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주의)찐따가 헌포 가는게 맞나요?
-
게시물 수정 , 삭제는 로그인 필요
헌포 두 번 가고, 클럽 세 번 간적 있는데요. 말은 딱 한 번 밖에 못 걸어보고, 합석해도 말도 못 했습니다. 할 말이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클럽에서는 춤도 못추고, 리듬도 못타구요.
4번의 시도 사이에 텀이 긴데요. 제가 사회공포증 있는 극소심 성격이라 사회성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이 정도면 나 많이 변했다' 싶을 때 쯤 한 번씩 가봅니다. 사회성 테스트 하는 심정, 복권 긁는 심정으로 '말 한 번 걸어보면 성공이다'라는 마인드로요. 첨 갈 때는 로맨스도 상상했지만, 갈수록 로맨스의 관한 기대치는 쭉쭉 내려가네요.
가장 최근에 갔을 때, 같이 간 형이 이렇게 못 놀줄은 몰랐다면서 면박주더라구요. 그 날 이후로 클럽/헌포는 걍 포기했습니다. 그 날의 변명을 하자면, 그 형이 대화에 텀을 안두고 계속 얘기해서 제가 할 말이 없었어요.
그 형이랑 가기 전까지는 나랑 비슷한 애 한명 델꼬가서 조금은 적극적으로 임해보고 싶었어요. 너가 용기가 없다니, 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겠다 라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내가 클럽/헌포 같은 곳에서도 용기내어 말을 걸 수 있고, 그 대화를 주도하려 노력은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저에 대한 확신이 목표였구요.
근데, 원래 가기로 한 애가 펑크내서 인터넷으로 구한 형이랑 간건데 말도 잘하고 굉장히 적극적이더라구요. 저에게 남은 역할이 없었습니다.ㅠㅠ
좌우간, 몇개월 대학생활 하면서 최근에는 모든걸 포기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인간관계도, 공부도... 학교 나가는 날에는 자살연구 하고, 집에서는 오락에 몰두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자살도 못 할 것 같아요. 꾀쟁이 그 자체 입니다. 힘들 때는 자살로 도망칠 생각하고, 집에오면 띵가띵가 놀고.. 평생을 타던 외로움도 포기하니, 싹 사라지더라구요. 없는 형편에(소심함,인맥) 꾸역꾸역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지금은 사람 안만난지 2개월도 넘습니다.
그렇게 폐인으로 살던중 그 때 그 형한테 연락이 다시 왔어요. 헌포 가자구요. 첨엔 걍 카톡 부터가 두려웠습니다. "토요일에 뭐해?" 그러는데 헌포가자고 하겠다는 삘이왔거든요. 그래서 카톡 안보고 있는데, 은근히 기대되고 설레기 시작하더라구요. 포기한 패배자에서, 노력은 하는 패배자로 돌아가는건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기쁘기도 했습니다. 제 못난 꼴을 본 사람이 다시 찾아주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기뻤습니다.
저는 겉으로만 포기했다고 하지, 완전 포기도 못했다는걸 거기서 깨달았습니다. 진짜 포기했으면 대학부터 때려쳤겠죠. 분명 포기도 어느정도 해냈지만, 도피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여튼 그렇게 이어지는 헌포 제안을 승낙하고, 약속 날짜가 다가오니 두려워지더라구요. 헌팅 성공 확률은 0퍼센트에 임박할거고, 이 형이랑 아침을 맞이하는게 썩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에요. 왜냐하면 이 형이랑은 처음 헌포에서 본 이후로 다시 본적이 없거든요. 유대감도 없고, 성격이나 지위?도 정반대라 공감대도 안느껴졌습니다. 첫 인상이 성실하고, 외향적이고, 거친느낌의 사람이라 내 얘기 해봤자 한심하게 보겠지란 생각이였어요. 그래서 딱히 찾을 생각이 안들었습니다.
내년에 같은 과, 같은 반에서 동기로 지내야 할 사이라 엎지도 못하겠고 일단 강행하려던 찰나... 비가와서 그 형이 나중에 가자 하더라구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랑은 다시 못가겠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속상함과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제, 헌포 일정을 다시 잡더라구요. 저는 일단 상황 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약속을 미뤘는데요...
장황한 설명 끝에 드디어 결론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헌포를 가는게 맞나요?"
헌포 가기 전후로 스트레스도 크고... 가봤자 수확도 없고... 나름의 교훈이 있어왔습니다만, 팩트만 놓고보면 지금까지 쳇바퀴였거든요. 요즘 상태로는 패배에서 비롯되는 교훈이 나한테 좋은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겠고, 네 번의 시도로 이미 착즙 다 했는데 더 나올 교훈이 있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