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전공했었고 다른 전공으로도 바꾼 이런 저런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써 답변해드릴게용.
1.피아노 전공 되려면 어느정도 실력이어야 해요?
ㅡ클래식 피아노를 말하는거죠? 전공한다는걸 음대가는 수준 정도로 묻는거라면, 입시에 자주나오는 곡들의 아티큘레이션을 잘 표현하고 능숙한 테크닉으로 연주할수 있어야 해요.
입시곡은 대학교마다 특정 곡을 지정하기도 하고 정한 틀 내에서 자유곡을 선택하게 하기도 해요. 일반적으로 쇼팽이나 리스트같은 낭만시대 작곡가의 에튀드와, 베토벤 소나타 빠른 악장을 봐요.
제가 봤을때 클래식 입시에서 매우 중요한건 아티큘레이션의 완성도예요. 이게 잘 되있을수록 교수님들이 좋게 들으세요. 물론 그걸 충분히 표현할 테크닉도 되야하구요.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이란건 직역하면 발음이라는 뜻인데 음악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여러 악상기호를 잘 지키는거예요. 이음줄 안에서의 시작과 마무리의 표현 같은것도 포함되고 여튼 많아요. 이런걸 잘 표현하는게 중요해요.
2. 피아노 전공 되려면 예고 들어가야 하나요? (들어가는게 더 유리한가요?)
ㅡ전 예고 안갔지만 전공했어요. 제 주변에도 예고출신 아니던 친구들 많구요. 근데 예고를 나오면 좋긴 한게 일단 인문계나 다른 학교 다닐때보다 연습시간이 많겠죠. 저는 인문계였어서 연습시간 부족한게 제일 아쉬웠어요. 그리고 예고 가면 음대가서 배울 교과목들을 미리 배우니까 선행학습이 되져. 근데 전 대학가서 전부 처음 배웠지만 첫 학기만 어렵고 그 다음부턴 성적 잘 나왔어요.
3. 피아노 전공이 되면 전망이 밝나요? ( 피아노가 너무 좋긴한데 돈 벌기가 쉽지 않을것같아서요..)
ㅡ솔직히 이것 때문에 댓글 단건데요. 과거의 음악을 선택하려던 중학생 때의 저를 보는것 같아서요ㅋㅋ 피아노가 돈버는게 쉽지 않아요. 특히 클래식은.. 완전 명문대 나와서 돈 높게 받는 입시전문 강사가 되거나, 계속 대학원 가고 유학가서 대학 교수가 되거나, 아님 사범대쪽으로 가서 음악 교사가 되거나 그러면 어느정도 잘 벌겠지만, 그 외에 평범한 학교 나오면 대다수가 어린이들 대상으로하는 우리가 어릴 때 다니던 피아노학원 강사가 되요. 근데 이게 원장이라면 원생 수가 많을 경우 돈을 제법 벌지만 고용된 강사는 돈이 정말 적어요. 초등학생들이 학교 끝나고 오는 점심시간쯤 출근해서 비교적 초저녁에 끝나기때문에 근무시간이 짧다보니까 시급을 높게 줘도 일하는 시간이 짧아서 월급이 무슨 알바비 같이 느껴질 만큼 적어요.. 저는 이 현실을 몰랐어요ㅜㅜ 저도 '나는 피아노 강사는 안할거고 피아니스트가 될거야.' 이러고 다녔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어요.
교회 다니고 찬송가나 ccm 칠수있으면 교회반주도 할 수 있기는 해요. 근데 이건 예배 드리는 날만 하니까 돈이 훨씬 더 적어요. 그래서 직업으로 삼기엔 매우 무리고 저는 학교 다니면서 알바 정도로만 했어요.
예전엔 결혼식 반주 알바 자리라도 제법 있었지만 요즘은 현악기 앙상블이나 재즈 하는 분들을 더 많이 구해요. 피아노 자리가 나서 보면 클래식이 아니라 다른 악기들하고 즉흥연주가 가능한 재즈 피아니스트를 찾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도 희망이라고 할만한건 요즘은 유튜브가 있어서 클래식 곡을 멋지게 연주하거나 피아노 잘치는법 등을 올리는 사람들도 제법 있죠. 그치만 이건 구독자랑 시청시간이 높아야 돈이 되겠죠..
앞으로 또 새로운 길이 열릴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대체로 이래요.
4. 그리고 저 절대음감이 아닌데 크게 상관없을까요..?ㅠㅠ 이건 선천적인거라서 어쩔수 없는거죠?ㅠ
ㅡ저는 절대음감이 있었는데도 <시창 청음>이라는 전공과목 할때 외에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어요. 시창은 악보를 보고 바로 노래로 부르는거고, 청음은 소리를 듣고서 악보로 그리거나 악기로 바로 치는거예요. 근데 이건 딱히 절대음감 없어도 수업 들으면서 훈련으로 늘 수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이 과목은 상대음감이 더 필요해요. 그리고 상대음감은 노력하면 늘어요.
5. 피아노 치시는분들 보니까 음도 딱딱 바로 깔끔하게 잘짚으시던데 도약 잘하는 방법좀요(연습밖에 없는건가..)
ㅡ넹 이건 연습.. 천천히도 연습하고 조금씩 속도를 높여서도 연습하고 유연하게 연습하세요. 한가지만 고집하면 팔만 아파요. 연습도 제대로 안하면 팔에 무리가 가기도 하니까 어려운 부분은 레슨 선생님께 연습을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다고 여쭤보세요. 그렇게 차근차근 노력하다보면 늘거예요.
6. 집에 야마하 cp635 피아노 있는데 좋은건가요? 전공 준비할때도 전자 피아노 사용해도 괜찮아요?
ㅡ클래식은 셈여림의 대조가 드라마틱하게 많은 편이고 그래서 특히 포르테나 포르티시모는 정말 웅장한 소리를 내야 하거든요. 전 그래서 전공할때 어쿠스틱 피아노(전자 피아노가 아닌 나무 피아노)로만 치다가 전자 피아노로 가끔 쳐보면 전자 피아노가 많이 흔들려서 불편했어요. 터치감도 어쿠스틱이랑 다르고. 무엇보다, 클래식 입시볼때 시험장 피아노도 나무로된 어쿠스틱 피아노니까 가능하면 그걸로 연습하는게 좋죠.
7. 지금 받고 있는 레슨이 좀 도움이 안되는것같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번이다 보니 연습도 잘 안되는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ㅡ안맞으면 다른 선생님을 찾아야겠죠. 아니면 주변에 음악하는 친구들 있으면 그 친구들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구요.
8.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이렇게 시작해도 늦지 않겠죠?
ㅡ전혀 안늦었어요. 저도 그땐 왜 늦었다는 말만 들렸는지ㅜ 맨날 늦은거 같아서 걱정하고 그랬는데 지금보면 중학생이면 진짜 좋을때예요. 뭘 도전하든 절대 늦지 않았어요.
물론 예술쪽 할거면 일찍부터 준비해서 예중 예고 나오면 좋지만, 거기 못나왔다고 늦은건 아니예요. 어차피 님이나 걔네나 음대에서 만나는건 똑같은데요 뭐.
계속 고민되면 학교 음악선생님께도 진로상담을 해보세요. 저도 그랬었어요. 힘내고 지금이 정말 좋을 때란거 잊지말고 뭘 하든 행복한 기분으로 하세요. 저는 시간을 돌려서 과거로 갈수있다면 제일 가고싶은 때가 중학생 때에요. 중학생이라 부럽네용.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