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이번 여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작성일 2014.06.25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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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짜고 있는데 궁금한거 몇가지 지식인을 통해서 물어봅니다...!

 

1. 시베리아 횡단열차여행을 몇박으로 일정을 짜는게 좋을까요?
2. 음식은 얼마나 챙겨야 하나요?
3. 러시아어를 공부해서 가야하나요?
4. 시베리아 열차 여행에 있어서 꼭 가봐야 한다! 추천해주세요^0^
5. 4인실과 6인실이 있던데 각각 장단점좀 알려주세요~
6. 내가 짜서 여행을 가는거랑 여행사를 끼고 다녀오는거랑 어느게 좋을까요..ㅠㅠ
 금액면에서 부담이 되는데...추천해주세요...!
7. 마지막으로 열차여행에 주의사항!좀 알려주세요~ 


#이번 여름에 오사카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오마이뉴스 정대희 기자]

일 년 전, 이맘 때 즈음 유라시아 횡단여행을 떠났습니다. 변변한 외국어 실력 없이 오롯이 패기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낯선 땅을 돌며 보낸 4개월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10여개 국가를 여행했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늦었지만 서랍 속에 간직했던 묵혀둔 일기장을 공개합니다. -기자주

러시아에서의 첫 날이 밝았다. 아침 7시, 눈이 번쩍 떠졌다. 알람이 울리기 직전이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문밖으로 나선다. 도시는 아직 어둠에 뒤덮여 있다. 부스스한 얼굴로 여명이 밝아오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풍경을 바라본다. 어제와 달리 눈 덮인 경치가 이국적이다. 전날 밤, 거리를 헤매며 바라 본 도시와는 다르다. 코끝에 와 닿는 찬 공기에서 상쾌한 내음이 풍긴다.

오늘 저녁(16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는 기차에 오른다. 다음 여행지는 울란우데다. 기차로 2박 3일이 걸리는 곳에 위치한 도시다. 울란우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순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 잠시 머물러 가기로 한 도시다.

▲ 도심 풍경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앞에서 바라본 도심 풍경. 겨울, 블라디보스토크의 추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 정대희

블라디보스토크의 첫날이 밝다

밤사이 안내 데스크 직원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다. 더듬거리며 러시아어로 아침인사를 건넸다.

"즈드라스부이쩨".

어눌한 말투 탓인지 반응이 없다. 무표정으로 화답하는 그를 보자 머쓱하다. 러시아회화 책을 다시 봐야 할 듯하다.

대충 씻고 어제 산 컵라면과 빵으로 아침을 해결한 뒤 짐을 챙겨 떠날 채비를 했다. 숙소를 떠나며, 연습했던 대로 손을 흔들면서 러시아어로 직원에게 "다스비다니아(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했다. 아까와 달리 살짝 웃으며, 대답한다. 괜스레 뿌듯한 기분이 든다.

어제 만난 한국인들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한국행 배에 오르는 두 명과는 기차역 옆 육교서 작별을 했다. 뒤돌아 걸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훗날 무사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남겨진 나와 항근, 그리고 상일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오늘 밤, 모두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 전까지 꽤 시간이 남았다.

시내구경을 위해 짐을 맡길 수화물 보관소를 찾았다. 상일은 "장갑이 없어졌다"며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기차역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잠시 헤어졌다. 나와 항근은 수화물 보관소를 찾기 위해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다.

브하트(вход , 출구)란 키릴 문자가 적힌 문을 열고 역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검색대가 나타난다. 뒤로는 서너 명의 제복을 입은 러시아인이 서 있다. 힘들게 러시아에 입국했던 기억이 떠올라 괜히 심장이 요동친다. 다행히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알림판 블라디보스토크의 수화물 보관소는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 정대희

친절한 러시아인을 의심한 나, 반성했다

대합실을 어슬렁거리며, 수화물 보관소를 찾아 나섰다. 곳곳을 기웃거려보지만 도통 눈에 띄지 않는다. 그때, 항근과 나를 향해 웬 중년의 러시아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는 우리가 뭘 찾는지 묻는 것 같았다. 있는 힘껏 몸으로 수화물 보관소를 설명했다. 이번엔 80리터 배낭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몸짓을 보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눈치 챘는지 감탄사를 내뱉고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를 따라 다시 역 안을 빠져 나왔다.

기차역 바로 옆,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가자 단층 건물이 나타났다. '카메라 흐라네니야(камера хранения)', 수화물 보관소를 알리는 영문표기 위로 적힌 키릴 문자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내부는 한국의 전당포와 닮았다. 요금을 계산하고 배낭을 맡겼다. 밤 12시 이전까지 수화물을 찾아간다면 추가요금은 없단다. 어제(15)일 만난 재러 교포의 충고가 떠올라 지갑서 몰래 돈을 꺼내 요금을 지불했다. 그런 모습이 우스운지 주변에 있던 대여섯 명의 러시아인들이 웃는다. 도움을 준 러시아인도 소리를 내 웃으며, 손으로 눈을 가린다. 민망한 상황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배낭을 맡기고 보관소를 빠져나왔다.

친절을 베푼 러시아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그는 맥주 한 잔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의 호의가 불편하다. '혹시나 해코지를 당하는 게 아닌지'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안을 뿌리치고 갈 수도 없어 고민이다. 애매한 상황에 항근과 마주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고심 끝, 일단 항근이 그와 함께 대합실로 갔다. 난 자처해 "상일을 데리고 오겠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피했다. 혼자 상황을 모면해 보자는 얄팍한 심리가 작용한 거다.

기차역 매표소에서 상일을 만났다. "보관소는 찾았어?"란 상일의 질문에 "따라와"라며 으스대며 아는 척을 한다. 수화물 보관소로 향하는 길, 상일과 헤어진 후 일어난 상황을 수다스럽게 설명했다. 상일의 짐을 맡긴 후 대합실서 항근과 러시아인과 조우했다. 매점 근처서 둘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맥주 하나를 사 곁에 앉았다.

넷 사이, 침묵과 외침을 반복하는 어색한 상황이 이어진다. 만국공통어인 '바디 랭귀지'만이 유일한 대화수단으로 그와의 거리를 좁혀 주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도 기껏해야 그가 1966년생이고 기차역 직원이라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언어의 장벽이 크다.

보는 시각도 달랐다. 그는 셋 다 대학생으로 봤지만, 한국에서 난 언제나 '아저씨'로 불렸다. "서른 넷"이란 나의 말에도 못 믿는 그를 향해 여권을 코끝까지 들이밀었다. 그제야 그는 놀라며, 날 바라본다. 기분 좋은 경험이다.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항근과 자신을 놔두고 도망치듯 상일을 찾아나 나선 이야기를 우스꽝스레 표현했다. 내 속내를 뚫고 있던 거다. 돌이켜보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런 행동이었다. 부정할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가 웃음으로 대답한다. 그런 모습에 나는 더 작아졌다. 이 일을 계기로 여행을 하는 동안 타인에게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후 수많은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됐다.

아쉬움을 남긴 채 그와 헤어졌다. 제복을 입은 한 군인이 그에게 다가와 타박을 했고 그는 서둘러 일터로 향했다. 허기를 느낀 우리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 단짝 친구 패스트푸드점서 만난 러시아 청년 파벨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장차 러시아에 있는 한국기업에 취직을 하고 싶단다.
ⓒ 정대희

패스트푸드점서 한국어 공부하는 러시아 대학생을 만나다

상일이 구글 맵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을 발견했다. 천만다행이다. 추위에 볼이 시리다 못해 아파왔다. 장갑을 두 개나 겹쳐서 꼈는데도 손이 시렸다. 자꾸만 달라붙는 속눈썹, 안경에 서린 입김이 얼어 앞을 보는 것조차 어렵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추위다.

마침내 패스트푸드점에 도착했다.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를 살펴보지만 알아볼 수 있는 문자가 없다. 그림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을 했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허기를 채우며, 가볼 만한 곳을 논의했다. 순간, 옆 테이블에서 "안녕하세요"란 한국어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젊은 러시아인이 쳐다보며, 웃는다. 깜짝 놀라 한국말로 물었다.

"한국어 할 줄 아세요?"

어눌한 말투로 그가 답했다.

"조금 할 수 있어요."

말을 걸어온 러시아 청년의 이름은 파벨, 그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나이는 21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낯선 땅에서 일어난 신기한 경험에 놀라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그가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중앙광장에 들어서자 기념상이 보였다. 파벨은 "전쟁으로 죽은 사람"이라며 폭탄 소리를 냈다. 훗날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니 1917-1922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구 소련을 위해 싸웠던 병사들을 위한 기념물이란다. 광장 주변을 구경하는데 파벨이 다시 한국어로 물었다.

"술 마시러 갈래요?"

그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바깥구경을 하는 자체가 힘들 정도였다. 파벨도 추운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도심 속 빌딩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꽤 넓은 공간에 러시아의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유리창 너머로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도심 풍경이 내려다보였다.

▲ 보드카의 추억 파벨은 근사한 술집으로 일행을 이끌고 가더니 보드카를 샀다. 어찌나 독하던지 한 잔 술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 정대희

또 한 번의 반성... "영어 그만하고 한국말 해"

빈 테이블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파벨은 보드카를 주문했다.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계산도 했다. 상일과 항근은 술을 못 마신다며, 커피를 주문했다. 나만 파벨과 각자 나라의 말로 건배를 하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술이 들어가자 기분이 알딸딸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파벨이 느릿느릿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러시아에 있는 한국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요.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서 말을 건 거예요."

손에 낀 반지를 보고 물었다.

"결혼했어요?"

파벨이 답했다.

"네, 두 살 조금 안 된 딸도 있어요."

어린 나이에 결혼해 딸도 있다는 그의 말에 항근과 상일도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결혼이야기가 나오자 대화는 자연스레 각 나라의 경제상황으로 이어졌다. 내가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늦게 해. 결혼하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들거든. 가장 큰 장애는 집값이야. 엄청 비싸거든."

파벨이 대답했다.

"러시아의 평균 임금이 600불 정도예요. 한국기업의 임금이 높아 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러시아에 있는 한국기업에 취직하길 희망하죠. 블라디보스토크는 집값은 싼 편인데, 나머지는 비싸요. 반대로 모스크바는 집값이 10만불 정도로 아주 비싸지요. 하지만 나머지는 싸요. 내가 태어난 노보시비리스크가 모든 게 적당해 살기 좋아요. 대학도 싸게 다닐 수 있고요."

느리고 때론 듬성듬성 말을 못 이어갔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한국말로 설명을 했다. 반대로 한국인 셋은 house(하우스, 집), Korea(코리아), money(머니, 돈), marry(메리, 결혼) 등 한국어과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파벨이 말했다.

"왜 영어로 말 해? 난 한국 사람에게 한국말 배우고 싶어서 너희에게 다가간 건데. 영어 그만해. 한국말 해."

그의 말에 뒤통수가 번쩍했다. 다들 무의식적으로 영어를 사용해야만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다. 또 한 번, 내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더욱이 '러시아어 회화책을 꺼내놓고 대화를 했다면 파벨이 이렇게까지 짜증을 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한 두 개의 러시아어도 공부하지 않고 여행 온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갑자기 취기가 사라지고 다시 한 번, 반성을 하게 된다. 보답으로 이번엔 내가 그에게 술을 샀다. 항근과 상일도 함께 건배를 했다.

▲ 철로에 선 열차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철로에 서 있는 열차 모습.
ⓒ 정대희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다

내가 탈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 다가와 모두 술집을 빠져나왔다. 파벨이 울란우데까지 가려면 열차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먹을거리를 사야 한다고 해 근처 마트로 향했다. 간단히 음료와 컵라면, 소시지, 빵 등을 고르자 파벨이 "모자라"라며 카트에 이것저것을 더 넣었다. 너무 많은 양을 산 것 같아 그를 제지했다. 물론 나중에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기차로 2박 3일간 이동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의 식량이 필요했다.

마트를 나와 파벨과 헤어졌다. 아내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그는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차역까지 바래다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그를 등 떠밀듯 보낸 뒤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수화물 보관소에서 짐을 찾아 열차에 올랐다. 항근과 상일은 먼저 떠나는 날 위해 승강장까지 배웅해 주었다. 러시아는 승강장까지 출입이 자유로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정이 쌓여 헤어짐이 아쉬웠다.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며, 열차에 올랐다.

열차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각 좌석마다 짐을 싣느라 어수선했다. 이름 모를 러시아인의 도움으로 기차표에 적힌 숫자 '12'를 찾았다. 2층 침대칸이다. 배낭을 3층 짐칸에 올려놓고 창문 너머 손을 흔드는 상일과 항근을 향해 똑같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이윽고 열차가 서서히 움직인다. 승무원이 다가와 열차표를 확인하고 베개와 이불덮개 서너장을 건넨다. 같은 침대칸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로 보이는 세가족이 탔다. 통로 칸에는 배가 불룩한 임산부가 힘들게 짐을 싣고 있다. 사방이 죄다 서양인이다. 동양인은 나 혼자다. 이제부터가 진짜 여행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기차표 보는 법
▲ 열차표 러시아의 기차표.
ⓒ 정대희

(1) 기차번호-(133 ЗА)
(2) 출발 날짜(16. 01. 12. 34-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표시. 블라디보스토크 +7)
(3) 객차 번호 및 종류- (06 П)
П-쁠라츠카르타(개방형)
К-쿠페(4인실)
Л -룩스(일등석 2인실)
(4) 출발지-도착지(ВЛАДИВОСТ-ЧЛАН ЧДЕ)
(5) 침대번호-(МЕСТА 012)
(6) 여권번호 및 승객 이름-(33М91970612/ JEONG=DAEHEE)
(7) 기차표 가격-(Н-3542.8)
(8) 도착날짜-(19.01 06.43-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표시. 울란우데 +5)


덧붙이는 글 | 여행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 및 담지 못한 이야기는 오블(http://blog.ohmynews.com/kaos80)에 올립니다. 러시아 철도청을 방문해 기차표를 예매하는 방법 등을 알고 싶은 분들은 오블을 방문해 주세요.

한공주 스승의 은혜 도가니 돼지의 왕(한유경)(신나래 사회부적응자)(임윤택 학교폭력 가해자 사회초년생 서열)(앤디 드레이크 란돌프 벤 버튼)(소아기호증 작은 크기의 어른)(불링)(케빈에 대하여)(장성택 인간쓰레기)(휴먼).


(사진=노랑풍선 제공)

노랑풍선, 이스턴드림호 타고 러시아 왕복 5일 상품 선보여

[CBS노컷뉴스 아웃도어팀 최선미 기자] 직판여행사 노랑풍선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지역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5일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올 초 한국과 러시아간 무비자협정을 통해 여행절차가 한결 간편해지면서 러시아 여행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노랑풍선의 이번 상품은 동해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왕복하는 대표 크루즈훼리인 DBS이스턴드림호(1만3000톤급)를 이용하며 현지 명소인 레닌공원, 잠수함 박물관,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념비 등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꾸려져 있다.

상품의 가격은 51만9000원(유류할증료 별도)부터로 선내 부대시설과 전 일정 식사, 관광지 입장료 등을 포함해 여행객의 부담을 줄였다. 이와 더불어 황금연휴 기간인 5월4일 출발 고객을 대상으로 맥주와 마른안주, 10명 이상 시에는 보드카를 특전으로 제공한다.

문의=직판여행사 노랑풍선(2022-254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괴롭혔던 여자애 국정원).
[오마이뉴스 정대희 기자]

2013년 1월, 유라시아 횡단여행을 떠났습니다. 변변한 외국어 실력 없이 오롯이 패기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낯선 땅을 돌며 보낸 4개월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10여 개 국가를 여행했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늦었지만 서랍 속에 간직했던 묵혀둔 일기장을 공개합니다. - 기자 주

▲ 블라디보스토크의 기차역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모습
ⓒ 정대희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눈앞이 깜깜하다. 당황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출구를 찾아 헤맨다. 그때, 어디선가 들여오는 낯익은 소리. 진원지를 찾아가자 한국인들이 모여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살았다'는 말이 뒤따라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재러 교포 충고, 사라진 동환... "두려웠다"

천연덕스레 무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물었다.

"안녕들 하세요. 죄송한데 출구를 못 찾아서 그러는데, 혹시 어딘지 아세요?"

말을 걸자 중년의 남성이 고개를 돌린다. 곁에 있던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도 빤히 쳐다본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침묵을 깨고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한국에서 왔나 보네. 반갑네요. 그런데 어쩌다가 길을 잃었어요? 마침 우리도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따라오세요."

어느새 동환과 항근도 곁에 와 있다. '재러 교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출구를 빠져나왔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영하 17도의 날씨에 바람까지 불자 뺨이 얼어붙는다. 누군가 세차게 뺨을 후려친 것 같이 볼이 얼얼하다.

국제여객터미널 앞, 육교를 넘자 바로 기차역이 보인다. 한 차례 더 중년 남성에게 부탁했다.

"선생님, 죄송한데 저희가 기차표를 끊어야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러시아는 다들 처음이라서요."

염치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하자 그는 흔쾌히 셋을 이끌고 기차역 대합실로 향한다. 매표소에서 항근과 나는 이튿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는 기차표를 예약했다. 동환은 그 시각 이후 이르쿠츠크를 향하는 가장 빠른 열차를 알아봤다.

차례로 기차표를 발급받자 그는 서둘러 떠나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소셜네트워크(SNS)에 친구로 등록을 해주었다. 그리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내 말 잘 들어. 러시아에서는 절대로 지갑을 보이며 돈을 꺼내지 마.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다들 러시아어를 못한다고 했지. 걱정이다. 여행하기 힘들 텐데... 아무튼 조심들 해. 얼마 전에도 한국인 커플을 만났는데 밥도 제대로 못 사 먹고 그러다 다시 그냥 돌아갔거든. 어쨌든 무사히 여행하고 좋은 추억 쌓길 바라."

말을 끝내고 뒤돌아 가는 그를 바라보며 왠지 모를 두려움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그의 이야기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나에게 닥쳐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좌충우돌 경험에 식은땀이 절로 난다. 요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썼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이 되자 동환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항근이가 말했다.

"아까 기차표 끊고 난 뒤부터 안 보여. 정신없어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는데. 열차 시간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기차 타러 갔나 봐."

정신이 없기는 없었나 보다. 동환이가 보이지 않는 것도 몰랐다.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게 아쉬워 동환이를 찾아 나섰지만, 보이지 않는다. 머쓱해진 항근이와 난 애먼 '상황 탓'만 한동안 늘어놓았다.

▲ 기차역 매표소 재러 교포의 도움으로 다음 여행지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표를 구입했다. 하지만 표를 발급받은 후 친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정대희

늦은 밤, 거리 헤매다 '꽈당'... 짜증이 밀려왔다

기차역을 빠져나오자 어둠에 뒤덮인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듬성듬성 켜진 불빛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다. 깊게 숨을 한 번 내쉬고 눈 쌓인 길 위로 발을 내디뎠다. 다행히 항근이가 미리 한국에서 알아 온 숙소가 가까운 곳에 있다. 스마트폰의 지도서비스를 이용해 숙소 방향을 살핀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가로등 수도 적고 눈에 띄는 간판도 없어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재촉한다. 곧 기차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건물이 있다. 전형적인 유럽풍의 건축양식이다. 아무리 봐도 배낭여행객을 위한 숙소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마침 건물 앞에 눈을 쓸고 있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러시아 어르신이 보인다. 그에게 다가가 손짓, 발짓 등을 섞어가며 우리가 찾고 있는 숙소가 맞는지 물었다.

한참을 설명했는데 성과가 없다. 러시아어로 대답하는 그의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는 손가락으로 건물 뒤편을 가리켰다. 우리는 그게 돌아가라는 시늉인 줄 알고 그대로 믿고 따랐다. 이것이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자 언덕길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계단이 얼었다. 거기다가 눈까지 덮여 있어 오르는데 여간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며, 계단을 탔다. 앞서 걷는데 뒤에서 항근이가 괴성을 지르며 '꽈당' 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짐 가방은 떼굴떼굴 굴러 길 옆에 내팽개쳐졌다. 상황은 웃긴 데 현실을 생각하니 울고 싶다.

항근이를 일으켜 세우고, 함께 손잡이가 끊어진 짐 가방을 들었다. 또다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우린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스레 계단을 올랐다. 짐을 맞잡고 낑낑 됐더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다. 고생하며 언덕길에 다다랐지만, 숙소가 보이지 않는다. 허탈하다. 말할 수 없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약 20분 정도 거리를 헤매다 결국 다시 아까 그 건물 앞으로 되돌아왔다. 스마트폰의 지도서비스가 가리킨 건물이다. 두리번거리다 출입구 주변을 자세히 살펴본다. 아뿔싸, 그토록 애타게 찾던 문구가 초인종 옆에 작게 표시돼 있다. 녹초가 돼 저만치 떨어져 있는 항근이를 불렀다.

"항근아! 여기다 여기. 간판이 어이없게 초인종 옆에 조그맣게 적혀 있다. 숨은그림찾기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찾으라고 이런 식으로 만든 거냐? 미치고 팔짝 뛰겠네."

벨 누를 생각은 안 하고 항근이에게 한풀이만 해댄다. 서른넷,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인터폰을 통해 직원과 통화했다. 항근이가 예약했다고 말하자 "삐~익"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린다. 그동안 숙소를 찾아 밤거리를 헤매며 고생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숙소에 들어서자 얼어붙은 몸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동시에 긴장감도 사그라진다.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하룻밤 숙박비를 내고 숫자 '6'이 적힌 방으로 향한다.

방문을 열자 이층 침대와 그 곁에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들이 한데 뒤엉켜 있다. 침대에 걸터 앉아 바느질하고 있는 이를 향해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대뜸 소리쳤다.

"한국인 맞으시죠?" 

▲ 울고 웃게 한 문구 러시아는 한국과 달리 화려하고 큼직막한 간판이 없다. 숙소를 찾기 위해 밤거리를 헤매다 발견한 숙소. 조그마한 간판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 정대희

흐뭇한 컵라면 하나

방에는 항근이와 나보다 먼저 온 세 명의 한국인이 쉬고 있다. 짐을 풀며 그들과 사소한 대화로 피로를 풀었다.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느껴진다. 세 명의 한국인에게 요깃거리를 살만한 곳을 물어 숙소를 빠져나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문을 연 작은 가게를 찾았다. 도로 옆에 들어선 가게는 마치 한국의 지하철 간이매점처럼 생겼다.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를 달래기 위해 서둘러 먹을거리를 둘러본다.

유리 창문 너머로 익숙한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컵라면이다. 인터넷을 통해 러시아에서 컵라면이 인기라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실제 판매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면서 흐뭇하다. '끼릴 문자로' 쓰인 '도시락'이란 문구가 왠지 낯설지 않다.

손가락 두 개를 피며 "도시락"이라고 외치자 매장 안 중년의 러시아 여성이 유리창 쪽문을 통해 컵라면 두 개를 내밀었다. 또다시 손가락을 사용해 빵과 물을 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두 손에 든 식량이 든든하다.

밤 11시, 배고픔을 달래고자 '도시락'에 물을 부었다. 러시아에서 먹는 첫 끼니다. 용기 안에 든 플라스틱 포크로 잘 익은 면발을 '후~후~' 불어 입안에 털어 넣는다. 한국서 맛본 것보다 약간 싱겁지만, 입맛에 맞는다.

게눈 감추듯 컵라면과 빵을 먹어 치우고 간단히 샤워를 했다. 그리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휴게실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같은 방에 묵게 된 독일인과 수다를 떨었다. 말이 수다이지 영어회화가 안되니 몸이 고생이다. 독일인의 질문에 눈치껏 아는 영어 단어를 총출동하며, 몸짓으로 대답했다. 다행히 의사소통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 물론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의문이다.

휴식도 잠시, 갑자기 옆 테이블서 술을 마시던 러시아인이 항근에 소리를 지른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나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따지듯 소리를 지른 러시아인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다. 그는 러시아어로 소리치며 항근이의 빨랫감을 세탁기 위에서 치우며 "요리를 하는 싱크대에 왜 빨랫감을 올려놓느냐"고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화를 낸다. 그제야 우린 세탁기가 싱크대 한 귀퉁이에 설치된 사실을 깨달았다.

직접 요리하는 부분도 아닌데 불같이 성을 내는 그가 달갑지 않다. 한편으로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도 아닌데 '꽥'하고 소리까지 지른 그에게 욱하고 화가 났다. 분한 감정을 꾹 참으며, 그를 달랬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것도 문화 차이에 해당하나.'

수차례 이어진 항근이의 사과에도 러시아인은 계속해 혼자 중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린다. 구시렁거리는 그를 피해 방안으로 향한다.

▲ 너저분한 숙소 러시아에서 처음 묵게 된 숙소. 이층 침대와 빨래 건조대, 그리고 어리럽게 너려 있는 옷가지들이 한데 뒤엉켜 너저분하다.
ⓒ 정대희

밤을 잊은 다섯 남자의 수다 "한국사람 맞나?"

짐 정리를 끝낸 다섯 명의 한국인이 방안에 둘러앉았다.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두 명의 한국인은 해외근무를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몽골에서 출발해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이동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약 2주간 여행했단다.
  
이튿날(2013년 1월 16일) 한국에 돌아간다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내게 말했다.

"알혼섬에 간다고 했지. 우리도 가려고 했는데 이르쿠츠크에서 출발하는 교통편이 없어서 허탕을 쳤어. 우리처럼 못 갈 수도 있으니 잘 알아보도록 해. (명함을 내밀며) 잘 곳이 필요하면 여기로 가봐. 우리가 묵은 곳인데 시설 좋고 직원도 친절하더라."

이어 그와 동행한 50대 남자가 입을 땠다. 그는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같은 인상을 풍겼다.

"솔직히 나도 러시아가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해 보니 내 생각이 틀렸던 거야. 한 번은 기차 안에서 러시아 여교사를 만났는데 어찌나 친절하던지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 여태껏 만난 러시아인들은 거의 다 그렇게 친절했다니까."

다섯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스물넷의 상일이는 군입대를 앞두고 한 달간 러시아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러시아행 배 안에서 그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어 함께 배를 타고 온 사실을 이때야 비로소 알게 됐다.

항근이는 러시아와 북유럽을 거쳐, 이탈리아에 사는 이모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항근이의 북유럽행에 다들 "물가가 엄청나게 비싸다고 하던데"라며 합창하듯 묻자, 그는 "오로라를 꼭 직접 보고 싶어서요"라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난 배낭에 넣어온 두꺼운 책자를 꺼내 보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모은 여행정보를 묶어 만든 제본이다. 백과사전을 연상케 하는 두께에 다들 놀라는 표정이다. 4개월간 유라시아를 횡단할 계획이라고 말하자, 넷은 "좋은 회사 다니나 보네, 부럽다"며 한마디씩 한다. 하지만 "사표 쓰고 떠나는 여행"이라고 대답하자 "미쳤어" "용기가 대단하다" "멋있다" 등 탄식과 감탄이 뒤따른다.

한참을 웃고 떠들다 새벽 1시 즈음에야 침대에 누웠다. 다섯은 '한국남자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수다스러웠다. 길고 길었던 하루의 끝,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괜스레 몸만 뒤척인다. 그리고 모두 잠든 후 조용히 담배 한 개비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 도시 풍경 숙소에서 바라 본 블라디보스토크의 도시풍경.
ⓒ 정대희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어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세요
기본적으로 환율과 지도서비스 앱은 반드시 다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회화 앱은 한글과 영문 검색을 통해 다양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어플을 두 가지 정도 설치하면 도움이 됩니다. 또,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앱도 있으니 여행 전 살펴보고 미리 설치하면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다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스마트폰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담아두는 지혜를 발휘해 보세요.


아메리칸 뷰티(미나)(전신화상 채정안 김사랑)usa총기규제(총알)(쑤어사이드)(이명학).용인 살인 사건 감정이 메말랐다(공감).감정이 메말라버렸다.
타블로(저주).소시오패스.
 

<사진제공=코레일관광개발>
러시아 연해주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의 진주'라고 불린다. 아름다운 자연과 유럽의 매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출발역이자 종착역이기도 하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독립운동 요람이었던 곳이자 삼일운동 시발점이 되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코레일관광개발에서는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취항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주변 도시를 둘러보는 다양한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탈 수 있는 일정이라 눈길을 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혁명광장'. 영화배우 장동건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태풍'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각종 집회와 국가적인 행사가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겨울에는 광장에 눈썰매장이나 스케이트장을 임시로 만들어 아이들과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혁명광장을 지나면 러시아 최고급 백화점인 굼백화점을 볼 수 있다. 1906년 건설되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백화점으로 볼거리가 많다. 쇼핑뿐 아니라 백화점 내부를 장식한 조각품과 화려한 샹들리에 등을 구경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여행객들을 사로잡는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은 러시아 정교회들이다. 크고 작은 정교회가 있는데 햇볕에 반짝거리는 황금색 돔과 단순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외관이 인상적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전망대'도 추천한다. 191m 높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과거에 군사 시설로 사용되기도 했다. 독수리 요새가 있어 독수리전망대라 불리기도 하며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비롯해 항구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전망대 아래에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비는 공간도 있어 종종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약 2시간 소요되는 곳에는 우스리스크가 있다. 발해 옛 성터를 비롯해 고려인 역사 센터, 고구려 유적 등 역사 문화와 관련된 탐방 장소들이 둘러볼 만하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횡단열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하바롭스크에서는 '아무르강'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에서 발원해 오호츠크해로 흘러 들어가는 아무르강은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바롭스크를 관통하는 아무르강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시민과 여행객이 많다.

강 주변에 있는 향토박물관을 방문하면 여러 민족들이 사용했던 물건과 박제된 러시아 동물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또한 하바롭스크 중심부에 있는 레닌광장도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다. 러시아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레닌 동상이 이곳 레니광장 가운데에도 자리 잡고 있다. 광장 주변에 있는 하바롭스크 시청 건물이나 캄소몰 광장, 다나모 공원 등도 둘러볼 만하다. 특히 캄소몰 공원에 성모승천사원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블라디보스톡/우스리스크/하바로브스키 3박4일' 상품을 선보인다. 5월 동안만 15만원가량인 러시아 비자발급 비용을 면제해준다. 요금은 119만원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매주 수ㆍ금ㆍ일요일 출발한다. 여행객 전원에게 기내용 슬리퍼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동방의 진주] 블라디보스톡/우스리스크 2박3일' 일정도 매일 출발한다. 요금은 비자비용 포함해서 84만9000원부터. 6월부터는 비자비 불포함 79만9000원부터.

※문의=코레일관광개발 (02)2084-7744

 

드크레람볼트(사회적 서열).소피 애들린(남자취향 스페인 이탈리아)올랜도 블룸(닉 부이치치)(에이지안).

우크라이나 국제결혼(자신의 외모와 능력을 과대평가).유럽 열차 기행(세바스찬 하이네 35).

메이드 인 차이나(차이니즈).이라크 우즈벡.김방실(사과)과도한 휴머니즘(문단열 눈빛)(김다울 자본주의 공산주의).




[서울신문]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시베리아횡단열차(TSR)는 우랄산맥을 지나 150여 시간 만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지난달 19일 도착한 TSR의 종착역인 야로슬라블역 선로 끝에 ‘0’이라고 적힌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에 이르는 TSR이 여기서 시작되고 끝난다는 의미였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정치·경제 중심지인 모스크바는 인구 1056만명으로 러시아 최대 도시이자 수도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모스크바 중앙순환도로 사업, TSR 철도 현대화 사업 등 사회 인프라망 강화 계획으로 도시 곳곳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러시아 기업 및 삼성, LG, LS, 오리온, 범한판토스 등 한국 기업과 물류회사 DHL 등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법인 본사 간판이 자주 눈에 띄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모스크바 아닌 도시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로, 철도, 공공기관 등 모든 인프라가 쏠려 있는 곳이 모스크바다. 오명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모스크바 무역관 과장은 “러시아 내 외국 기업 투자 환경과 비즈니스 여건이 가장 좋은 도시로 국내외 기업이 몰려 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 프로젝트 등 지방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모스크바는 여전히 러시아 정치·경제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물류·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한 모스크바는 도시를 가로지는 모스크바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13개의 선로와 함께 4개의 국제선 기차역 등 9개의 기차역이 있어 ‘철도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항구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레닌그라드역,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와 연결된 키예프역, 벨라루스 공화국의 브레스트로 가는 기차가 있는 벨라로스키역 등은 대부분 국제 노선을 갖추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통해 유럽으로 갈 경우 벨라루스 공화국이나 헬싱키,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으로 향하는 경로를 주로 이용한다. 지난달 21일 벨라로스키역에서 만난 엘노르는 “민스크나 브레스트 등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시를 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항공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여행객의 경우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벨라루스 공화국을 거쳐 서유럽으로 가기보다는 발트 3국을 거쳐 폴란드, 체코, 독일로 가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게 현지 여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모스크바는 물류 관점에서도 항공이나 도로, 철도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이 있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러시아는 2012년 8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하면서 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화물들이 증가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 운송조정협의회(CCTT)에 따르면 TSR을 통한 화물 운송은 중국이 지난해 상반기 19만 3668 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 박스 1개 단위)로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 TEU 증가했고, 한국은 9만 5842TEU(지난해 상반기)로 7만 6297 TEU였던 2012년 상반기에 비해 2만 TEU가량 증가했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 운송은 철도를 이용하기보다는 가격이 70% 수준인 트럭이나 선박을 통해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 공화국의 브레스트로 향하는 노선이 주목된다.

물류기업 범한판토스의 정한구 러시아 법인장은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는 벨라루스 공화국은 상대적으로 통관 작업이 자유로워 물류량이 많다”면서 “브레스트역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철로가 연결돼 있어 유럽으로 갈 수 있는 활로는 열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청장은 “TSR은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럽까지 가는 데 2주 정도 걸리는 최단 기간의 루트”라면서 “예측 가능한 시간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안정성과 함께 통관 절차의 간소화 등 개선책을 통해 물류량을 늘려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모스크바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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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와 원작을 각색한 197분짜리 동명영화에 등장하는 눈 쌓인 자작나무와 그 위를 달리는 열차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여행길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여기에 수심 40m까지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바이칼 호수의 투명함과 시베리아의 청명한 공기까지 더해진다면 힐링 여행으로 이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로 꼬박 72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관광 도시 이르쿠츠크. 인구 70만명의 중소 도시지만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앙가라강만 둘러봐도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바이칼 호수, 한민족의 시원이라 불리는 알혼섬, 환바이칼 철도 등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들을 품고 있어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린다.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하는 리스트비얀카는 시내에서 가장 짧은 거리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다. 창밖으로 펼쳐진 눈 쌓인 나무 숲을 보다 보면 울퉁불퉁한 도로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낄 새도 없다. 현지 가이드인 BK투어의 김민석씨는 “바이칼호의 면적이 우리나라의 30%에 달하는 만큼 전부 둘러보기 위해선 3주는 머물러야 한다”고 귀띔했다. 성수기인 5~8월에는 리스트비얀카에서 유람선을 타고 바이칼을 둘러볼 수도 있다.

바이칼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담수량을 자랑하는 데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1637m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카메라에 그 느낌을 담아 보겠다는 심정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지만 거대하고 투명한 호수와 눈 쌓인 타이가 숲은 앵글에 담기조차 벅찼다. 바이칼이 얼어붙는 2월 이후에는 수심 4m까지 빙판이 만들어지고 그 위로 차량이 달리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한민족의 시원으로 알려져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알혼섬과 함께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버려진 구간을 활용한 환바이칼 철도도 명물이다. 연휴를 맞아 바이칼을 찾은 알렉세이·빅토리아 부부는 “5월 연휴에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환바이칼 철도를 타러 다시 올 생각”이라면서 “환바이칼 철도는 러시아에서 최고의 효도 선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BK투어의 박대일 대표는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면서 “한·러 비자면제 협정으로 이르쿠츠크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사진 이르쿠츠크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서 세상과의 교신을 잠시 멈추고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크루즈 여행. 배를 타고 떠나는 머나먼 여정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무척 매력적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모두 꺼내놓고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갖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동해↔블라디보스토크, 크루즈에서의 20시간 코레일 관광개발과 함께하는 3박 4일 일정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은 동해항에서 DBS 국제크루즈페리를 타고 출발한다. 8만원 상당의 러시아 비자에 대한 비용 부담이 없고 별다른 옵션 상품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우면서도 실속 있는 러시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에 출발해 다음날 낮 12시에 현지에 도착하는데 20여 시간이 걸린다. 비행기에 비해 수속 과정이 간편하고 까다롭지 않다. 크루즈 안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분위기 있는 바, 출출할 때 간식거리들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스낵바, 편의점, 미니 면세점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영해를 벗어나면 더 이상 휴대폰은 무용지물이다. 수신도, 발신도 되지 않고 철저히 외부 세상과 차단된다. 대부분의 시간은 각자 알아서 보내야 하지만 저녁식사 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은 선내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위해 준비한 노래·댄스·뮤지컬 등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한밤중 갑판 위에 올라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은 무척 낭만적이다. 작은 불빛 하나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인 배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 그 아래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홀로 고독을 즐기며 사색하는 사람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을 볼 수 있다.

크루즈 안에서의 잠자리는 단체 다다미방, 6인 1실, 4인 1실, 2인 1실 중 여행 전에 미리 선택할 수 있다. 매트를 깔고 잘 수 있는 다다미방을 제외한 나머지 침실에는 침대와 냉장고를 비롯해 욕조 및 샤워시설이 구비된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때 절대 잊지 마세요! 일탈은 금물 블라디보스토크는 아직까지 치안이 매우 불안하기에 개인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저녁에는 시내 곳곳이 우범지대로 변하기 때문에 이유 없는 폭행과 갈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화장실 이용 러시아는 화장실 문화도 우리와 크게 다르다. 백화점이나 음식점에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으며 보통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42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루불화 환전 루불화가 통용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US달러를 쓸 수 없다. 일부 슈퍼마켓에서 받는 경우도 있지만 달러는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지에서 환전할 수 있는 곳도 드물기 때문에 미리 한국에서 루불화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단,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은행에서만 루불화로 환전이 가능하다. 미리 환율도 계산하자.

생수 챙기기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먹는 물이 귀하기 때문에 식당을 제외한 곳에서는 따로 물이 제공되지 않아 직접 사 먹어야 한다. 공짜 정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마실 것을 충분히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먼 나라·이웃 나라, 블라디보스토크 속 한국

이튿날에는 오전 5시부터 6시까지 조금 이른 조식이, 11시 30분부터는 중식이 준비된다. 메뉴는 밥, 불고기, 김치, 두부, 채소샐러드, 연어구이, 수박 등 한식으로만 간단하게 차려진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러시아 해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도착한 후 하선하기까지는 약 2시간의 긴 시간이 걸린다. 비자가 있는 현지인들이나 다른 외국인들이 먼저 내린 후 국내 무비자 관광객들이 수속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기후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6월 초에 기자가 방문했을 무렵에는 그곳도 때마침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며 연일 더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밤에는 급격히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카디건이나 가벼운 외투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크루즈에서 내린 후 오후 3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시내 관광이 시작된다. ‘동방을 지배하다’라는 의미를 갖는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동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 겸 군항이며 시베리아 철도의 종점이기도 하다. 1856년에 러시아인이 이곳을 처음 발견했으며, 1890년대부터는 무역항으로서 크게 발전했고 1903년에 시베리아 철도가 완전히 개통됨으로써 모스크바와도 이어지게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극동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로 한국·중국·일본과 가까워 일찍이 무역, 외교, 상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의 과거와 미래, 자유와 속박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비록 크루즈에서의 시간을 제외한 현지 일정이 다소 짧게 느껴질 수 있으나 구한말 한인들의 생활터전인 신한촌 및 기념비와 안중근 동상,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 역, 중앙광장, 해양공원, 러시아 재래시장과 수산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한국과 연결된 낯설지 않은 역사와 이국적인 유럽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1박 2일간의 현지 시내 관광 ‘역사와 전통을 따라’ 시내 관광은 이틀에 걸쳐 이뤄진다. 장동건 주연의 영화 ‘태풍’의 촬영지인 ‘혁명광장’과 잠수함 내부를 견학할 수 있는 ‘C-56 잠수함 박물관’을 관람하고 난 후 1906년 건설된 전통 있는 러시아 국영 백화점 ‘굼’을 둘러본다.

‘굼’은 붉은 광장을 사이에 두고 레닌 묘와 마주하고 있으며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러시아 최대·최고급 백화점이다. 우리네 백화점과 달리 천장이 높고 유리로 덮여 있어 햇빛이 그대로 투과된다. 백화점에서는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샹들리에나 정교한 조각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우리나라 가전제품 브랜드도 입점해 있어 반갑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의 가전제품 대부분은 삼성과 LG 제품들이기 때문에 러시아인에게 한국 사람의 이미지는 꽤 좋은 편이다.

저녁에는 러시아 식당으로 이동해 현지 전통식을 맛볼 수 있다. 구운 감자와 함께 나오는 돼지고기 꼬치인 ‘샤슬릭’이 메인 메뉴이며 그 외에 오이와 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 짭짤하면서도 촉촉한 빵, 빈대떡처럼 생긴 채소전이 한 끼 식사로 제공된다.

숙소는 블라디보스토크 호텔이며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창문을 열면 러시아의 해안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달리 저녁 8시가 되어도 마치 오후 5시 정도로 느껴질 만큼 낮이 길고, 밤 10시가 조금 넘을 무렵에서야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에는 오전 9시에 호텔 조식을 마친 후 한국의 역사가 깃든 곳을 찾는다. 연해주 독립 운동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신한촌 기념비’가 있는 곳은 일제 당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치열하게 독립운동이 펼쳐졌던 역사의 현장이다.

‘신한촌’은 지난 1911년 러시아 당국이 콜레라를 핑계 삼아 당시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인근 해안가에 들어선 한인들의 최초 정착지인 개척리 마을을 북쪽으로 3~4km가량 떨어진 시 외곽 야산으로 옮겨 조성한 한인 집단거주지다. 구한말부터 1922년까지 개척리와 신한촌을 중심으로 한 동포들의 강력한 항일투쟁은 8·15광복의 밑거름이 됐고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현지 가이드가 알려주는 블라디보스토크 이색 상식! ■ 시내 인구는 약 78만 명이지만 땅덩어리는 우리나라의 1/3정도가 될 만큼 대단히 크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 도시 전체에 신호등이 단 4개밖에 없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한 편이다. 반면 열일곱 살 때부터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어 차량과 운전자는 매우 많다.

■ 남자보다 여자가 우대받는 도시다. 시민의 성별 비율은 6:4 정도인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다. 특히 이혼율이 높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부가 이혼했을 때 80%의 경우는 양육권과 전 재산이 모두 여자에게 돌아가도록 법이 제정되어 있으며, 최고의 명절 역시 여성의 날로 지정된 5월 8일이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대받는 순위를 매기자면 1위는 여자(뭐든지 ‘Lady First’) 2위는 개(이곳 사람들에게 개는 가족과 마찬가지), 3위는 군인(항구 곳곳에 해군이 배치), 4위는 남자다.

이후 젊음의 거리인 ‘나베르즈나야 거리’를 구경하고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아무르 만(스포르치브나야 가반)을 따라 해양공원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둘러본 후 현지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쇼핑으로 시내 관광을 마무리한다. 슈퍼마켓에서는 러시아의 명물인 보드카를 값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한식당에서 중식을 마친 뒤 오후 3시에는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출발한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20여 시간이 걸리며 다음날 낮 12시에 동해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마치고 자유 해산한다. 동해항에서 각자의 목적지까지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교통수단을 선택해 개인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여행 정보 블라디보스토크행 크루즈 운항일 매주 월요일(단 전세선은 7, 8월에 걸쳐 4회만 운항) 가격 7월 26일 이전과 8월 16일 이후 출발은 44만9천원(성인 기준) / 7월 26일, 8월 2일, 9일, 16일 출발은 49만9천원(성인 기준) 포함 사항 왕복선박료, 블라디보스토크 호텔 2인 1실 기준 1박(호텔 조식 포함), 왕복페리 요금, 전 일정 식사(총 8회),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관광 비용 및 차량비, 입장료, 동해항 주차비(무료) 불포함 사항 한국~러시아 항만세(약 4만5천원 / 환율에 따라 변동 가능), 기타 개인경비, 가이드 / 기사 팁(전 일정 3만원) 사전 예약 특혜 출발 40일 전에 예약하면 10% 할인, 조기 예약자 중 추첨해 선실 무료 업그레이드, 부산·익산 출발 고객은 동해항 왕복 송영버스 무료 제공 문의 및 예약 코레일관광개발 1544- 7755, www.korailtravel.com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이성원>

[오마이뉴스 최지혜 기자]

2010년 12월 1일, 올해의 마지막 달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한다. 일찌감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버스에 몸을 실었다.

▲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맞은편의 레닌동상
ⓒ 최지혜
오늘의 첫 일정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역사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하차를 하니 바로 앞에 레닌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동상은 원래 기차역 광장 중앙에 세워져 있었으나, 1970년 레닌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맞춰 언덕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곳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니 아마도 그곳을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일 뿐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향하는 모스크바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설도 있는데 오히려 이것이 더 신빙성이 있다.

▲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의 외관
ⓒ 최지혜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더니...

길을 건너니 고풍스러운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건물은 1912년 지어진 것으로 변형없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겉에 페인트칠만 새로한 것이다. 100년의 세월을 담은 이 곳에 얼마나 많은 러시아인들과 여행자들이 발자국을 남겼을지 그 수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대합실로 들어가려는데 버스에서 내리기 전 가이드의 당부가 자꾸 거슬린다. 이곳도 서울의 기차역들과 마찬가지로 노숙자들이 많다는것. 아침시간이라 더 심할테니 가능한 빨리 둘러보고 빠져나오는 게 좋다던…. 경계태세를 갖추고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괜히 코를 킁킁거리게 되고 주위를 빠르게 살피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한적하고 깨끗하다. 내 눈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 긴장이 풀리고 마음껏 대합실을 둘러보고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옆을 휙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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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뭐라는 거지?'

나의 알 수 없는 표정을 읽었는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더니 카메라를 가리킨다. 천장의 그림을 찍으라는 거였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일단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역시나  사진은 흔들흔들. 아무 생각 없이 찍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나중에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안 사실이지만 횡단열차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과 종착점인 모스크바 역을 양쪽으로 그려놓은 그림으로 꽤 유명하다고 한다. 괜히 친절을 의심한 듯해서 그 러시아인에게 미안해졌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못된 습성 언제 버리지?

▲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길게 늘어선 횡단열차
ⓒ 최지혜
러시아 횡단열차, 이렇습니다

대합실을 지나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표를 끊지 않아도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플랫폼에는 길게 늘어선 열차가 탑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열차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는 그 열차. 작년인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겠다던 꿈에 부풀어 떠났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열차 안에서 나쁜 사람을 만나 모든 소지품을 도난당하고 빈 몸으로 귀국해야 했던 친구가 떠올라 마음이 살짝 불편해진다. 그 친구는 다시 여행을 준비중이다. 이번 여행길에는 좋은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만이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나도 언젠가 경험하고 싶은 그 꿈을 꼭 먼저 이루기를….

여기서 잠깐! 횡단열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쿠페가 일반적이다. 700불 정도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며 4인 1실의 침대칸을 사용하게 된다. 2인 1실을 사용하는 룩소 등급도 있다. 물론, 쿠페 등급보다는 약간의 비용이 더 든다.

비용절감을 원한다면 쁘라치까르따나 시드 등급을 이용하면 된다. 쁘라치까르따는 6인 1실이며 시드은 지정좌석이 없다. 150불에서 200불 정도의 요금으로 저렴하지만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7박 8일을 여행하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여행길에 몸이 불편하다면 그 여행을 망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장거리 여행시에는 쿠페 이상의 등급을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돈이 남아돌아서 쓸 데가 없다면 황금독수리 등급을 이용할 수도 있다. 티켓이 우리나라 돈으로 800만 원 이상이 되는 엄청난 가격이며 현지에 사는 가이드도 실제로 보지 못했을 정도로 쥐도 새도 모르게 출발을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돈이 신기루처럼 없어지는 신기루같은 열차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를 검색해보니 5월부터 9월까지 한달에 한번만 운영되는 열차라고 한다.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과 음식들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철길 위에서 초호화 여행을 즐길 수 있겠지? 난 꿈도 못 꿀 이야기. 그다지 욕심이 나지도 않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 영화 '태풍'에서 이정재와 장동건이 조우했던 곳
ⓒ 최지혜
일행들이 플랫폼에서 서성거리는 사이 그 중 한 명이 열심히 육교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그를 따라 육교로 올라갔는데 이런! 현지인을 우리 일행으로 착각하고 따라 올라간 것이다.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어릴 적부터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큰일날 뻔.  이 육교는 영화 '태풍'에서 장동건과 이정재가 마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촬영이 이뤄졌다니 왠지 특별한 의미를 두게 된다.

▲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었던 증기기관차(좌)와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념비(우)
ⓒ 최지혜
다시 육교 아래로 내려가 일행과 합류. 플랫폼의 한쪽에는 세계 2차 세계대전 당시 철길을 달렸던 증기기관차가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왠지 메텔과 철이를 싣고 은하철도를 달릴 것 같은 포스에 씨익 한 번 웃어본다.

기관차의 앞쪽으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기념탑이 세워져있다. 기념탑에 적힌 숫자 9288은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 대략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20배나 되는 거리다. 이 나라 도대체 면적이 얼마나 되는거야?

▲ 블라디보스토크의 대우버스
ⓒ 최지혜
육교로 올라 기차역을 나온다. 기차역 광장은 아침시간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지역과 문화는 달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서울의 아침풍경과 비슷하다. 늘어서 있는 노점상들, 연이어 도착하거나 출발하는 버스들, 출근길 사람들로 붐비는 만원버스, 가판대를 차려놓고 이것저것 팔고 있는 노쇠한 할머니까지는 그렇다 치고 버스가 대우버스라니. 글씨만 한글이었다면 우리나라 버스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달려온 줄 알겠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한다. 한민족이 살던 연해주 지방인 것도 있겠지만 KT나 현대 같은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해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후원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기업의 국위선양을 기대해본다.






[서울신문]



여당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유라시아철도추진위원회’가 28일 발족하는 등 지난해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실현 방안으로 밝힌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유라시아 철도) 추진 계획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남북한을 관통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이 계획이 실현되면 한·러 교류 확대는 물론 물류, 관광, 통일, 외교적인 관점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TSR은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노선. 러시아의 극동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혹한의 시베리아,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 우랄산맥을 넘어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철도로 한반도에서 유럽, 중앙아시아 등으로 뻗어나가는 유라시아 루트의 척추다. 서울신문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에 달하는 선로를 따라가면서 바이칼 호수를 품고 있는 이르쿠츠크, 시베리아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인 노보시비르스크, 러시아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 모스크바 등 TSR이 지나는 러시아 주요 도시들을 취재했다. 또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추위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만나 러시아 시장의 가능성, 한국에 대한 러시아인의 인식과 향후 한·러 관계에 대한 기대와 전망, 개선점 등을 들어봤다.

달리는 기차는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시베리아의 칼바람에도 멈춰서는 일이 없었다. 철길 이외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허리까지 쌓인 눈과 황량한 대지를 이따금씩 채우고 있는 은빛 자작나무가 전부였다. 30분 정도 정차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역에는 타고내리는 승객은 적은 반면 선로 위를 채우고 있는 화물 컨테이너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다. 기관차 뒤로 100~120량의 화물 컨테이너를 달고 질주하는 모습도 특이한 광경 중 하나다. 1929년 전쟁 물자 운송 및 시베리아 황무지 개척 등을 위해 만들어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2002년 전철화·복선화 이후 극동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을 잇는 유일한 육상 교통수단이자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노선(총길이 9288㎞)이다.



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기차는 극동의 수도라 불리는 하바롭스크를 향해 북쪽으로 달리다 이후에는 계속해서 모스크바가 위치한 서쪽으로 향했다. 기차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궁극의 로망인 TSR은 러시아인들에게도 교통수단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러시아 신년 연휴의 끝자락이었던 지난 9일 TSR에서 만난 아토르 마틴(30)은 “말로만 듣던 횡단열차를 타 보고 싶어 연휴 기간 동안 여행길에 오르게 됐다”며 창밖에 펼쳐지는 설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설경을 뒤로한 채 3일을 꼬박 달린 TSR은 러시아 내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 도착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하는 몽골횡단철도(TMGR)가 합류하는 곳인 만큼 다른 역들에 비해 유독 많은 승객이 기차에 오르내린다. 한국 사람과 흡사한 부랴트인들을 보니 왠지 모를 반가움이 앞선다.



울란우데를 지나 7시간 정도를 달리면 세계 최대의 담수량을 자랑하는 바이칼호수가 펼쳐진다. 바이칼호수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을 만큼 넓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다 담아내기조차 벅차다. 철길 옆으로 이어진 물줄기들이 이르쿠츠크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이르쿠츠크 역에서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유독 많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러시아의 몇 안 되는 관광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르쿠츠크를 지난 TSR은 30여 시간을 달려 시베리아의 수도인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한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물류망이 형성돼 있는 데다 150만여명이 사는 시베리아 최대 도시다. 이 때문에 노보시비르스크에는 다른 역에 비해 화물 컨테이너를 실은 기차가 유독 많이 줄지어 서 있다.



시베리아를 지난 TSR은 우랄산맥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에 정차한 뒤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우랄 산맥을 넘기 시작한다. 수십 개의 역에 정차한 기차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150여 시간을 달려온 끝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야로슬라블역에 도착했다. TSR의 종점인 모스크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가는 레닌그라드역,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가는 키예프 역 등 모두 9개의 터미널과 13개의 노선이 있다.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터미널들과 핀란드, 독일, 벨라루스 등 유럽과 러시아 각 지방으로 연결된 철로들은 왜 모스크바가 TSR의 종점이자 또 다른 시작점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극동에서 대륙으로 향하는 TSR은 화물과 승객을 실은 채 오늘도 말없이 질주하고 있다.

글 사진 시베리아횡단열차

홍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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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한반도종단열차(TKR)와 시베리아횡단열차(TSR)의 연결은 남북한 모두에 이익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0일 모스크바 시베리아횡단철도 운송조정협의회(CCTT) 본부에서 만난 제나디 베소노프 CCTT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유라시아 철도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CCTT는 TSR의 효율적 화물운송 협력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러시아 철도청의 후원으로 1993년 결성된 국제협의체로, TSR 16개 철도 운영기관과 한국을 포함한 23개국 105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라시아 철도 계획을 위해서는 TKR과 TSR이 연결돼야 한다. 가능성이 있나.

-사실 최초의 아이디어는 200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우리 협회 총회에서 나온 것이다. 남북한 사이가 어떤지는 한국인들이 더 잘 알 테니 굳이 말하지 않겠다. 언젠가는 실현될 사업이라고 본다.

→철도 연결 사업뿐만 아니라 비자면제협정 등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TSR이 어떤 역할을 할까.

-TSR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노선이 아니라 부산에서 출발해 독일, 영국, 모스크바로 가는 길이다. 해상 운송을 주로 이용하는 한국도 TSR을 활용한다면 또 하나의 물류 대안이 생기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천연자원을 수입해 가기가 편리할 것이고,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이 활발해지고 양국 간 교류도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교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TSR은 해상, 항공 등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나.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땅에서도 기차는 늘 시간을 지킨다. 예측 가능하다는 게 TSR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안정성과 정기성이 탁월한 운송 수단인 것이다. 화물 열차는 전철화된 전 구간을 따라 20분에 한 대씩 정기적으로 운행된다.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 일부 지역에 홍수가 났을 때도 트럭 등 다른 운송회사들은 휴업했지만 TSR은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해상 운송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 TSR 이용을 꺼리기도 한다.

-단순히 비용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해상 운송은 부산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인근까지 40~45일 정도 걸린다. TSR은 부산항에서 보스토치니항을 거쳐 모스크바까지 오는 데 17~18일 정도 걸린다. 빠른 운송이 필요한 물건이라면 30% 정도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TSR을 이용할 가치가 있다.

글 사진 모스크바 홍인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신문]

부산에서 시작해 북한을 거쳐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유럽의 관문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유라시아 철도).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통일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북한 철도 개·보수 및 TKR과 TSR, 중국횡단철도(TCR) 연결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신문은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시리즈를 통해 TSR 전 구간과 TCR 일부 구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와 중국 훈춘 등 유라시아 루트 주요 도시들의 특징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다뤘다. 기획을 마치며 유라시아 철도 계획의 필요성과 올바른 추진 방향, 개선점 등을 전문가 진단을 통해 짚어 봤다. 김승동 LS네트웍스 사장,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박사,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박사,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 정한구 범한판토스 러시아법인장 등 5명(가나다순)과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지금의 남북관계 및 국제 정세를 고려했을 때 유라시아 철도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서종원 박사 과거 김대중 정부 때부터 ‘철의 실크로드’ 등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숙원 사업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지금은 중국의 G2(주요 2개국) 부상, 세계 경제 중심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했고, 자원수송로의 중요성 인식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 간 경제협력 증대가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및 경쟁력 향상 등으로 유라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커가는 상황이다. 러시아, 중국 등의 참여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김승동 사장 사업의 핵심 주체인 한국과 러시아만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지만 정부차원의 움직임을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러시아는 새로운 시장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선택한 데다 극동지역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라시아 철도 계획이 러시아의 개발사업과 맞물려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사업에 동의하더라도 세부적인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난제들이 많아 시간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재진 박사 실현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라는 최대 변수가 해결돼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전제돼야 하고, TKR과 TSR 미연결 구간의 정치적·군사적 문제에 대해 남북 간 협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김 박사의 말처럼 사업의 실현 여부를 놓고 북한이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해결방안이 있을까.

김승동 사장 북한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점진적 개방 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하다. 이미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 사업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제안이다. 특히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나 중국 등 주변국의 상황과 명분이 있다면 충분히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종원 박사 우선 한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경제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북한도 남북한 철도 연계가 통과 비용 등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최근 북한·중국 고속철도 건설합의,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의 유라시아 철도에 대한 긍정적 입장표명 등은 이러한 북한의 관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해상·항공 운송이 존재하고 있고, 북한이라는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유라시아 철도 계획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나.

서종원 박사 유라시아 철도와 관련해 ‘가격 경쟁력은 해상운송보다 낮고, 속도는 항공보다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보면 ‘가격 경쟁력은 항공보다 월등하며, 속도는 선박보다 휠씬 빠르다’로 해석된다. 화물의 품목별로 각각 요구하는 운송시간과 비용 등 적합한 운송 수단이 다르다.

정한구 법인장 기업 입장에서 보면 물류 수단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기존의 해상, 항공 운송과 철도 운송이 경쟁이 되면서 안정적인 루트 개발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단순히 운송 수단이 늘어난다는 것 외에도 부산항의 중요성 증대와 열차가 통과하는 강원 지역의 발전 등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이용상 교수 단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의 논리로만 본다면 유라시아 철도 계획은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철길 하나가 연결됨으로써 러시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 선로를 지나는 국가들과의 사회·문화적 교류와 인적·물적 교류가 증가하게 된다. 섬나라처럼 막혀 있던 우리가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통일을 위한 선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필요성이 높은 사업이다. 단순한 물류 운송이 아니라 유라시아 루트에 위치한 주요 도시들에서 원자재가 가공·개발되거나, 자원의 운송과 재가공 등 협업 모델도 가능해진다.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올바른 추진방향과 갖춰야 하는 경쟁력은.

김승동 사장 정부 간 협약으로 루트가 조성돼도 실질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한국, 북한, 러시아의 통관절차 간소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즉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제품을 보내야 할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한다.

서종원 박사 우선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북한지역 통과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개성공단과 같은 파행이 이어진다면 운송수단이라는 특성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기차 궤도가 다른 점 등 기술적인 문제는 환적 설비구비, 궤간가변기술(궤도 사이 간격을 변화시키는 기술) 등이 이미 많이 연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바로 사용가능할 수 있게 현실에 적용하는 작업도 준비해야 한다.

이용상 교수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 및 국제협력 강화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 중국, 북한을 포함하는 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모인 철도협의체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안에 OSJD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효과 및 파급은?

서종원 박사 우선 동북아시아~유럽 간 철도운송체계 구축 현실화를 통해 물류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 중앙아시아와 우리나라 간의 자동차 부품 등 중간재나 전자 제품 등 비교적 운송시간의 탄력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물동량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유럽행 화물에 비해 다시 돌아올 때 발생될 수 있는 공컨테이너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재진 박사 TSR을 이용한 철도 물류루트 이외에 우리나라와 태평양 국가들의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유럽을 대상으로 경쟁력 있는 철도와 해상 복합 운송루트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벨라루스공화국, 카자흐스탄 등 과거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로의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고, 북방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김승동 사장 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 회복에 따른 자생력 확보로 향후 통일비용 감소 효과 및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장기적이고 규모가 큰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외교적·경제적 성과도 기대된다.

홍인기 기자 [email protected]

김민석 기자 [email protected]

이범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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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대희 기자]

2013년 1월, 유라시아 횡단여행을 떠났습니다. 변변한 외국어 실력 없이 오롯이 패기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낯선 땅을 돌며 보낸 4개월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10여 개 국가를 여행했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늦었지만 서랍 속에 간직했던 묵혀둔 일기장을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 얼어버린 바다, 그리고 배 러시아의 추위는 바닷물도 얼 정도입니다.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정박한 배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얼음조각 모습
ⓒ 정대희

2013년 1월 14일.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은 한산했다. 인기척이 없으니 화창한 날씨가 되레 을씨년스럽다. 여객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곳곳에 하얀 피부의 코 큰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소리에 실내가 어수선하다. 

막상 홀로 떠난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몰려온다. 오만 가지 잡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하다. 초조한 나와 달리 배웅하러 쫓아온 가족들은 신이 났다. 조카들은 터미널 안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뛰어다니기 바쁘다.

조카들뿐만 아니다. 누나들과 매형들, 남동생은 오랜만에 나선 가족여행에 들떠 있다. 아까부터 날 배웅한 뒤 찾아갈 밥집을 결정하느라 한참 토론중이다. 스무 명 남짓한 대가족 출연에 외국인들도 구경거리가 생긴 듯 자꾸 흘끔거리며 쳐다본다. 나 홀로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는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승선권을 발급받았다. 매표소로 가서 예약확인서와 여권을 제출하자 매표소 직원이 선박용 보딩 패스를 건네주었다.

배를 타고 러시아행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비용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산 가격에 러시아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동해항에서 출발한 배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할 예정이다.

여행계획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가로질러 유럽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톡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이다. 유럽에서의 일정은 차츰 계획하기로 하고 일단 여행을 떠났다.

당차게 내딛은 첫발, 검색대 거치며 '멘붕'

▲ 러시아행 승선권 동해항 국제터미널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크루즈의 승선권
ⓒ 정대희

승선권을 받아들자 환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터미널 건물을 빠져 나와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환전소로 향했다. "러시아 돈으로 환전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중년의 사내가 호주머니에서 두툼한 지폐 뭉치를 꺼냈다.

"얼마나 바꿔 줄까요?"

그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얼마나 환전을 해야 하는 것인지 도통 가늠할 수 없었다. 일단 한화로 10만 원을 남기고 나머지 40만 원을 중년 사내에게 건넸다. 능숙하게 지폐를 세던 그는 또 다른 호주머니서 동전을 꺼내며 말했다.

"1000원에 38루블이니까..."

이 말을 듣고야 나서 러시아 화폐단위가 '루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기본적인 정보도 알아오지 않는 허술한 여행준비가 들통 나는 순간이다. 어처구니없는 나의 용기에 피식 헛웃음이 절로 났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환전한 루블 뭉치와 동전을 받아들고 다시 터미널 건물로 향했다.

두려움과 설렘 사이를 오가는 복잡 미묘한 기분에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지 못했다. 괜스레 터미널 곳곳을 서성이다 마침내 배낭을 짊어졌다. 어깨에 와 닿는 무게감이 커 순간 움찔했다. 80리터 크기의 배낭을 짊어진 모습에 이목이 집중됐다.

오후 2시, 출발에 맞춰 승선하기 위해 가족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출국심사대로 향했다. 드디어 나 홀로 떠나는 여행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떨리는 감정을 숨기고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당차게 출국심사대 걸음을 옮겼지만 곧바로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방이 검색대를 지나자 보안검색요원이 짐을 풀어보란다. 걱정스런 얼굴로 서둘러 가방을 풀어헤쳤다. 문제는 흔히들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르는 다용도 칼이 원인이었다. 보안검색요원은 휴대가 불가능하니 배 안의 안내 데스크에 맡기고 하선할 때 찾아가란다. 첫발부터 삐걱된다.

다시 짐을 싸고 가방을 짊어지고 터미널을 빠져나오자 항구에 크루즈가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크다. 다소 불안해 보이는 사다리를 엉거주춤 지려밟으며, 크루즈에 승선한다.

안내에 따라 실내에 들어서자 예상과 달리 배 안이 넓다.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좌석을 찾아갔다. 2층 침대들이 즐비한 선실에 들어서자 외국인들이 가득하다. 문 앞, 침대칸에 짐을 풀었다. 바로 밑 침대칸에는 외국인이 누워 있다. 눈인사를 하고 대충 짐을 풀었다. 그리고 곧장 갑판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몸에 찌릿한 전류가 흐른다.

멀미에 '죽을 맛'...호된 신고식

▲ 선실 풍경 배 안에는 면세점과 식당, 편의점, 안내데스크,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 정대희

"못할 게 없다. 할 수 있다."

갑판에 서서 멀어져 가는 항구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의지를 다진다. 한참을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차디찬 날씨에 이내 실내로 다시 돌아갔다.

실내는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층마다 객실이 있으며, 2층에는 안내데스크와 면세점 서너 개가 들어서 있다. 2층 편의점 옆으로는 바와 레스토랑도 있다. 1층과 3층에 있는 휴게실과 샤워장도 눈에 띈다.

실내구경을 거의 마칠 즈음, 갑자기 속이 메스껍기 시작했다. 머리도 어지럽다. 순간, '아차' 싶다. 그제야 가방에 고이 넣어둔 멀미약이 떠올랐다. 동해항 출발 5시간, 멀미가 찾아왔다.

서둘러 약을 찾아 먹었지만 이미 발발한 멀미 증상에 몸이 축 늘어지고 헛구역질까지 나왔다. 샤워를 하면 괜찮아질 것 같아 몸을 씻어보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바람을 쐬기 위해 다시 갑판으로 향했다.

시나브로 약 기운이 몸에 퍼지자 그제야 좀 살 것 같아. 그때, 반대방향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한국인 맞으시죠. 반갑네요."
"네, 반갑습니다. 배타고 러시아 가는 한국 사람이 저 말고 또 있네요."
"저도 저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전 바이칼 호수까지 갑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러시아를 횡단해 유럽으로 갈 예정입니다. 알혼섬도 가 볼 예정이고요."

여행객이란 공통점 때문인지 그와 금방 친해졌다. 통성명을 통해 그의 이름이 '전동환'이라는 사실과 개명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우린 그렇게 서로의 여행계획을 공유하고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면서 무료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나중에 스물다섯 살의 '조항근'이라는 친구를 만나 셋이서 수다를 떨며, 러시아로 향했다.

이튿날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27시간 배를 타고 오면서 동환이와 항근이 차례대로 배 멀미로 고생을 했다. 나와 똑같이 그들도 멀미약 먹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씁쓸한 일도 있었다. 동환과 갑판에서 대화를 하는 도중 2명의 러시아인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러시아인들이 동환의 핸드폰을 빼앗듯 가져갔다. 그리고는 천연덕스럽게 국제전화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둘 다 어이가 없어 제대로 응수도 못했다. 또 한 차례 러시아인이 누군가와 통화를 시도하려는 찰나, 나는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채 동환에게 돌려주었다.

순탄치 않은 입국,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  블라디보스톡의 국제여객터미널 전경.
ⓒ 정대희

배가 항구에 도착했지만 하선하기까지는 약 2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우리 셋은 갑판으로 나와 배가 접안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바다 위에는 얼음조각이 둥둥 떠있다. 항구에는 수많은 배와 컨테이너들이 뒤엉켜 있고 그 뒤로는 눈 덮인 도시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말로만 전해 듣던 러시아의 추위는 잠시 노출했을 뿐인데 뺨이 아플 정도로 춥다. 서둘러 다시 실내로 들어갔다.

하선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 한 외국인 탑승객이 즉석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셋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의 연주에 맞춰 박수를 쳤다. 자연스럽고 자유스런 분위기에 심장이 요동쳤다.

출국할 때도 순탄치 않더니 입국하기도 힘들다. 나만 입국 심사대에서 걸렸다. 이번에는 입국 신고서가 문제였다. 아는 러시아말이라고는 배에서 공부한 "쯔드라스부이쩨(안녕하세요)", "스바씨바(감사합니다)"가 전부였다.

호기롭게 입국 심사를 하던 중년의 러시아 여성에게 입국 신고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내게 입국 신고서를 돌려주었다. 눈치를 보니 다시 써오라는 것 같다. 작성요령을 재차 확인했지만 러시아어로 설명이 돼 있어 도통 알아볼 수가 없다. 세 번째 그에게 다시 입국 신고서를 내밀자 끝내 그는 내 여권을 받아들고 직접 작성해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국 심사를 마쳤지만 검색대에서 또 다시 가방을 풀어헤쳤다. 이번엔 '핫팩'이 문제였다. 몸 이곳저곳에 핫팩을 갖다가대며 할 수 있는 뜨거운 표정을 죄다 지어보였다. 다행히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짓는다.

산 너머 산이라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또 다시 눈앞이 캄캄해졌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영문 표기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사방에 온통 러시아어뿐이다. 우리 셋은 굳어진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곧 다시 돌아가야 하는 참극이 벌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동해-러시아 크루즈 이용정보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러시아로 떠나는 크루즈는 동절기과 하절기로 나뉘어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동절기는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출발이며, 하절기는 일요일 오후 2시 출발입니다.

항공탑승과 마찬가지로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밟아야 하며, 시차는 블라디보스토크가 2시간 더 빠릅니다. 두 나라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해당 크루즈를 운행하는 업체의 누리집을 방문하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동해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여객터미널까지의 거리는 약 7킬로미터입니다.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음식같은 부분은 간단한 요기로 때울수 있는 비상음식을 챙겨가면 좋지만

짐이 될수도 있고, 열차내에서나 정차한 곳에서 왠만한 식사는 다 해결할수 있다더라구요.

사실 열차, 배낭여행은 짐을 최소화 시키는게 제일 좋을거 같아요..!

저는 나중에 간단한 초코바같은 것 조금 챙겨가려구요.

 

러시아 알파벳 정도는 숙지를 하셔야 러시아 여행에 큰 무리가 없을거에요.

혼자서 여행을 하신다면 생활언어를 조금이나마 구사하면 편하겠죠?

(여행경험이 많은 친구한테 들은건데 사실 배낭여행에 왠만한거는 바디랭귀지로 가능하다고....)

 

4인실과 6인실은...아무래도 가격면에서 차이가 크고,,( 4인실이....비쌉니다.)

지인과 4명 함께 1실을 쓰며 여행을 하는걸 추천해요. (처음여행이시고...)

 

6번질문에 1,4번 답변을 함께 해드릴수 있을거 같은데

저는 이번에 여행사에서 시베리아 열차 여행을 하거든요.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바이칼 알혼섬(남,북 지역투어)

이렇게 다녀오는데  여행사 페키지에서 다 짜져있더라구요.

열차 출발과 정차시간에 따라 그 지역을 관광할수 있게 하는데

8박9일 일정에 3박을 열차에서 숙박하는거 같아요.

 

무엇보다 4인실을 여행사안에서 만난사람과 함께 쓰면서

열차여행에 제일 불안한 치한걱정이...덜어지는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여행이시구, 일정짜기에 많이 무리있으실거 같은데...

여행사에서 한번 맞는 패키지 알아보세요...!

 

제가 말씀드린 일정의 패키지는....요기 주소 공유합니다. 참고하세용.

-www.maj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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