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는 것이 정석입니다만 마시도록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가스가 살포된 상태에서는 정화통 교체를 하는게 아닙니다.
정화통 기능이 다해서 어쩔수 없이 하는 경우라면 일단 숨을 크게 들이쉰 상태에서 새 정화통을 꺼내놓고 헌 정화통을 분리시키자마자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새 정화통을 바로 끼워야 맞지요.
그런데 화생방 훈련도중 가스실에 들어가면 그냥 정화통을 분리했다가 한참 있게 한 뒤에 그 정화통을 다시 끼우라고 합니다.
일부러 CS 입자를 많이 들이 마시게 할 목적으로 들어가기 전이나 들어가서 얼차려 같은거도 시키죠.
요즘이야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군복무를 하던 시절엔 그랬습니다.
뭐 그땐 아예 방독면을 벗고 군가를 부르기도 하고 얼차려도 시키지 그랬어요.
뭐 말로야 화학무기의 무서움과 방독면의 소중함을 깨닫기 할 목적으로 그런다는데 그건 핑계고 걍 한번 엿먹어봐라! 라고 시키는 겁니다.
방독면이 고장난 경우도 많아요. 착용법을 제대로 못 배워서 얼굴 옆으로 CS입자가 새 들어온다면 그건 병사 잘못이지만 고장난 방독면을 줬다면 간부들 잘못이죠.
방독면에서 가장 잘 고장나는 부위가 숨을 들이 마시고 내 쉴때마다 열렸다 닫히는 판막입니다.
작은 고무판막이 있는데 이게 숨을 들이쉴때는 닫혀서 정화통을 통해서만 공기가 들어오게 만들고 내쉴때엔 열려서 바로 나가게 하죠.
근데 이게 빠져 있거나 아예 없거나 오래 되어서 삭아 있거나 그런 경우가 있어요.
그럼 암만 정화통 잘 끼우고 방독면 잘 써도 공기가 새니까 그리로 가스나 입자가 다 들어오죠.
그리고 정화통을 분리한 상태에서 숨을 참아도 콧구멍을 막지는 못하죠?
그럼 CS입자가 코로 들어옵니다. 눈에도 입자가 달라 붙죠.
숨을 참을래야 참을수가 없어져요.
뭐 몇번 하다보면 그것도 할만해지고 잔기침 몇번 하고 끝나지만 생전 고통이라는 걸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화통 분리시키자 마자 눈알은 불로 지지는 거 같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목구멍에서는 갑자기 주먹만한 가래 덩어리 같은게 올라오기도 하고 노출된 피부까지 따갑습니다.
핵불닭 볶음면 소스를 여러개 모아서 끓이고 그걸 마시다가 사레 들리는 느낌 정도? 그걸 눈에도 붓고 코로 들이키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