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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들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방울 무덤 / 엄원태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 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제가 좋아하는 시들을 적어봤어요.
책상 한 귀퉁이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글귀나 시를 써놓으면 좋지요.
저도 고등학생 때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 써놓곤 했답니다.
시란게.. 알 순 없지만 뭔가 힐링되는 느낌을 받아요. 짧으면서도 강렬한.
부디 질문자님께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수선화에게
-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가는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늘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것도
그대가 물가에 앚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속리산에서
나희덕
가파를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을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인생 거울
매들린 브리지스
세상에는 변치 않는 마음과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다.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들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라.
최상의 것이 너에게 돌아오리라.
사랑을 주면 너의 삶으로 사랑이 모이고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될 것이다.
삶을 신뢰하라, 그러면 많은 이들이
너의 마로가 행동을 신뢰할 것이다.
마음의 씨앗들을 세상에 뿌리는 일이
지금은 헛되이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열매를 거두게 되리라.
왕이든 걸인이든 삶은 다만 하나의 거울
우리의 존재와 행동을 비춰 줄 뿐.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라.
최상의 것이 너에게 돌아오리라.
라일락꽃
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씻기면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한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때는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을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안개가 짙은 들
나태주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짙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세상사
정채봉
울지마
울지마
이세상의 먼지 섞인 바람
먹고 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어
세상은 다 그런거야
울지 말라니까
그리움이 오면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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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천해드려요..^^
힘이되고 도움이되셨길 바래요..^^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그냥 갈까 그래도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
가을 - 정호승 하늘다람쥐 한 마리 도토리나무 열매 하나 가랑잎나비 한 마리
가을 - 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의젓하게 높은 구름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가을바람 - 강소천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문틈에서 창밖에서 문구멍으로
개구리밥 - 김륭
개구리밥은 먹지 못한다는 걸
개울물 소리 - 석용원
비 내리면 산 부풀고 산 부풀면 개울물 넘친다.
비 내리면 산자락 빗소리 모았다가
비 그친 골짜기 개울물 소리로 흘러흐른다.
겨울 - 윤동주
처마 밑에
길바닥에
겨울 들판 - 이상교
겨울밤 - 강소천
바람이 솨아솨아솨아 부는 밤
겨울 이야기 - 이상현
겨울은
귀뚜라미 - 방정환
귀뚜라미 귀뜨르르 가느단 소리 달님도 추워서 파랗습니다.
울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귀뚜라미 귀뜨르르 가느단 소리 달밤에 오동잎이 떨어집니다.
귀뚜라미와 나와 -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게도 아르켜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귀뚜라미 우는 밤 - 강소천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귀뚜라미 우는 밤 - 김영일 또로 또로 또로 가만히 책을 보면 나는 눈을 감고 또로 또로 또로
그리운 언덕 - 강소천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그림자와 나 - 강소천
보름밤 앞마당에
그해 여름밤 - 박인걸
꽃밭 - 윤석중
아기가 꽃밭에서
분이는 달리아가 제일 곱다고 한다.
순아, 넌 무슨 꽃이 더 예쁘니?
순이는 목발로 발 밑을 가리켰다.
꽃씨 - 최계략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도 숨어있다.
나무 - 이창건
봄비 맞고 새순 트고
여름비 맞고 몸집 크고
가을비 맞고 생각에 잠긴다.
나무는 나처럼
나무야, 나무야! - 박예분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렴,
뒷목 따갑게
나무와 나 - 강소천
나무들은 제 나이를
나비 - 이준관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 디딤돌
나비 혼자 딛고 가는 봄의 디딤돌
냇물 - 유성윤
노랑나비 - 김영일
나비 나비 노랑나비 꽃잎에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소뿔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길손 따라 훨훨 갔네.
노래하는 봄 - 강소천
아지랑이 아롱아롱 푸른 벌판을
눈 내리는 밤 - 강소천
늙은 잠자리 - 방정환
수수나무 마나님 좋은 마나님
잠잘 곳이 없어서 늙은 잠자리
님의 노래 -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단풍 - 김종상
달 - 이원수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아.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은.
달밤 - 박용열
달팽이 - 김종상
학교 가는 길가에 달팽이 한 마리
기다란 목을 빼고 느릿느릿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조그만 집을 업고.
닭 - 강소천
물 한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민들레 - 강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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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자 - 강소천
바람 - 강소천
발자국 - 작자미상
버들피리 - 강소천
아버지가 밭갈이하시는 시냇가 언덕에
벙어리장갑 - 신형건
보름달 - 이종문
밤마다 밤마다 잠도 못 잤는데 어쩌면 포동포동 살이 쪘을까?
날마다 날마다 햇볕도 못 쬐었는데 어쩌면 토실토실 여물었을까?
보슬비의 속삭임 - 강소천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봄 -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봄 시내 - 이원수
비오는 날 - 김용택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빛 - 정유진
사슴뿔 - 강소천
사슴아, 사슴아!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새벽종 - 강소천
새와 나무 - 이준관
새는 나무가 좋다.
잎 피면 잎 구경
꽃 피면 꽃 구경
새는 나무가 좋다.
열매 열면 열매 구경
단풍 들면 단풍 구경
새는 나무가 좋아 쉴 새 없이 나무에서 노래부른다.
새는 나무가 좋아 쉴 새 없이 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
새하얀 밤 - 강소천
눈빛도 희고
서로가 - 김종상
산새가 숲에서 울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산새와 바위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단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었다. 하늘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람과 하늘은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단다.
아기와 나비 - 강소천
아기는 술래
아무리 숨었어도 - 한혜영
아무리 숨었어도
알코올램프 - 김경옥
여름 - 정윤목
여름 밤하늘 - 동요아저씨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네요.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
여름열매 - 이영지
여름의 땅 - 차영섭
여름엔 땅도 바쁘실 거예요
연필과 지우개 - 안재동
옹달샘 - 손광세
깊고 깊은 산 속에 옹달샘 하나 맑고 맑은 물 속에 파아란 하늘
조롱박 하나 가득 물 마시면 입 속으로 들어오는 파아란 하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 배은진
비누도사의 마법에
작은 약속 - 노원호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조그만 하늘 - 강소천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
좀좀좀좀 - 한상순
잠 좀 자라 공부 좀 해라 내방청소 좀 해라 제발, 뛰지 좀 마라 게임 좀 그만해라 텔래비전 좀 그만봐라 군것질 좀 그만해라
엄마 잔소리 속에 꼭 끼어드는 좀좀좀좀
종소리 - 강소천
아름다운 종소리가 새벽 종소리가
지층 - 시체놀이 - 조미정
손님이 오시면
"손님이 오시면
"네, 아버지."
코스모스 - 박경용
팔월이 온다 - 홍우희
하늘의 여름 - 차영섭
여름엔 하늘도 힘드실 거예요
하얀 눈과 마을과 - 박두진
호박꽃 초롱 - 강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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