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냅두면 이미 일어날 일의 운명을 방치하는 것이지만, 방향을 바꾸면 분명히 상황에 대한 '합리적 계산'과 그 한 명에 대한 '희생 강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일이겠지요.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면서 제 멋대로 생명의 무게를 저울질해서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를 결정해준다는 게 윤리적으로 옳은 일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일텐데 본래 죽지 않았어도 될 사람을 수적으로만 따져서 한 명이므로 다섯 명의 가치에 비례하지 못한다고 보고 희생을 '시킨' 것이므로 살해에 가깝다고까지 생각이 드네요.
현실에서도 단순히 수적으로만 사람 인생 자체의 가치를 따져서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 사람들이 원해서 특정 인종으로 태어나거나 특정 민족 출신으로 태어나거나 특정 정치적 환경에서 태어난 것도 아닐텐데 단순히 소속의 숫자만으로 인해서 희생시키는 것은 본인이 그 소수의 사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속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트롤리 딜레마의 경우 그 한 명의 사람이 원해서 선로에 혼자서만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결단을 내릴 여러분들이 와서 단순히 수만으로 자신을 죽이기로 선택할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냥 거기 있다 보니까 아뿔싸 다른 선로에 사람이 더 많아서 나는 죽게 생겼네요.
결론은, 5명의 사람을 살리는 것이 1명의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그 외의 부수적인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는 명확한 근거나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존재하지 않고(사랑하는 엄마/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5명 각각의 집과 죽어가는 할머니와 아이를 보살피고 있어 집에 가지 않는다면 둘 모두 죽을 수도 있는 한 명이 있다면 누구를 살려야 사람들이 더 행복해할까요?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걸 계산할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여러 사람을 살려서 나올 경제적인 가치가 중요한 것인가요, 단순히 4명을 더 살렸다는 사실이 중요한 건가요, 사회적인 혼란을 줄였다는 점이 중요한 건가요? 그런 점은 제시되지 않았지요? 또한 5명의 상황과 1명의 상황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무엇이든 넣어보면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재단하는 합리성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5명은 범죄자지만 1명은 저스틴 비버라든지, 5명은 일반인이지만 1명은 인류에게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고 있는 과학자라든지.),
사건에 개입하기로 선택하는 것 자체가 사람을 수만으로 가치를 단정짓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가치는 수로 결정된다는 '합리적 사고 기준'을 지니고 판단하는 것이므로 윤리적이지 못하고,
사람의 목숨의 수가 목숨의 희생에 대한 판단 가치가 될 수 있다면 다른 가치들도 판단 가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연예인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 왜 굳이 수로만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제가 제시한 다른 가치들의 예시들을 봅시다. 5명을 위해 1명을 죽일 합리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드나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공감의 정도가 달라질 겁니다. 어떤 사람은 앞에서 제시된 가치들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할 거지만 어떤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고 할 겁니다. 그것과 똑같이 질문자님은 단순히 본인이 '수는 판단의 가치가 될 수 없다고 믿으므로' 제시된 상황에서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겁니다. 상대편은 왜 사람 목숨의 수가 연예인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가치관보다 앞서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저 쪽도 개인적인 가치로 결정지은 것은 매한가지니까요.