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간금기

근친간금기

[ incest taboo , 近親姦禁忌 ]

요약 일정한 범위 안의 근친과의 혼인이나 성관계를 금기로서 금하는 사회적 규제.

근친간은 일반적으로 금기의 대상이 된다. 근친간 금기는 형태상 차이는 있으나, 인류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금기이다. 특히, 원시사회에서는 이 금기가 가장 엄격하게 준수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위반자는 사형 등 극형으로 다스렸다. 원시사회의 친족집단 중에는 대다수의 씨족처럼 외혼제(外婚制)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근친간 금기가 외혼제 규범과 결부되어 외혼제에 대한 위반자는 이 금기의 위반자와 동일한 사회적 제재를 받는다.

인류학자 B.K.말리노프스키는 씨족 외혼제를 위반한 어느 원시 미개민족의 소년이 속죄를 위해 약 18m 높이의 야자수 위에서 몸을 던져 죽는 사건을 목격하고, 그 비극적 장면을 묘사하였다. 근친간 금기에 따른 제재는 죽음만이 아니다. 이 금기를 범하면 재난이나 불행이 일어난다고 믿는 신앙도 널리 분포되어 근친간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근친혼이 자식에게 나쁜 유전적 영향을 준다는 관념도 그 중의 하나인데, 이러한 관념은 유전학이 발달하기 훨씬 전인 원시시대에도 존재하였다.

근친간 금기의 준수를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성관계가 금해진 사람끼리의 접촉을 가급적 피하게 하거나, 적어도 성적인 말이나 행동 등은 삼가도록 하는 시도가 있는데, 이를 근친간 회피(incest avoidance)라고 한다. 예를 들면, 폴리네시아의 마키저스제도에서는, 성(性)을 달리하는 사람이면 비록 부모자식간이나 형제자매간이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둘만이 잘 수 없으며, 만약 남매가 집에 남는 경우, 밤이면 오빠가 반드시 친구 집에 가서 자야 하는 사례가 있다.

인류학에서 근친간 금기의 발생원인에 대한 견해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유전적 폐해와 자연도태로써 설명하려고 한 L.H.모건이나 F.엥겔스의 학설, H.스펜서, 머클레난, 라보크 등의 약탈혼기원설(掠奪婚起源說), H.H.엘리스나 E.웨스터마크의 성심리학설(性心理學說), 여자의 교환이라는 점에서 설명하려고 하는 C.레비스트로스의 학설, 동물단계에 이미 금기의 싹이 있다고 보는 이마니시 킨지[今西錦司]의 생물사회학적 학설 등이 있으며, 정설(定說)은 아직 없다.

그러나 근친간 금기는 인류의 가장 원시적인 단계에서 이미 존재한 것으로, 인류사의 어느 단계에 비로소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근친간 금기를 테마로 한 대표적 문학작품으로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