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평가좀요! 내공 백

소설 평가좀요! 내공 백

작성일 2012.05.28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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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현관문

유성우 씨의 귀에 여자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운 음색이 아니라, 귀를 좀먹는 듯한 거북한 음색이다.

“그 문들은 모두 새까매. 항상 너의 주변에 존재하지만 너는 볼 수 없지. 그 문들은 달려있어야 할 문고리가 없어. 경첩도 없지. 옆에는 벽도 존재하지 않아. 오로지 길쭉한 검은 판자처럼 길 한켠을 아무도 모르게 가로막고 있을 뿐이지. 그러나 그 문을 볼 수 없는 넌 그 문을 열 수도 없어.”

귀를 막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사방의 벽은 굳은, 검은, 두꺼운 벽이었다. 마치 그를 옥죄고 있는 듯 하다.

위를 올려다 보니 백지白紙처럼 하얀 나무천장에는 자신이 하늘이라도 된다는 듯이 노란 별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별들은 눅눅하고 음침하다. 하루살이 수십마리가 하얀 휴지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같다.

성우 씨는 갈증과 허기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갈색 머리카락은 언 세월을 방치한 것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더럽혀져 있었다. 온몸이 무너져내린 그는 고함을 지르며 힘없는 주먹을 꾹 쥐고 바닥을 두드렸다.

캉- 캉-

소리가 경쾌하다.

묵칙하고 축축한느낌의 벽과 천장과 달리 이 바닥은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 아주 얇은 구리판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성우 씨는 세포 하나 하나에서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쾅!

바닥이 찢어졌다.

성우 씨의 두 눈으로 찢어진 바닥 사이에서 흘러들어온 푸른 빛물결이 반사되어 들어왔다. 그가 찾아야 할 탈출구는 벽도, 천장도 아니었다. 그의 발 밑에 있던 땅이었다. 그는는 가늘게 찢어진 바닥 틈새를 붙잡고 있는 힘껏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작았던 틈새가 머리가 들어갈 만큼, 더 힘을 주자 몸통을 넣었다 뺄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성우 씨의 두 귀에 신비한 소리가 들린다.

촤아아-

성우 씨는 마치 고급 와인을 음미 하듯, 잠시동안 가만히 멈춰서서 그 소리를 온몸으로 느꼈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방 바깥의 정보들이 파편이 되어 그에게로 돌아왔다.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 파도가 모래사장을 쓰러내리는 소리.’

성우 씨는 지금 무언가가 간절히 필요했다. 입이 바짝 바짝 타들어갈 정도로 간절하다.

‘담배? 술?’

전부 아니다. 성우 씨의 입술이 미세하게 갈라졌다. 그는 뜯어진 바닥을 다시 이어붙여 구멍을 막았다. 그의 온몸의 세포가 말하고 있었다.

[너는 아직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어.]“으아악!”

성우 씨는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결정한 결정을 증오했다. 방 안은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 빛이라곤 오로지 휴지에 박힌 야광 하루살이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더러운 섬광뿐.

“헉.”

물을 잔뜩 먹은 성우 씨가 욕조에서 발버둥 치며 일어났다. 비누와 그의 때가 섞인 욕조물 맛은 약간 짭짤했다. 성우 씨는 힘이 없는지 욕도에서 기어나와 욕실을 도망치듯 나왔다. 그의 몸엔 비누거품이 남아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파트 베란다로 향했다. 알몸으로 베란다에 나온 그는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당연히 주민들 몇몇이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집은 19층 꼭대기 층이라 지상의 주민들이 그의 알몸의 볼 걱정은 없었다. 그의 콧잔등에 앉아 있던 작은 비눗방울 하나가 아파트 고층의 강한 바람에 물기를 잃고 ‘뽁’ 하며 터졌다.

꿈이었다.

성우 씨는 드디어 마음을 놓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람이 너무 세다. 성우 씨는 욕실로 돌아가 욕조 물을 빼고 샤워기를 틀어 몸을 대충 씻어냈다.

‘정말 지독한 악몽이군.’

원래 그가 여태껏 꾸어왔던 악몽들은 그래도 꾸고 나서는 찝찝한 기분이 거의 사라지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악몽은 찬물로 시원히 샤워를 하면서도, 마치 딱풀을 손가락에 문지르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회색 젤리처럼 끈쩍끈적하게 마음 한켠에 들러붙어 정신을 추잡하게 더럽히고 있었다.

성우 씨는 몸을 씻고 나와서 수건으로 허리 밑을 둘러 매고는 머리를 다듬었다. 반곱슬의 갈색 머리는 뿌리부터 조금씩 구부러져 눈썹 위에서 자연스럽게 옆으로 휘도록, 옆머리는 귀를 가리지 않도록 살짝 눌러준다. 위쪽은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시원하게 손으로 털어준 뒤 조금씩 모양을 잡아준다.

4년 전부터 성우 씨는 이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가 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보조개나 쌍커풀같은 것은 없었다.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지만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 렌즈를 끼기로 했다.

화장은 원래 하지 않는 주의라 간단히 로션만 바르고 나서 성우 씨는 옷을 갖춰입기 시작했다.

그의 옷도 헤어스타일 마냥 항상 똑같았다. 검은 양말에 검은 정장. 검은 넥타이. 검은 시계. 검은 반지·······. 와이셔츠만 흰 색으로 남겨둔 채 그의 온 몸을 검은 색으로 도배한다.

‘한국은 검은 색이지.’

그의 철학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성우 씨는 핸드 폰을 코트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현관문으로 나가 검은 구두를 신었다.

띠릭-

버튼을 돌리자 전자음과 함께 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구두의 먼지자국을 닦아내고 일어선 성우 씨는 발을 앞으로 내딛으려다 멈췄다.

“이런 미친.”

눈 앞에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루가 지났다.

그는 현관을 수 십번 넘게 닫았다가 열어 보고, 한 숨 자고 나서 열어보기도 했다. 광경은 그대로였다. 현관문을 포기한 그는 비상전화로 아파트 동사무소에 연락해보았다.

“여기 103동 19층 오른쪽 집입니다. 현관 문이 열리지 않아서 그런데 올라와 주세요.”

동사무소 관리자의 승낙에 뒤이어 한참 뒤 다시 걸려온 전화 대답은 ‘장난전화 하지 말라’였다.

관리자 말로는 아파트 최상층이 18층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집은 분명 19층이었다.

112와 119에 연락해 보아도 같은 결과였다. 베란다로 나가 고래고래 살려달라 소리쳤지만 한 시간 두 시간을 반복해도 그의 말이 들리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망할 19층에서 벗어날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이불을 밧줄처럼 묶어서 베란다를 통해 내려가던지, 현관문으로 나가던지.

그는 처음엔 전자를 선택했었다. 이불이란 이불은 전부 모아서, 그중에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서 TV에서 우연히 본 ‘피셔맨 매듭법’으로 단단히 묶은 뒤, 베란다로 간 그는 난간에 이불을 동여매고 나서 정말 몸을 난간 밖으로까지 뺐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그는 아찔한 공포감에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용기있는 대인배가 아니었다.

20일이 지났다.

집 안의 라면과 애초부터 형편이 좋지 않던 냉장고 반찬들도 거의 텅 비고 말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현관 문을 확인해 보고 전화도 매일 해 보았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

완전한 단절. 유일한 통로는 오직 현관문 뿐이었다. 그는 팬티 차림으로 현관문엘 다가갔다. 그의 행색은 말이 아니었다. 원래 더러운걸 싫어하는지라 씻는것은 빼먹지 않았지만 항상 다듬어져 있던 머리카락과 총기 있던 두 눈동자는 윤기와 총기를 잃고 싸늘한 시체의 그것마냥 생기없이 그저 제 위치에 있을 뿐이었다. 잘 때에도 잠옷을 챙겨입던 그가 대낮에 속옷차림으로 나다니는 꼴 자체가 현재 그의 상태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제 그도 더 이상 버틸 제간이 없었다. 결단을 내릴 때였다.

바깥 세상을 내다본지 꽤 되어 이젠 현관문엔 눈길도 주지 않지만 불을 키지 않은 방이 제법 어두운 것으로 보아 저녘 즈음 된 것 같았다. 그는 마지막 남은 술잔을 한번에 입에 털어넣었다. 이 와인을 설명하자면 그가 옛날에 술에 취해 백화점에 갔다가 정신줄을 놓고 그의 8개월 월급 값에 해당하는 돈을 쏟아부어 샀던 60년산 포도주.

‘오늘이 아니면 언제 먹겠어.’

반투명한 방울자국으로 유리벽에 잔흔이 남겨진 채 텅 비어버린 포도주 병을 아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성우 씨는 안방으로 걸어가 속옷을 갈아입고, 20일 전 그 때처럼 복장을 갖추어 입었다. 머리도 다시 모양을 가꾸었다.

구두도 방 안에서 신어버린 채 서슴없이 현관문으로 직진한 성우 씨의 오른손이 현관문 자동시스템 버튼에 닿았다.

띠릭-

혹시나, 여태까지의 일들이 모두 환각같은 것은 아닐까?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동안, 그 너머의 모습이 나타나기 전동안 그는 허물없는 망상에 기댄다. 하루 하루 20일동안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좌절을 느끼면서도 현관문 앞에 설 때에면 자기가 잘못 본 것이길, 혹은 모두 꿈이었길 바란다. 그 때 욕실에서처럼 지독한 악몽이었길 말이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성우 씨는 또 다시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문이 열린 곳엔 지겹도록 보았던 모습이 펼쳐진다.

수족관 안의 물고기를 보듯, 이상한 액채로 가로막힌 문의 경계 너머로 여러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2.하루살이 세상

제대로 차려입은 사람은 한명도 없다. 아무 옷이나 대충 걸쳐입고 얼굴을 가꾸지도 않았다. 광장 위의 수백명 모두 무언가에 쫒기는 듯이 급하게 달린다. 간간히 서로 달리다 부딪쳐도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가던 길을 마저 달린다.

광장 한가운데엔 태양을 가로막은 거대한 접시형 기계가 떠 있다. 기계 밑면에서 구멍이 열리고 그 안에서 집게가 나온다. 마치 인형뽑기의 그것인 마냥 앞뒤 오른쪽 왼쪽으로 몇 번 움직이더니 빠르게 밑으로 내려간다. 그 지점엔 한 사람이 땅바닥에 엎드린 채 벌벌 떨고 있다.

집게는 가차없이 그 사람을 물어버린다. 비명을 내지르던 그 사람은 저항도 없이 그저 집게에 의해 떠있는 비행접시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런 일들이 거의 1분에 한번 꼴로 일어나는데도 주변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않고 무작정 어딘가로 달려간다.

성우는 결단코 저 세상에 발을 딛기 싫었다. 정체모를 이상한 세상에 발을 디딘 후의 계획없는 미래를, 저 하늘의 비행접시도, 다신 돌아올 수 없을 지도 모를 이 문의 정체도 모두 그에겐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들이었다.

성우 씨는 숨을 가다듬고, 발을 한 차례 내딛었다. 물의 경계선에 있는 액체에 빨려들어간 발은 정말로 축축하게 물에 젖었다. 종아리가 모두 들어갔다. 차가운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허벅지. 이 물로 목욕을 하려면 꽤나 고생 해야될 정도의 차가움이다. 사타구니. 그의 고환이 차갑게 식어 호두처럼 쪼그라든다. 온몸. 확실하건데 이 물은······ 바닷물이다.

‘씨발······ 더럽게 춥네.’

깊은 심해의 물처럼 햇빛을 받지 못해 산소도 없고 차가운, 그리고 그 수천미터 깊이의 오묘한 느낌이 증명하고 있다.

“푸하-”

성우 씨가 눈을 떳다.

온몸이 물에 젖은 그는 광장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툭-

어떤 사람이 성우 씨의 어깨를 들이받고 가버렸다.

성우 씨는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하다가 겨우 자세를 잡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따뜻한 태양 빛을 받고싶으나 허공의 기계가 그 것을 막고 있었다. 순간, 그 기계에서 집게가 나왔다.

다행히 성우 씨가 아니라 어딘가의 누구였다.

“아악!”

누군가의 비명소리.

성우 씨는 그제야 현실을 받아들인 듯이. 제대로 두 눈을 떴다.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 그의 판단이었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성우 씨는 분주히 달렸다. 그들과 다른 점은 성우 씨는 멋있게 갖춰 입었다는 것이었다.

광장은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다. 500m정도. 제법 벅차긴 했지만 충분히 쉬지않고 달릴 수 있는 거리였다.

“하아, 하아.”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마치 옆에서 같이 달리는 사람들처럼 자신이 만약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불나방이라면? 저 앞이 가선 안돼는 곳이라면? 온갖 불안감이 끈적대는 밧줄이 돼어 그의 다리를 옮아맸다.

“으······.”

성우 씨는 돌연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그 때. 그의 등이 어떤 손뼉에 세게 맞았다.

짝-

“흐억!”

멍해져 있던 성우 씨가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뒤를 돌아 보자 한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여자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성우 씨는 어쩔 줄을 모르다가 그저 그녀를 따라갔다.

“어, 어디 가는 거요?”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성우 씨도 입을 꾹 다물고 그녀를 계속 따라갔다. 광장을 벗어나 많은 건물들 사이를 달려 그녀와 함께 도착한 곳은 초라한 집 안이었다.

그녀의 집으로 추측되는 그 곳으로 들어간 성우 씨는 신발을 벗으려 했다.

“안 벗어도 돼요.”

그녀도 신발을 신은 채였다.

성우 씨는 멈칫하다가 그냥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서양식 집이라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가는 건가?’

드디어 한 방 안으로 들어간 성우 씨는 그녀의 안내에 따라 한 나무의자 위에 앉았다. 잠시 후 밀크커피를 가져온 그녀는 혼자 마시켜 그를 위아래로 훓어보았다.

성우 씨는 왠지 모르게 몸을 가렸다. 그녀는 먼저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아 결국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 누굽니까.”

“여기서 그런 옷을 입고다니면 위험해요.”

“·······?”

그녀는 성우 씨의 뚱한 표정에 답답한듯 다시 말했다.

“바쁘게 뛰던 걸 보니 분명 오르블은 아닌데. 그런 고급 옷을 왜 입고 다녀요? 제 말 안들려요?”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저히······.”

“허어? 당신, 혹시 기억에 문제있어요?”

성우 씨는 여기서 빠르게 생각했다. 이 이상한 세계에서 이 여자에게 들러붙어 정보를 빼내야 했다.

“그, 그런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겟고.”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그었다.

“이런, 정장차림이길래 도움이 될까 해서 데려왔더니 허탕이네.”

“······날 좀 도와주시오.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건 곤란해요. 저도 남은 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흐음, 혹시 ‘생명시간’이란 것도 모르세요?”

그녀는 ‘설마 이것까지 모르진 않겠지’ 하는 표정이었다. 성우 씨는 괜히 창피해서 대답을 헛기침으로 대신했다.

“크흠.”

“정말 답이 없네. 그럼 일단 옷 좀 벗어 봐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가 윗옷을 벗기려 했다.

“뭐, 뭐요? 왜 옷을 갑자기······.”

“가만히 있어 봐요. 그쪽 몸엔 관심도 없어요.”

성우 씨가 빨개진 얼굴로 가만히 있자 그녀는 재킷(정장 와이셔츠 위에 입는 두꺼운 상의)과 넥타이를 벗기고 와이셔츠 버튼을 전부 풀었다.

벌려진 와이셔츠 사이로 그의 군살없는 상체가 드러났다.

“크흠, 대체 왜 벗으라 한겁니까?”

그러나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당장 비명이라도 지를 듯이 경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수, 숫자가 없어? 노블레스!”

“노, 노블레스라니. 귀족이잖습니까 그건.”

“이럴 수가. 노블레스라니. 당신 정말 엄청난 사람이었군요! 하아, 당신 앞으로 저랑 함께 있어요. 당신도 기억을 잃었으니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나쁠 것 없잖아요?”

그녀는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다. 숫자가 도데체 뭐길래.

“당신이 무슨 소릴 하는건지 영 모르겠습니다. 뭘 알아야 대답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니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긴 들은 것인지 계속 감탄사를 내뱉으며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한번에 중요한 것들만 전부 설명할게요. 잘 들어요. 듣는 도중에 기억 나는 내용이면 말하고요. 크흠. 이 곳은 ‘메타포엠’이라는 곳이에요. 지하에서 성인이 될 때 까지 자란 후 이 곳으로 옮겨지죠. 그리고 그 때,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일주일의 시간을 부여받아요. 그게 바로 생명시간이죠. 일주일이 지나면 아까 광장에 있던 기계가 집게로 끌어가 버리죠. 어디로 가는지는 저도 몰라요. 기계가 저것 말고도 몇 대 더 있고, 숨어도 다 추적하기 때문에 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거에요. 저도 처음엔 일주일의 시간을 받고 6일이 지날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겨우 하루의 생명시간만 남은 상태였는데. 지금은 두 달로 늘어났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입고 있던 노란 티셔츠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성우 씨의 얼굴이 발개질 정도로 내려가던 티셔츠는 아슬아슬하게 가슴 가운데에서 멈추어 섰다. 그 곳엔 1424라는 숫자가 쓰여져 있었다.

“숫자는 살 수 있는 시간을 나타내요. 전 앞으로 1424시간. 즉 두 달이 조금 안 되게 살 수 있는 거죠. 저처럼 일주일의 생명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요. 첫 째. 거래를 해서 생명시간을 사는 것. 둘 째. ‘주인’들에게서 생명시간을 하사받는 것. 셋 째. 사람을 죽여서 그의 생명시간을 완전히 탈취하는 것. 저같은 경우엔 둘 째에 해당하죠. 그리고 생명시간에 따라 직위가 부여돼요. 할 달 이하는 볼. 한 달부터 5년 사이는 발쿰. 5년부터 50년 사이면 오르블. 50년부터 1141년까진 하스탄. 1141년을 넘어서면 노블레스에요. 노블레스는 하스탄 이하의 등급과 달리 가슴에 생명시간이 쓰여져 있지 않아요. 1141년이면 9999999시간이라서 그걸 넘어서면 가슴에 숫자를 넣을 공간이 부족한가?.. 어쨋든, 중요한건 당신이 그 노블레스라는 거에요. ”

그녀는 하얗게 드러난 그의 가슴을 황홀한 듯이 쳐다보았다.

그도 새삼스럽게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아무 숫자도 쓰여져 있지 않은 자신의 가슴. 물론 그는 자신이 노블레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현실에서 왔기 때문에 숫자가 쓰여 질 리가 없다는 것을. 그래도······ 그는 70년은 살 수 있다.

‘여기 말대로 따지면 하스탄인가······.’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건 자신이 하스탄이라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자신의 집에서, 여기에서 탈출하는 방법.

“그런데, 혹시 이 곳에 있는 사람중에, 나처럼 노··· 블레스이면서도 기억이 없거나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던 사람은 없습니까?”

“다른 세상이요? 적어도 제 가 들었던 것중에 그런 사람은 없어요. 애당초 노블레스 자체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데 당신처럼 하필 기억을 잃었을 리는 없죠.”

성우 씨는 그만 힘을 잃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아, 머리가 어지럽다.’

이상한 세계에 빠진 엘리스나 소인국에 간 걸리버가 그 첫날에 느낀 기분이 바로 이런 걸까. 어릴 적 동화로 볼 때 ‘재밌겠다’라고 생각한 자신이 미치도록 증오스러울 정도다. 그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현실과 이 세계의 괴상한 차이점을 자신의 머리가 인식할 때가 될 때 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등장인물도 주인공 하나박에 없고 세계관도 정해놓지 않은 상태라서 허술한 점이 많을 거에요(여기 나오는 여자 이름도 적당한게 생각 안나서 계속 '그녀'라고만 하고 있네요 ㄱ-)

이거 질문에 올리면서 생각한 스토리는,

주인공이 집에서 탈출하기 의해 들어간 현관문 너머의 세상은 기계에 지배당하는 인간들의 세상인데요.

지하세계의 기계들이 인간을 성인이 됄 때 까지 키우고 지상에 올려놓고 일주일이란 시간을 줘요.

생명이 다한 인간들을 잡아다가 가축처럼 배아복제시켜서 새로운 아기들을 만들고 그들을 다시 지상으로 올리는 식으로 '노블레스'를 만들면 그렇게 생명에너지가 축적된 노블레스를 잡아먹는거에요.

주인공이 그 세상에서 어떡게든 영웅이 되어 '힘(슈퍼맨같은 힘이 아니라 아주 작은 초능력 하나)'을 하나 얻어 집으로 돌아가는데, 4개의 숨겨진 문을 더 발견하게 돼요. 하나씩 하나씩. 거기서 또 이상한 세계로 빠져들게 되죠.(판타지든 무협이든 과거든 미래든) 2번째 세계를 탈출한 후 심리적 변동을 일으키고 사내다워진 주인공이 베란다에 로프를 묶어 탈출하려 하지만 3-4번째 문으로 갈 수박에 없는 이유가 생기죠...

결국 마지막은 주인공이 집을 빠져나갓냐 안빠져나갔냐의 열린결말로 긑나게 만들겁니다.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와아..


맨 처음에는 ~다. ~듯 하다. 로만 짧게 끝나서 읽을 때 뭔가 어색함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어색함이 점점 사라지네요.


묘사도 좋으시고 문체도 나쁘지 않으시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새로워서 그 뒤가 궁금해지는 내용이예요!

은근히 몰입도가 있달까요.


글을 쓸 때 설명과 대화의 양만 알맞게 조절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으아아 잘 쓰시는 분들은 부러워요 ㅠ


뭐랄까. 평가라곤 하지만 나름의 특성이 있으니까 뭐라 하기 좀 애매 할 것 같아요;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오..오오미;

지리것소; 다음 내용이 레알 궁금해지네요;

..어우; 쩌는데; 뭐할말을하려고해도 생각이안나네..;

허접한 답변이지만; 답변이라할것도없지만;

저 소설이 재미잇다는것밖에는..생각이안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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