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화생방

화생방은 화학전,생물학전,방사능전을 모두 합해서 부르는 명칭입니다.

방독면을 쓰고 가스실 안에 들어가는건 그냥 가스실 체험이죠.

화학무기의 위험성을 몸으로 체감하고 방독면의 정확한 착용요령을 익히기 위한 절차입니다.

화는 참아야죠. 화를 내면 호흡이 빨라져서 더 많은 가스를 들이마시게 되니까 화내지 말고 참으세요.

들이마셔도 안죽습니다.

그러나 매우 고통스럽지요.

CS가스탄의 캡슐을 몇개나 터트리느냐에 따라서 가스의 농도가 달라지는데 약하게 하면 그냥 기침 좀 나고 눈맵고 목이 따가운 정도이고 독하게 하면 일단 들이마시는 순간 목구멍에서 주먹만한 가래덩이가 올라오고 콧물이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마냥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눈물을 펑펑 쏟고 얼굴과 목등 노출된 부위가 따갑고 쓰려오며 굉장히 고통스러워서 이제 내가 죽는구나! 하며 조상님들 얼굴이 눈앞으로 스쳐가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파노라마 필름처럼 흘러가는 신기한 체험을 할수가 있지요.

부대마다 체험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애초에 방독면을 안쓴 상태로 들어가서 군가도 부르고 PT체조도 하면서 배부르게 가스를 들이 마신후에 방독면을 착용해서 방독면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방독면을 쓴 상태로 들어가서 방독면을 벗은 후에 다시 착용하고 나가는 경우, 혹은 진짜 사나이 등에서 나온 것처럼 정화통만 교체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어느 경우나 일단 가스를 들이마시게 하고 숨 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군가를 부르게 하거나 얼차려를 시켜서 숨을 쉴수밖에 없게 만들지요.

그리고 아무리 숨을 참으려 해봐야 콧구멍은 열려있으니 방독면을 벗는 순간 곧장 가스가 콧구녕을 공격해서 따갑게 만들고 재채기를 유도하며 결국 숨을 쉬게 됩니다.

말로만 들으니 매우 고통스럽다는게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면 엄마한테 안들키도록 주전자에다 고추가루를 한주먹 집어넣고 물에 잘 푼 다음 콧구멍으로 들이마셔 보면 비슷한 정도로 체감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고통스럽기만 하냐?

밖으로 나와서 신선한 공기를 쐬고 흐르는 물로 씻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통이 사라지고 심각하나 비염으로 인해 평생 편하게 숨쉬어본 적이 없다던 비염환자들이 가스실 체험을 하고 나면 코가 뻥 뚫려서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숨을 쉬는 기적이 벌어지기도 하죠.

아주 잠깐의 고통일뿐 두려워 할만한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