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점자 풀어쓰기 방식 이유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을텐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점자를 모아쓰기로 표기했을 때의 이득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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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현대 한글 자모의 가능한 모든 조합의 갯수는 약 11,000개입니다. 점자는 요철의 유무로 글자를 표기하기 때문에 일종의 이진법 체계이므로 2의 14승 (16384)이어야 모든 조합을 다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약 3열의 보편적인 점자 높이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5행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이 경우 풀어쓰기의 경우보다 고작 1행 밖에 아끼지 못하는 방면, 점자 학습자는 11,000여개의 조합을 모두 외워야하는 불편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문자의 경제성이 극도로 낮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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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술적으로 점자의 조판은 국제표준인 2열 3행을 따르는데, 한글만 다른 형태를 택할 경우, 한글로 된 점자 매체 출판을 위해 아예 별도의 기계를 갖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한글 점자 매체 인쇄비용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아질 것이고, 시각장애인들의 매체접근성이 낮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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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다소 부차적인 역사적 이유가 있겠습니다. 한글 점자는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에 고안되었는데, 당시 한글을 (당시로서는 최신식 문물인) 타자기로 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논의가 있었습니다. 타자기는 모아쓰기의 개념이 없는 서구에서 처음 개발되었으므로 한 글쇠에 한 글자가 배정이 되었는데, 한글 자모 조합 11,000여개를 표기하기 위해서 11,000개의 글쇠를 배정했다간 자판은 물론 타자기 자체도 엄청나게 커질테니 한글을 풀어쓰는 것이 당시의 추세에 비추어 현대적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글의 모아쓰기가 언어학/음성학적으로 선진적인 방식임에도, 그 때문에 사람들이 인쇄매체에 접근하기 어렵게 되는 것도 불합리하다 생각하여 풀어쓰기 vs. 모아쓰기의 대립이 있었던 것입니다. 모아쓰기가 가능한 타자기가 발명된 것은 1950년대 이후이고, 그때에 이르러서야 풀어쓰기 측 주장이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한글 점자가 고안된 시기와 겹치므로 이러한 논의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