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

객관

[ object , 客觀 ]

요약 주관에 대응되는, 인식 ·지식에서 자아(自我)의 대상.

중세의 스콜라 철학에서 오브젝툼(objectum)이란 ‘건너편으로 던져진 것’을 뜻하였으며, 의식의 지향적인 대상, 즉 표상(表象)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그것은 의식의 내재적(內在的)인 것, 즉 오늘날 말하는 주관적인 것에 가까운 뜻을 지니고 있었다. 이와 같은 스콜라 철학적 용어법은 근세 유럽에도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17세기 무렵까지는 이 용어법이 지배적이었다. 예를 들면, R.데카르트에 있어 ‘객관적 실재(realitas objectiva)’는 의식 내의 표상적 존재(表象的存在)를 뜻하며, 의식의 밖인 현실존재를 뜻하는 형상적 실재(形相的實在:realitas formalis) 또는 현실적 실재(現實的實在:realitas actualis)와 대응된다. 또한, 스피노자의 객관적 존재(esse objectivum)와 형상적 존재(esse formale)와의 구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의 근세 유럽에서는 ‘objectum’이란 말은 점차 의식 밖에 있는 존재자를 뜻하게도 되었는데, 그 예를 이탈리아의 감각론자 T.캄파넬라나 영국의 유물론자 홉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용어법이 명확해지고 일반화된 것은 영국의 로크 이후의 일이다.

로크에 있어 관념(idea)은 ‘마음의 직접적인 object’를 가리킴과 동시에 관념 밖의 존재인 물질적 실체(corporeal substance)도 또한 ‘object’라고 하였는데, 이와 같은 용어법이 로크 철학의 영향을 받아 18세기에는 유럽 사상계에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명확하게 자각된 것은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전반에 걸친 I.칸트와 독일 관념론에 의해서이다. 칸트는 경험적 의식과 구별하여 선험적 의식(先驗的意識) 또는 의식 일반을 따로 구분하였다. 이것은 개인의식의 경험적 내용을 전부 사상(捨象)하여 단지 ‘나는 생각한다’는 순수한 의식만을 끌어낸 것으로, 개인의식이면서도 그 어떤 개인의식에도 적용되는 초개인적인 뜻을 지니는 것이다. 자기의 육체나 자기의 경험적인 심리과정도 다같이 ‘Objekt’로 보는 의식주관(意識主觀)의 뜻이 여기에서 명확해졌고, 여기에서 비로소 의식주관의 근대적 의미가 형성되었으며, 이에 따라 ‘Objekt’를 ‘객관’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단서가 구축된 것이다.

칸트가 선험적 의식 외에 불가지(不可知)의 ‘물자체(物自體)’를 상정(想定)한 데 반하여 J.G.피히테는 자아(自我:Subjekt)에 의한 비자아(非自我:Objekt)의 정립(定立)을 주장하여 물자체를 제거하였고, F.W.셸링은 다시 Subjekt와 Objekt의 절대적 무차별을 주장하였으며, G.W.F.헤겔은 자각적 자기운동의 Subjekt로서의 ‘절대정신’의 변증법적 전개로 일체의 자연과 역사를 설명하였는데, 이리하여 모든 것을 Objekt로써 고찰할 수 있는 Subjekt의 개념이 명확하게 확정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자연현상이나 심리현상뿐만이 아니라 사회현상이나 역사현상까지도 모두 Objekt로 보고, 또한 Objekt로서 고찰할 수 있는 기초가 확립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리하여 19세기 중기 이후, Objekt를 고찰하는 근대 과학은 모든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여기에서 일체의 것을 Objekt로서 고찰할 수 있는 근대과학의 객관주의(objectivism)가 성립되었다. 그것은 개인주관적인 편견이나 독단을 배제하고, 경험(관찰 ·관측 ·실험)에 입각하여 수학이나 통계학을 써서 object를 규정하고 확정하려는 것으로 실증주의는 이러한 입장에 선다.

신칸트학파는 이러한 객관주의에 기초를 부여하기 위하여 칸트를 부활시켜 과학적 인식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식을 선험논리학적 방향으로 순화시켰다. 그 결과 Subjekt와 Objekt, 주관주의와 객관주의는 상관개념(相關槪念)임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신칸트학파에 대항한 브렌타노학파의 노력으로 의식의 지향적 대상으로서의 Objekt가 반드시 의식 안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따라서 의식작용과도 구별되며, 의식의 밖에 있는 실재(實在)와도 구별되는 Objekt, 즉 ‘의미’로서의 Objekt의 존립(存立)을 명확하게 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20세기,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삶의 철학이나 실존철학이 유력한 흐름이 됨에 따라 존재론이나 형이상학에의 관심이 높아져 객관주의는 부정되기까지도 했는데, 이와 같은 경향 속에서 Objekt에 대하여 ‘객체(客體)’라는 번역어가 쓰이기도 하였다.

객관은 인식론적인 뜻을 지닌 것인 데 반하여 객체는 형이상학적인 뜻을 갖는다. 객관이 인식하는 주관에 대해서 나타나는 상대를 뜻하는 반면에 객체란 행위하는 ‘주체(主體)’에 대하여 나타나는 상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