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수능 문학이라니... 가슴아픕니다... 여튼, 시에 입장에서 제가 아는데로 최대한 간단하게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정말 쉽게 말씀드리면 객관적 상관물은 문자 그대로 '객관적'인 상징물을 통해 시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소재인 반면,
관념적인 대상의 구체화는 '화자의 주관을 객관화시킨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시는 가장 거칠게 정의하면 작가의 정서(감정)로 창작되는 작품입니다.(더 깊이 들어가면 복잡해지지만 교육과정정도면 적당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을 때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공감하기 힘들 겁니다.
이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감정의 구체화'입니다.
가장 쉬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 문장을 봐주세요.
내 마음은 넓다.
내 마음은 잔잔하다.
내 마음은 사랑이 가득하다
내 마음은 맑다.
어떤가요? 이 문장을 통해 화자의 마음이 어떤지 가늠이 되시나요?
제 생각에는 잘 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내 마음은 호수다.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넓다, 잔잔하다, 맑다 같은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표현을 버리고 '호수'라고 하는 구체적인 상징을 가져와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관념적인 대상의 구체화'입니다.
화자가 느끼는 개인적인 정서(감정)를 주변에서 직접 보고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 사물을 통해 표현한 것이죠.
다음으로 모든 수능원들의 저격수 (주정뱅이)정철님의 시에서 나오는 '빈 배'와 이옥봉의 '모래'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사공은 어디 다고 빈 배만 걸렸는고'_정철
'문 앞 돌길이 모래가 되었겠지요'_이옥봉
정철에서 말하는 빈 배는 말 그래도 화자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소재에 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건 마치 우리가 일상에서 "엄마는 어디가고 빈냄비만 있어?"라고 묻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화자의 마음이 표현됐다기 보다 상황 그대로를 직설적으로 말하는 시어인 것이죠.
반면 이옥봉의 '모래'의 경우 전에 내용을 되집어 봤을 때 시 안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화자가 대답하죠.(정리해본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이 많습니다. 만일 꿈 속에서라도 넋(정신이나 마음)에게 자취(한이 맺히는 원인)를 남기게 한다면... 문 앞 돌길이 모래가 되었겠지요."
돌길이 모래가 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어마어마한 시간이 화자가 느꼈던 기다림의 시간, 혹은 그리움 마음의 '정도'입니다.
더 쉽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 마음은 호수다'를 모티브로해서
A는 B다. 라는 은유를 이용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내 꿈 속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하는 것은 : A), (돌길이 모래가 되버리는 것이다. : B)
저런 식으로 되는 겁니다. 화자는 자신의 마음(그리움, 기다림)을 돌길이 모래가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의 크기 만큼 갖고 있었다. 라는 것이죠.
마치겠습니다. 시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건 제 적성에 아니지만... 우연히 지나가던 중에 정철 시를 발견하게 되서 이렇게 끄적이네요 ㅎㅎ
그래도 한가지 알아주세요. 시는 절대 정답을 갖고 있는 작품이 아니랍니다. 수능에서는 얘기가 다르지만 ㅠㅠ 시가 이런 식으로 정답, 오답처럼 인식되는 건 원치 않는데 말이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진 것 같습니다. 열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