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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 감독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경기 전 간단한(?) 소회

작성자 아크니스11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5-20 00:00 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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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최고의 감독은 라파였었죠

퍼거슨, 벵거, 무리뉴, 펩과 같은 위대한 감독들이 축구사에 족적을 남기는 와중에도

제가 눈으로 봤던 감독 중 가장 좋아했던 감독이었어요

 

그런데 1516시즌, 로저스 모가지가 날아가더니 갑자기 독일인 하나가 리버풀 감독직에 앉는다고 발표가 났죠

이 양반이 내 인생에 손꼽히는 감독이 될 줄은 몰랐지만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며, 4년만 기다려달라는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을 울리던지..

사실 그 때는 리버풀이 대권을 노리는 1, 2번 주자도 아니었고, 복학 때문에 정신없던 터라 그 전보다 관심이 덜한 편이었어요

그럼에도 유로파 준우승 했다는 소식, 그 다음 시즌에 겨우 챔스를 나갔다는 사실에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어요

솔직히 이 때는 전술이 어떻고, 감독 능력이 어떻고를 떠나서 리버풀 스쿼드가 그냥 물떠놓고 기도해야하는 수준이었잖아요?

 

그리고 특유의 게겐프레싱을 수정해가며 점점 리버풀의 헤비 메탈 축구가 만들어지고,

부임 후 첫 챔스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죠

악연의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준우승 사주인걸까,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 아쉽게 패했지만 (카리우스야...)

이 때부터 뭔가 느낌이 오더라구요, 아 이 양반 다음 시즌에 진짜 사고하나 칠 것 같다고.

 

잊을 수 없는 1819시즌, 리그는 97점이라는 역대급 승점으로 준우승에 그쳤지만 무승부가 너무 많았다는 아쉬움을 남겼고

근 10년 중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경기, 안필드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차지하죠

이때 친구들끼리 모여 관람한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해요

동이 트며 밝은 푸른색으로 변해가는 하늘, 초여름 아침의 축축한 냄새, 그리고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엉엉 울던 제 모습까지...

여기서 끝내지 않고 1920시즌, 32라운드 즈음 리그 우승까지 확정지으며 난 당신의 축구를 보기 잘했다고 생각했고

시티가 왕조를 이어가던 도중에 그들에게 오점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어요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2021시즌은 정신나간 부상의 악령이 리버풀을 덮쳤고

반 다이크, 마팁, 고메즈, 파비뉴, 핸더슨, 카박을 지나 내서니엘 필립스와 리스 윌리엄스라는

세상 둘도 없을 센터백 조합과 함께 꾸역꾸역 순위를 지켰고 알리송의 헤더골로 챔스권까지 선방할 수 있었죠

하늘도 등을 돌렸다고 평가할 정도로 역대급 위기였지만 그걸 이겨내는 모습은 당신을 응원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다음 시즌에는 도메스틱 더블을 했지만 챔스와 리그에서 아깝게 미끄러졌고, 지원이 없었기에 더욱 아쉬웠죠

리빌딩을 원하는 제 마음은 더 타들어갔구요

그 결과로 리버풀은 정상적인 스쿼드의 사이클이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유로파로 돌아갔고,

올 시즌도 중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죠

 

아쉬운 마음에 나쁜 말도 했었지만

빈틈없는 그 경쟁 속에서 에너지가 다했다는 당신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누구에게나 최고의 감독은 다를테고, 그 중 GOAT를 뽑으라면 당신은 순위에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한 일개 팬, 평범한 한 사람에게는 당신 같은 노멀 원이 넘버 원 감독이 되었어요

다음 감독으로 누가 오던 당신이 주었던 감동은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당시의 리버풀과 지금의 리버풀은 당신이라는 존재 덕분에 너무나도 달라졌으니까요

위르겐 클롭, 당신과 리버풀의 여정은 여기까지겠지만 슬픔은 슬픔으로만 남겨두고

당신의 유산이 꽃피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YNWA

클롭 감독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경기 전 간단한(?) 소회 -c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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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키히비키mk.2 profile_image 작성여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재 없었으면 트로피 이렇게 들어올릴 수 있었을지 의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