아르의 인생 내내 지적인 동반자 역할을 했으며 자유롭고 열린 연애 관계를 유지했다. 보부아르는 미국 작가 올그런(Nelson Algren)과도 열정적인 관계를 맺었으며, 이외에도 많은 동성 애인들과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저작으로 《제2의 성(Le Deuxième Sexe, 1949)》이 있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이 책은 첫 주에 이만 부 이상이 팔렸고, 언론의 많은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으며, 금서로 지정될 만큼 논란의 중심이었다. 영어로 번역되고 난 후에는 미국에서 백만 부가 팔리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보부아르는 제2물결 페미니즘의 상징이 된다. 이 책에서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사상의 주체와 타자 개념을 남성과 여성에 대입하여 남성중심적 사회의 실상을 폭로한다. 그는 남성 본위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여성이 타자화되는 현상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이 ‘제2의 성’으로 위치되어진다고 표현한다. 이를 위해 신화, 문명, 종교, 해부학의 측면에서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타자’로서 차별적인 상황에 놓여왔는지 반본질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녹아 있는 여성혐오에 맞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를 위해서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1947년 그는 여성연대를 위해 ‘여권연맹(La Ligue du droit des femmes)’을 창설하기도 했다. 훗날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법 개정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 집단을 조직했고, 이후 가정폭력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1971년에는 임신중절 비범죄화 운동을 추진했고 이 운동은 자발적인 임신중절의 합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페미니스트 저널 NQF (Nouvelles Questions féministes)의 이사직을 맡아 1986년 눈을 감는 순간까지 페미니즘 활동가의 삶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