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마고기

요약 선동정치가가 특정한 문제에 대하여 정치적인 의도로 유포시키는 선동적 허위선전.

흔히 줄여서 ‘데마’라고 하여 단순한 소문 ·풍문이나 유언비어(流言蜚語)와 혼용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구별되어야 한다. 소문 ·풍문은 대체로 한정된 소수인 사이의 사사로운 흥미나 관심에서 발생되는 것이어서 대중성이 결여되어 있다. 또 유언비어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지는 연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말하지만 반드시 의도적인 날조나 허위의 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데마고기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집단 ·세력 또는 그것을 대표하는 인물에 관하여 대중 사이에 유포시키는 왜곡(歪曲)과 중상(中傷)을 포함하는 선동적일 경우가 많다.

데마고기가 대중 속에 침투되기 위한 조건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G.W.올포트 등이 말한 유언비어의 정식(定式)이 여기서도 적용될 수 있다. 즉, 데마고기의 힘은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 조건에 의하여 결정된다. ① 그 내용이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을 유발하는 중요성을 가져야 하며, ② 그 사항에 대하여 확정적인 판단을 내릴 충분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고, 그런 의미에서 사태가 애매한 것일 때 힘을 얻게 된다. 특히 사회변동기에 데마고기가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데마고기는 이러한 조건을 이용하여 일반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한편, 가공적(架空的)인 인과관계의 상정(想定)이나 사실의 왜곡을 교묘한 언어로써 보충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의도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사태에 관한 대중의 인지구조(認知構造)를 형성한다. 예컨대, 사회경제적 불안으로 대중생활이 위협을 받게 되어 대중 사이에 공통적 ·잠재적 불만이 내재해 있는 경우 데마고기는 더욱 받아들이기 쉽게 된다. 즉, 불만을 투사할 대상이 지시되고 불확정한 상황을 설명할 일단의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데마고기는 논리적 비약이나 반증(反證)의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귀결을 받아들여서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 그리하여 데마고기는 추종자 또는 동조자 사이에서 쉽게 널리 퍼져간다. 데마고기란 대체로 정치적 배경을 가지는 것이지만, 그 유포자인 데마고그가 항상 냉철한 정치적 의도에서 그러한 의식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만은 아니다. 데마고기 속에 포함되는 공격이나 중상에는 흔히 데마고그의 공통된 성격적 특징이 있다. 그들이 욕구불만상태에 빠지게 되면 그에 대한 반응은 흔히 외벌적(外罰的)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들의 사고방식에는 편집병적(偏執病的)인 데가 있고, 욕구불만의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외적대상은 바로 강렬한 증오심과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다. 정치분야에서도 그들은 흔히 권위주의적이며, 적대자에 대한 관용성이 부족하고 편견이 심하다. 이러한 특성은 데마고기에 공통되는 공격적인 성격이나 특이한 논리구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것은 지배계층이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데마고기의 신뢰성을 획득함으로써 조직적으로 대중조작(大衆操作)을 꾀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