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시인

나희덕 시인

작성일 2017.10.01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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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님이 쓰신 좋은시좀 알려주세요 감상문쓸거라 참고하셔서 여러개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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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 모은 마른 영혼들 .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
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벚나무잎나도밤나무잎 .

그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한 열흘은 더 살아간다 .

화엄사 뒷산
날개도 다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 뜨고 날아오겠다 .

그 속에 발 녹인 나도
여기서 한 닷새는 더 걸을 수 있겠다.


* 그곳이 멀지 않다 - 나희덕

사람 밖에서 살던 사람도
숨을 거둘 때는
비로소 사람 속으로 돌아온다

새도 죽을 때는
새 속으로 가서 뼈를 눕히리라

새들의 지저귐을 따라
아무리 마음을 뻗어 보아도
마지막 날개를 접는 데까지 가지 못했다

어느 겨울 아침
상처도 없이 숲길에 떨어진
새 한 마리

넓은 후박나무 잎으로
나는 그 작은 성지를 덮어 주었다


* 일곱 살 때의 독서 - 나희덕

제 빛남을 무게만으로
하늘의 구멍을 막고 있던 별들, 그날 밤
하늘의 누수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이었던가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은 울컥 울컥 쏟아져서
우리의 잠자리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 깊은 우물 속에서 전갈의 붉은 심장이
깜박깜박 울던 초여름밤 우리는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바닷가 어느 집터에서, 지붕도 바닥도 없이
블록 몇 장이 바람을 막아 주던 차가운 모래
위에서 하늘, 그토록 확실한 바닥과 천장이
우리의 잠을 에워싸다니, 나는 하늘이 달아날까봐
몇 번이나 선잠이 깨어 그 거대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날 밤 파도와 함께 밤하늘을
다 읽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그날 밤 하늘의 한 페이지를 훔쳤다는 걸,
그 한 페이지를 어느 책갈피에 끼워 넣었는지를


* 어떤 항아리 - 나희덕

이건 금이 간 항아리면서
금이 갔다고 말할 수 없는 항아리

손가락으로 퉁겨 보면
그런 대로 맑은 소리를 내고
물을 담아 보아도 괜찮다

그런데 간장을 담으면 어디선가 샌다
간장만 통과시키는 막이라도 있는 것일까

너무나 짜서 맑아진,
너무 오래 달여서 서늘해진,
고통의 즙액만을 알아차리는
그의 감식안

무엇이든 담을 수 있지만
간장만은 담을 수 없는,
뜨거운 간장을 들이붓는 순간
산산조각 나고 말 운명의,

시라는 항아리


* 그때 나는 - 나희덕

그때 나는 사과를 줍고 있었는데
재활원 비탈길에 어떤 아이가 먹다 떨어뜨린
사과를 허리 굽혀 줍고 있었는데
내가 주워 올린 것은
흙 묻은 나의 심장이었다
그때 나는 다른 한 손에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목발을 짚은 그 아이의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내 손에 들린 것은
내 생의 무거운 가방이었다
그때 나는 성한 몸이라는 것조차 괴로웠는데
그 아이는 비뚤어진 입과 눈으로
자꾸만 웃었다 나도 따라 웃곤 했는데
그때마다 비탈의 나무들은 휘어지고 흔들렸는데
그 휘어짐에 놀라 새들은 날개를 멈칫거리고
새들 대신 날개 없는 나뭇잎만 날아올랐다
그때 나는 괴로웠을까 행복했을까

오늘 아침 땅 위에 떨어진 사과 한 알
천국과 지옥의 경계처럼
베어먹은 살에만 흙이 묻어 있다
그때처럼 주워들었지만
나는 그게 내 마음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살아서 심장에 흙이 묻을 수 있다니,
그랬다면 이 버려진 사과처럼 행복했을까 괴로웠을까


* 사랑 - 나희덕

피 흘리지 않았는데
뒤 돌아보니
하얀 눈 위로
상처 입은 짐승의
발자욱이
나를 따라온다

저 발자욱
내 속으로
절뚝거리며 들어와
한 마리 짐승을 키우리

눈 녹으면
그제야
몸 눕힐 양지를
찾아 떠나리


* 탱자꽃잎보다도 얇은 - 나희덕

나는 어제보다 얇아졌다
바람이 와서 자꾸만 살을 저며 간다
누구를 밸 수도 없는 칼날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칼날을 베고 잠들던 날
탱자꽃 피어 있던 고향 집이 꿈에 보였다
내가 칼날을 키우는 동안
탱자나무는 가시들을 무성하게 키웠다
그러나 꽃도 함께 피워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가 환했다

꽃들을 지키려고 탱자는 가시를 가졌을까
지킬 것도 없이 얇아져 가는 나는
내 속의 칼날에 마음을 자꾸 베이는데
탱자 꽃잎에도 제 가시에 찔린 흔적이 있다

침을 발라 탱자 가시를 손에도 붙히고
코에도 붙이고 놀던 어린 시절
바람이 와서 탱자 가시를 가져 가고 살을 가져 가고

나는 어제보다 얇아졌다
나는 탱자 꽃잎보다도 얇아졌다
누구를 밸지도 모르는 칼날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 천장호에서 -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 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 젖은 길 - 나희덕

귀 밝아진 날에는 들을 수 있다
밭으로 가는 노인의 발소리를

물은 찰랑거린다
그의 푸른 물통 속에서

그가 밭에 도착할 때쯤이면 물통에는
물이 반만 남는다
반쪽에는 피가 도는 그의 몸처럼

물은 찰랑거리며
그의 낡은 바지를 적시고
마른 길 위에 매일 젖은 길 하나를 낸다
그 길은 오후가 되기 전에 사라져버리곤 했지만
사라진 길 위에 다시 젖은 길을 내는 그를
나는 어느새 상추나 쑥갓, 아욱처럼 기다리게 된 것이다

며칠째 그가 지나가지 않고
오늘은 내가 물통을 들고 그의 밭으로 갔다
그가 네 번 오갈 것을
나는 두 번 만에 물을 다 주었다
잘 자라난 상추나 쑥갓, 아욱, 파, 시금치들에게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깨달았다
푸성귀들을 키운 것은 물이 아니라는 것을
반 통의 물을 잃어버린 그의 발자국 소리였다는 것을


*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가다 -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거리고, 그 그늘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 슴새가 아니었을까 - 나희덕

종각 지하도를 막 올라오는데
새, 한 마리가
눈앞을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그 순간 나는 왜 슴새를 떠올렸을까
저 남쪽바다 구쿨도나 칠발도나 사수도 같은
무인도에서나 살고 있을 그 새를

종로2가에 나타난 슴새라니!

무인도에서가 아니라
이 붉은 먼지들 속에서 알을 품고 있을,
가슴 가장자리는 다 떨어져나가고
가슴만 남아 도시를 맴돌고 있을,
혹시 비둘기였을지도 모를,
그 흔한 비둘기조차 슴새가 되어가는 하늘 아래
빌딩들 사이로 날아간 새

그 날개에 나는 가슴 한쪽을 베인 것처럼
지하도 입구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 부패의 힘 - 나희덕

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세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이다
일종의 무릎 꿇음이다

그러나 잠시도 녹슬지 못하고
제대로 썩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방부제를 삼키는 나여
가장 안심이 되는 나여


* 오래된 수틀 - 나희덕

누군가 나를 수놓다가 사라져 버렸다

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꽃들은 오랜 목마름에도 시들지 않았다
파도는 일렁이나 넘쳐흐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 가벼워지지도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오래된 수틀 속에서
비단의 둘레를 댄 무명천이 압정에 박혀
팽팽한 그 시간속에서

녹슨 바늘을 집어라 실을 꿰어라
서른세 개의 압정에 박혀 나는 아직 팽팽하다

나를 처음으로 뚫고 지나갔던 바늘끝,
이 씨앗과 꽃잎과 물결과 구름은
그 통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헝겊의 이편과 저편,건너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언어들로 나를 완성해다오
오래전 나를 수놓다가 사라진 이여.


* 고통에게 1 - 나희덕

어는 굽이 몇 번은 만난 듯도 하다
네가 마음에 지핀 듯
울부짖으며 구르는 밤도 있지만
밝은 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러나 너는 정작 오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날 너는 무심한 표정으로 와서
쐐기풀을 한 짐 내려놓고 사라진다
사는 건 쐐기풀로 열두 벌의 수의를 짜는 일이라고,
그때까지는 침묵해야 한다고,
마술에 걸린 듯 수의를 위해 삶을 짜 깁는다

손 끝에 맺힌 핏방울이 말라 가는 것을 보면서
네 속의 폭풍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봄볕이 아른거리는 뜰에 쪼그려 앉아
너를 생각하기도 한다
대체 나는 너를 기다리는 것인가
오늘은 비명 없이도 너와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말해도 좋은 것인가

제 죽음에 기대어 피어날 꼬처럼, 봄뜰에서.


* 고통에게 2 - 나희덕

절망의 꽃잎 돋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서
무릎에서
어디서 눈이 하나씩 열리는가

돋아나는 잎들
숨가쁘게 완성된는 꽃
그러나 완성되는 절망이란 없다

그만 지고 싶다는 생각
늙고 싶다는 생각
삶이 내 손을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그러나 꽃잎보다도 적게 산 나여.


* 가시나무 덤불 있다면 - 나희덕

내가 기대어 살아온 것은 정작
허기에 불과했던 것일까

채우면 이내 사라진지는, 허나
다시 배고픈 영혼이 되어
무언가를 불러대던 소리, 눈빛, 몸짓, 저 냄새

내가 사랑한 모든 것은
그런 지푸라기에 붙인 불꽃이었을까

그러나 허기가 아니었다면
한 눈빛
어떤 눈빛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한 손이 다른 손을 잡을 수는 있었을까

허기고 견디던 한 시절은 가고, 이제
밥그릇을 받아놓고도 식욕이 동하지 않는 시대

발자국조차 남길 수 없는 자갈밭 같은 시대
거기 메아리를 얻지 못한 소리들만 갈앉아
뜨겁게 자갈을 달구는 시대

불타도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그 앞에 신이라도 벗어야겠다
마른 나뭇가지처럼 그리로 그리로 기울고 싶다


*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둣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흔적 - 나희덕

나는 어디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유난히 엷고 어룽진 쪽을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본다

텃밭에 나가 귀퉁이가 찢겨진 열무 잎에도 대보고
그 위에 앉은 흰누에나방의 날개에도 대보고
햇빛 좋은 오후 걸레를 삶아 널면서
펄럭이며 말라가는 그 헝겊 조각에도 대보고
마사목에 칭칭 감겨 신음하는 어린 나뭇가지에도 대보고
바닷물에 오래 절여진 검은 해초 뿌리에도 대보고
시장에서 사온 조개의 그 둥근 무늬에도 대보고
잠든 딸아이의 머리띠를 벗겨주다가 그 띠에도 슬몃 대보고
밤늦게 돌아온 남편의 옷을 털면서 거기 묻어온
개미 하나 마리의 하염없는 기어감에 대보기도 하다가

나는 어디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물에 닿으면 제일 먼저 젖어드는 곳이 있어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보지만

참 알 수가 없다
종소리가 들리면 조금씩 아파오는 곳이 있을 뿐


* 벗어놓은 스타킹 - 나희덕

지치도록 달려온 갈색 암말이
여기 쓰러져 있다
더 이상 흘러가지 않을 것처럼

생의 얼굴은 촘촘한 그물 같아서
조그만 까끄러기에도 올이 주르르 풀려 나가고
무릎과 엉덩이 부분은 이미 늘어져 있다
몸이 끌고 다니다가 벗어놓은 욕망의
껍데기는 아직 몸의 굴곡을 기억하고 있다
의상을 벗은 광대처럼 맨발이 낯설다
얼른 집어들고 일어나 물속에 던져 넣으면
달려온 하루가 현상되어 나오고
물을 머금은 암말은
갈색빛이 짙어지면서 다시 일어난다
또다른 의상이 되기 위하여

밤새 갈기는 잠자리
날개처럼 잘 마를 것이다
* 대동여지도는 아니더라도 - 나희덕

대동여지도는 아니더라도
네 마음의 지도 한 장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격랑의 높이를
등고선 몇 개로 대신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수없이 밟았지만, 끝내 밟을 수 없던 그 땅의 이름들과
오래 울음 우는 네 여울목과
잎새 뒤 은밀하게 익어가는 사과 한 알의 과수원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둥근 늪지와
마음의 갈피마다 숨겨져 있는 몇 개의 길을

혹은 네 마음의 기상도 한 장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은 어디서 낮게 불어 오는지
네 슬픔과 기쁨은 어느 골짜기에서 만나는지
순한 양떼 구름 몰고 어느 황혼을 찾아가는지
네 눈동자에 드리운 장마 전선 언제나 걷히려는지
아마도 나는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의 끌로 새겨 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없는 일
그 속에서 자주 길 잃어 버리는 일
내가 그린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없다는 일


* 그대가 오기 전날 - 나희덕

그동안 나에게는 열망하는 바가 얼마나 많았더냐
오랜 줄다리기, 그 줄을 내려놓고
이제 두 손을 털면
하늘마저 가까이 내려와 숨을 내쉰다

그러나 나에게는 망설이던 적이 얼마나 많았더냐
진흙탕 속을 걸어가면서도
발목 하나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다가
이제 온몸으로 넘어지고 나니
진흙도 나를 받아 감싸는구나

열망하면서도 뛰어들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활활활 불길처럼 살아오는 오늘
그대로 하여
열망과 용기를 함께 가지게 되었으니
두렵지 않아라,
눈먼 그대를 내 안에 앉히는 일이


* 빗방울, 빗방울들 -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 한국일보

"웅웅거리는 삶의 송전탑 위로 하늘이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마을로 내
려갈 것입니다. 살아야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바람부는날)이십대 후반
에 선 나희덕씨의 두번째 시집 <그말이 잎을 물들였다>는 풋풋한 사랑과 예리
한 감성으로 주변의 작은 것들을 감싸고 있다.

"세상의 모든 어린 것들은/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젖이 차올라 겨드랑이
까지 찡해오면/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어린 것) 다람쥐새
끼를 보고 젖이 돈다고 표현할 정도로 정감이 넘치는 나씨의 시들은 부드럽고
촉촉하며 건강하다.

첫 시집 <뿌리에게>에서 사회의 모순과 생활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형
상화했던 그의 시는 이제 어머니로서, 이웃의 한사람으로서, 선생님으로서 겪
는 크고 작은 경험들에서 얻어지는 소중한 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둥지를 내주고 밤새 못 위에서 꾸벅거리는 제비를 보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못 위의 잠)를 기억하고, 노인도,
작은 새들조차 찾아오지 않는 빈의자의 쓸쓸함(빈의자)을 노래하고, 끊임없이
세상과 사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라고 타고난 모성으로 모든 것을 감싸안는 포용과 너그러움을 보여준다.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 한겨레신문

 젊은 시인 나희덕씨는 두번째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에서 세상의 작고
그늘진 것들에게로 향하는 크낙한 모성애를 과시한다. 깊은 산길에서 마주친
다람쥐를 두고 천양희씨가 생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 반면, 나희덕씨가 괜한
연민과 짜르르한 모성의 슬픔 또는 기쁨을 느끼는 데서 두 시인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어린것).

 이 대책 없는 모성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당신이 힘드실까봐/저는 아프
지도 못합니다"(찬비 내리고)라는 토로를 끌어내는가 하면 폭포의 내리침에 몸
을 맡긴 풀포기가 제 몸의 멍보다는 폭포의 노역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기도 한다.

"네 물줄기 마르는 날까지/폭포여, 나를 내리쳐라/(…)/이 바위틈에 뿌리 내려
/너를 본 것이/나를 영영 눈뜰 수 없게 하여도,/그대로 푸른 멍이 되어도 좋다
//네 몸은 얼마나 또 아플 것이냐"(풀포기의 노래).

 어느 정도 도식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해본다면, 천양희씨의 시가 개인적 고
통과 그로부터의 벗어남을 화두로 삼고 있다면, 나희덕씨의 시는 공동체적 연
민과 모성애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둘 중 어느쪽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냐를
따지는 일만큼 부질없는 짓도 다시 없으리라.


* 그곳이 멀지 않다 - 한국일보

첫 시집 <뿌리에게>(91년), 두번째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94년) 이후
3년만에 묶여져 나온 나씨의 시편은 그의 견고한 서정이 여전히 단단하게 서슬
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서슬은 삶과 세상의 고통을 견디는 시인만의
방식이지만 그의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는 명징한 언어의 사슬이 된다.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뿐/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헛되이 던진
돌멩이들,/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
했다](천장호에서 전문)

[전교조]가 시대의 큰 화두였던 시절의 고교 교사 체험이 짙게 배어 있는 첫
시집, 아이 둘을 둔 어머니로서의 모성본능을 토로했던 두 번째 시집으로 90년
대 우리 서정시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나씨는 이후 [문학에 대한 전면적 도전]
을 위해 교사생활을 마감했다. 이번 시집의 시들은 그의 말처럼 [생활인으로서
의 자신을 안으로 가라앉혀 응시하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의 시어들은 여전히 쉽고도 아름답다. 하지만 새롭게 맞은 생활은 우리 모두
의 일상이 그러하듯이 고통스럽다. "나는 어제보다 얇아졌다/바람이 와서 자꾸
만 살을 저며 간다/누구를 벨 수도 없는 칼날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나씨는 [교사직을 그만두고서야 내가 세상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의 시에서 위안을 얻는 것은 고통 속에서도 넉넉한 모성의
품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오동나무 한 그루에/까치가 이십 마리라니./../
빈 가지가 있어야지/제 몸에 누구를 앉히는 일/저 아닌 무엇으로도 풍성해지는
일"(품). 이런 구절은 그가 이전에 노래했던 "네 물줄기 마르는 날까지/폭포여,
나를 내리쳐라/너의 매를 종일 맞겠다/..//네 몸은 또 얼마나 아플 것이냐"(풀
포기의 노래)하는 그의 이타성이 더욱 넉넉해지고 풍성해졌음을 보여준다. 시
인의 언어가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처럼 우리에
위안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 나희덕

66년 충남 논산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시힘 동인

 




 

귀뚜라미

아티스트 안치환

앨범 3집 Confession|1993.07.01.


 


귀뚜라미 - 나희덕 시. 안치환 곡,노래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소리는 아직 노래가 아니오

풀잎없고 이슬 한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토하는 울음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소

우--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보내는 내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고
계단을 타고 이땅 위까지 내려오는날

발길에 눌려우는 내 울음소리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소

우--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보내는 내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

누구의 마음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뚜루루루---

나희덕 시인 음지의 꽃

나희덕 시인의 시인 음지의 꽃 성격이 왜 우의적인건가요 ? 우의적이란 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희덕 시인, 김수영 시인

나희덕시인과 김수영 시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작품과 시대상황을 토대로 알려주세요 바로 채택해요 나희덕 시인과 김수영 시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시인으로, 각각...

나희덕 시인

나희덕 시인의 생애를 요약해주세요 나희덕(羅喜德, 1966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나희덕 시인의 뿌리로부터 를 보면 무

나희덕 시인의 뿌리로부터 를 보면 무소의 뿔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무소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요? 질문자의 질문에 적합한 답변이...

나희덕 시인 귀뚜라미 질문

나희덕 시인의 귀뚜라미라는 시에서 귀뚜라미가 매미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설명은 옳은 설명인가요? 그리고 귀뚜라미는 자신의 울음소리가 아직 남에게 감동을 주지...

나희덕 시인에 대해 알려주세요

국어 수행인데 나희덕 시인이 살던 시대?와 그리고 나희덕 시인에 대하여에 대해 알려주세요ㅠㅠ 나희덕 시인은 1966년에 태어난 시인이고 현재 서울 과학 기술대학교 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